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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우울증이래

에세이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저자, 김정원 우리는 ‘여전히’ 우울증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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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부터 책을 내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치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투병 과정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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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진단받은 저자는 택시 안에서 약 봉투를 꼭 쥔 채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 나 우울증이래.” 이 장면을 읽을 때마다 주인공 대신 나의 남편을, 아버지를, 직장 동료를, 아는 남자를 대입해본다. 상대가 누구든 당혹스럽다. 우울증을 고백하는 다 큰 남자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생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의 우울증 에세이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는 누구에게나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는 진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동안에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아픔을 마주했을 때, 당사자와 주변인으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책을 어떻게 쓰지? 별로 안 아팠던 거 아냐? 같이 생각하실 분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최근까지 우울증을 앓았던 당사자로서 ‘우울증’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울증은 한마디로 뇌에 세로토닌 등 이른바 ‘행복 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로 발생한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결국 우울증에 걸린다고 말합니다. 우울증을 앓게 되면 의욕과 흥미가 없어지고 불안감을 크게 느끼게 되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회복이 돼 예전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해집니다. 저도 치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몸 상태가 좋아졌고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이에게 우울증을 고백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책을 쓴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는 셈인데, 어떻게 책을 낼 생각을 하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책을 내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치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투병 과정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아픔’ 혹은 ‘시련’도 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인데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우울증과 우울증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책을 통해 이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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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단을 받고 처음으로 알린 사람이 아내였어요. 질문지를 정성껏 작성해 남편의 주치의를 만나고, 숨어서 약 먹지 말라고 용기를 주고, 식단도 꼼꼼하게 관리해주는 아내 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요? 


 “너 아내한테 진짜 잘해야겠더라.” 책 나오고 난 뒤 제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더 잘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 아내에게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가족이 없었다면 치료 과정은 훨씬 더디고 힘들었을 겁니다. 옆에서 늘 저를 지켜보면서 지지해줬습니다. 가족은 유명한 의사나, 최신 치료 기법이나 약물도 넘보지 못할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책에 보면 자신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냐고 떠보는 무례한 동료가 등장합니다. (정확히는 “혹시 나 때문에 우울증 걸린 거라고 생각해?”라고 물었죠.)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에게 주변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위로한답시고 어설픈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 말을 안 하는 게 더 낫습니다. 사람들은 사실 상대방이 진정으로 나를 걱정하는지 아닌지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나도 우울해”, “의지가 약해서 그래”, “마음을 강하게 먹어” 등과 같은 표현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저런 말을 들으면 누군가 송곳 수백 개로 저를 찌르는 느낌을 받거든요. 대신 차 한 잔 하면서, 혹은 밥을 같이 먹으면서(사주시면 더 좋겠죠^^)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만 줘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인지행동치료에서 쓰이는 방법인 사고(思考)기록지를 활용하고, 우울증을 겪은 시간을 정리해 책까지 내셨습니다. 무언가를 적는 행위가 우울증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나요?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적는다는 건 한마디로 ‘객관화’를 시킨다는 겁니다. 제3자의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는 것이죠.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나를 끌어 올려줄 튼튼한 밧줄 같은 겁니다. 남의 고민은 해결책이 딱 보이는데 정작 내 문제가 되면 헤맬 때가 많죠. 적는다는 건, 내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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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신호를 느끼더라도 정신과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보도 충분하지 않고요. 책에서 치료 과정이 꽤 성공적으로 그려졌는데, 본인에게 맞는 의사나 병원을 찾는 방법 또는 기준이 있을까요?


일단 회사나 집 근처 병원을 찾아봤습니다. 병원 가기가 꺼려지는데 거리까지 멀면 더 안 가고 싶어질 테니까요. 그리고 40대 중반 남성인 저를 더 잘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저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 의사를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순전히 제 기준이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본인이 직접 겪어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괜찮다는 추천을 받아 병원에 가더라도 본인과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가까운 병원을 가신 뒤 의사나 치료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솔직하게 의사와 이야기를 한 뒤 대안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책이지만 전혀 우울하지 않다”는 리뷰가 있었습니다. 최근 우울증을 다룬 책들이 여럿 출간됐는데요, 작가님이 꼽는 이 책만의 차별점이랄까, 매력은 무엇일까요?


우울증을 다루되 우울한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또 담백하게 투병 과정을 써 내려갔습니다. 우울증 환자라고 해서 늘 우울한 일상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유쾌하지만 경박하지 않게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습니다.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김정원 저 | 시공사
환자로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기자 특유의 객관적 시선을 유지해, 독자들이 한 걸음 떨어져 우울증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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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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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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