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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파워’를 노래하는 여성 아티스트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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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였다. 의례적으로 붙이는 수식이 아니다. 상업적 성공은 물론 훌륭한 완성도로 비평계의 호평까지 획득했다. (2019.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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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열렬히 환영했다.  <빌보드>, <롤링 스톤> 등 대다수 음악 매체들이 이 날을 맞아 대중음악 역사 속 위대한 여성들과 현재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아티스트들을 집중 조명했다. 이미 우리는 2월 11일 음악계 최대의 축제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돌리 파튼, 다이애나 로스 같은 전설들과 함께 '우먼 파워'를 노래하는 현세대 여성 가수들을 보며, 대중음악계 날로 커져가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지켜본 바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 역시 여성의 날 맞춤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포티파이는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101곡'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고, 애플 뮤직은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1980년대 인기 그룹 유리스믹스의 에니 레녹스와 함께하는 '#글로벌페미니즘(GlobalFeminism)' 캠페인을 소개했다. 애플 뮤직은 여기에 카밀라 카베요, 카디 비, 브랜디 칼라일 등 현재 각 장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직접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8년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해였다. 의례적으로 붙이는 수식이 아니다. 상업적 성공은 물론 훌륭한 완성도로 비평계의 호평까지 획득했다. 카디 비, 카밀라 카베요, 아리아나 그란데, 레이디 가가는 한 해 내내 굵직한 관심을 끌어모으며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섰다. 그리고 이 흐름은 해를 넘긴 2019년 더욱 거대한 성공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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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말부터 7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마룬 파이브의 'Girls like you'부터 살펴보자. 카밀라 카베요, 제니퍼 로페즈, 메리 제이 블라이지, 엘렌 드제너러스, 클로에 킴 등 수많은 여성 셀러브리티들을 초청한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불렀고, 편안한 비트 위 '너 같은 여자가 필요해'라는 구애의 메시지는 대중음악계 헤게모니가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일종의 상징 같은 곡이었다.

 

이어 왕좌를 차지한 곡은 팝 디바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다. 전 연인들과의 추억을 소회 하며 단단한 자기애를 노래한 이 노래로 아리아나 그란데는 커리어 최초의 빌보드 차트 1위 곡을 갖게 됐다. 아리아나 그란데 열풍은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는데, 톱스타의 부와 명성을 은은히 과시한 '7 rings'로 2월 첫째 주부터 5주 연속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이 그 증명이다.

 

현재까지 2019년 빌보드 싱글 차트는 '여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주제가 'Sunflower', 조나스 브라더스의 'Sucker'를 제외하고 모든 1위 곡이 여성 아티스트들의 곡이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중심으로 싱어송라이터 할지(Halsey)의 'Without me',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열창한 'Shallow'가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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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에서도 여성 아티스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제일 마지막 차례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한 이는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다. 전원적인 풍경을 노래하던 그는 지난해 앨범으로 젠더 이슈와 여성 인권에 목소리를 내며 컨트리 장르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왔다. 그래미 신인상 역시 2017년부터 당당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입지를 굳힌 두아 리파의 차지였다.

 

지난해 유수 매체의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서도 주인공은 여성들이었다. 쿼터제나 배려의 의미는 일절 없었다. 순위를 매기다 보니 대부분 여성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올라 있는 식이었다. 퀴어 이슈와 젠더 이슈를 도발적 음악과 메시지로 담아낸 자넬 모네, 아픈 과거를 담백하게 담아낸 베테랑 팝스타 로빈(Robyn), 정체성의 갈등 속 성장하는 자아를 우아하게 그린 크리스틴 앤 퀸즈(Christin and Queens)가 평단 상단을 장식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과 성장기를 노래한 미츠키(Mitski)와 시크한 메시지의 유에스 걸스(U.S Girls)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힙합 씬에서는 이제 정상의 위치에 오른 래퍼 카디 비(Cardi B)를 필두로 시카고의 신예 래퍼 노네임(Noname),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모든 곡을 1분 내외로 맞춘 티에라 왝(Tierra Whack)이 주목을 받았다. 컨트리 씬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와 그래미 노미니로 화제가 된 브랜디 칼라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여성 아티스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예서, 민수, 수민, 시피카(Cifika), 재키와이(Jvcki Wai), 제이클레프(Jclef) 같은 패기 넘치는 아티스트들이 냉소적이고도 다채로운 색채를 펼쳐 보이며 의례 인디 씬에 횡행하던 '여신', '공주' 프레임을 거부했다. 17년의 마지막에 고고한 매력을 뽐낸 디바 엄정화의 컴백, 이를 계승한 청하와 선미도 인상적이었다. <나 혼자 산다>의 털털함과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의 거침없는 매력을 한데 품은 화사는 단연 지난 한 해의 아이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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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뮤지션들의 독특한 언어와 과감한 표현은 대중음악의 전에 없던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며, 2018년은 그 흐름이 주류로 치고 올라온 상징적인 한 해였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이 여느 해보다 훨씬 성대하고 화려하게 기념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대세의 증명이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모든 일에 순서가 있고 역사가 있듯 대중음악의 역사에도 묵묵히 여성의 힘과 여성의 목소리를 노래하며 희망을 노래한 이들이 존재했다. 인종과 성 차별에 맞서 '존중'을 요구한 아레사 프랭클린, 아버지의 설교를 거부하며 스스로 독립적인 여성으로 거듭나고자 했던 마돈나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더 당당하고 더 과감한 아티스트들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가수 헬렌 레디는 1972년 여성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곡 'I am woma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과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를 거머쥐었다. 50 여년 전 여권 신장을 노래한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 음악에서 핵심이 된 '허스토리(Herstory)'를 상징한다. 대중음악계 여성의 발자취를 짚어나가는 것,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다.

 

 


● 2019/03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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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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