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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의 삶으로 돌아보는 한국 현대미술 연대기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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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제안하자면, 같이 전시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동료를 갖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친구 몇 명이 함께 모임을 만들거나 온라인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일 수도 있고요, 학교나 사내 동아리를 꾸려볼 수도 있겠네요. (2019.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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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대중 강연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젊은 미술학자 정하윤이 관객들에게 말을 걸듯 대화체로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을 쓰게 된 동기는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몰랐던 독자를 알게 되고, 어렴풋이 알던 작품을 더 선명하게 알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나아가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는 재미를 익혀 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작품을 감상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어쩌다 ‘한국 현대미술’을 주제로 책을 쓸 결심을 하게 되셨나요?

 

한국 현대미술 중에는 좋은 작품이 정말 많거든요. 더 많은 분과 나누고 싶었어요.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연구서들은 있지만, 비전공자들을 위한 책은 매우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서양 현대미술에 대한 책은 많은 것을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한국 미술 작품들과 대중을 연결하는 책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책을 보고 이우환 작가가 없다고 의아해하는 반응을 꽤 여럿 보았습니다. 서른 명의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한정된 지면과 제한된 지식으로 인해 한국 현대미술을 빛낸 모든 분들을 담을 수는 없었어요. 이우환 작가뿐만 아니라, 단색화 계열의 작업을 했던 윤형근, 하종현 작가를 다루지 못했어요. 또한 최욱경, 김인순과 같은 여성 작가들도 다루지 못했어요. 입문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각 시기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을 엄선하다 보니 많이 추려졌습니다. 대중적 인지도와 그간의 연구 누적량도 작가 선정에 영향을 미쳤고요. 


소개한 작가 중에 미술학자들의 연구가 시급하거나, 특별히 맘에 쓰이는 작가가 있으신지요?
 
책에 등장한 작가 중에는 김창열 작가를 한번 연구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1970년대의 단색화와 1980년대의 극사실 회화가 공존하는 측면도 의미 있고, 또 미술 시장의 측면에서도 할 말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또, 몇몇 미술사학자분들이 하고 계시지만, 월북 작가들에 대한 연구도 더 풍성해지면 좋겠어요. 책에 이쾌대 작가 한 명밖에 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요. 여성주의 미술이 등장했던 1990년대보다 더 이전에 활동했던 여성 작가들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정성껏 소개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대중들이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을 보면, 전시 관람 인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우리는 감상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제안하자면, 같이 전시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동료를 갖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친구 몇 명이 함께 모임을 만들거나 온라인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일 수도 있고요, 학교나 사내 동아리를 꾸려볼 수도 있겠네요. 주기적으로 만나 함께 전시를 보고, 가장 좋았던 작품과 그 이유와 같은 쉬운 질문부터 시작해 이야기를 확장해가면 다각도에서 깊이 있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어요.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한다면 짧은 감상문을 써서 서로 돌려볼 수도 있고요.


참고로 저는 대학원 수업을 할 때는 한 학기에 한두 번씩 함께 전시회를 찾는데요, 일단은 자유롭게 보고 커피숍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요. 토론을 위해 전시를 보고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주제나 질문을 제가 뽑아 가는데, 일단을 그것을 기초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대화가 무르익다보면 예상치 못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게 되고요. 이렇게 하면 전시를 보고 더 깊은 생각과 감상을 할 수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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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방문한 소감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미술관에 가는 행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힘을 준다는 부분에 공감합니다. 작가님이 격려를 받았던 경험에 대해 더 들려주세요. 4월에 가기 좋은 미술관도 추천해주시고요. 
 
책에 담았던 모든 미술관을 추천하는데, 봄이라면 자연에 조금 더 접한 박수근미술관을 가장 추천하고 싶고요, 아이가 있으시다면 양주의 장욱진미술관에 들렀다가 그 앞에 자리한 조각공원과 근처 장흥아트파크를 함께 둘러보시기를 권해요(물놀이를 할 수도 있으니 여벌 옷도 꼭 챙기시고요^^). 더불어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자연 속에서 바람도 쐬고, 예술 안에 푹 젖어도 보면 다시 치열한 일상으로 복귀할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아시아 미술을 주제로 논문을 쓰셨네요. 아무래도 우리 독자들이 제일 궁금한 건 세계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일 것 같아요. 실제로 밖에서 본 한국 현대미술은 어떤가요?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외국 미술계의 관심은 점점 증가해온 것으로 보여요. 2000년대 후반 들어 미국에서도 구겐하임이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과 같은 주요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 관련 전시를 열어왔고, 프랑스의 주요 미술관에서도 한국 현대미술 작가 개인전이 열렸고요. 미국이나 홍콩의 미술관에서 한국 현대미술 작가 작품을 콜렉팅하고 싶어 해서 통역도 몇 차례 했었어요. 이 모두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고요.


그런데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영문 자료가 너무 없다는 것이에요. 외국의 학자들이나 큐레이터들이 한국 현대미술에 접근하고 싶어도 그들이 기초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영문 글이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한국 현대미술이 한정된 루트로만 소개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어요. 
 

회화를 전공하셨는데 어쩌다 미술사학자가 되셨어요? 지금 하시는 일과 앞으로의 (저술)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림이 좋아서 전공으로 선택하긴 했는데, 그리면 그릴수록 제가 직접 그리는 것보다는 남이 그린 것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술사 수업을 들으면서 큰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 무렵 ‘이런 걸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네요. 


다음에는 여성 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속상한 작가들이 많아요. 그들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좋고 의미가 있는지, 그런데 어떤 이유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지금으로서는 그냥 꿈이지만, 언젠가 한국 현대미술 작가를 다룬 ‘그림책’ 작업도 꼭 해보고 싶어요. 저에게는 만 네 살 된 딸아이가 있는데요, 우리 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예를 들어) 김환기 책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거미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 나  『꿈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처럼 유아도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데 함께 하고 싶어요. 위인전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책 말고, 정말 ‘그림책’이요.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정하윤 저 | 은행나무
다각도로 작품을 감상하는 연습을 하면서 감상 근육을 기르고, 책을 덮은 후에는 처음 보는 작품 앞에서도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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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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