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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믿을만한 사람이 추천하면 무조건 사요 – 이원덕 편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궁금해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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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소개하는 책들도 빼놓지 않고 읽어요. 요즘은 ‘삼천포책방’과 ‘어떤 책임’이 제겐 ‘고귀한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가는 주요 루트이기도 해요. (2019.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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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17년차 직장인 이원덕 씨는 기업의 매거진(사내외보) 편집자 겸 인쇄 홍보물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안그라픽스, 큐라인을 거쳐 현재 을지로3가에 위치한 디자인 회사에서 편집을 담당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서교동의 작은 동네책방 ‘안도북스’에서 주말 지기로 일한다. 안도북스 대표(임화경)와 고교 동창이었던 예전 직장 동료의 소개로 일하게 됐다. 오늘이 바로 ‘책방 지기’ 2주년이 되는 날. 

 

소설을 쓰고 싶었으나 일찍이 학부시절 재능 없음을 깨닫고, 지금은 ‘몸, 앎, 삶의 일치’를 삶의 좌우명으로, ‘평생 1만 권의 책 읽기’를 목표로 하루하루 책을 종교 삼아 살고 있다. 평일엔 퇴근 후 방에 틀어박혀, 토요일에는 안도북스에서, 일요일에는 구립도서관에서 늘 책 읽는 일상을 보낸다. 때론 겸업이 힘이 부치지만, 평일에 쌓인 고단함을 토요일 안도북스에서 숨비 쉬듯 털어낸다. 어쩌면 책방 지기가 본업이 된 듯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최근에 좋게 읽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한 해 약 200여 권 정도를 읽는데요. 60% 정도가 소설이에요. 잡식성 독서를 즐기는 터라, 때와 장소에 따라 읽는 책들이 달라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대략 다섯 권 정도 된답니다. 오늘은 백수린 작가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2019)을 읽었어요. 여성 3대(할머니, 엄마, 나)의 신산하고, 질곡한 삶을 담담하게 그리는 아름다운 소설이에요. 함께 읽고 있는 책은 애정하는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  (어크로스, 2019)입니다. 책을 통한 ‘몸, 앎, 삶의 일치’란 제 좌우명을 120% 재현해내는 놀라운 작가예요. 지금껏 은유 작가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답니다. 속독하는 편인데, 은유 작가의 책은 여러 번 읽으며 자꾸 머뭇거리게 돼요. 각성과 반성의 시간이죠. 그 외에 침대 맡에는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  (민음사, 2002년)이, 화장실에는 유현준 교수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와이즈베리, 2019)가, 베란다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  (민음사, 2017년)이 놓여 있답니다.

 

거의 1일 1책을 읽고 있는데요.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많이 쓰여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반려동물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부쩍 귀 기울이게 됐고요. 또 한편으론 디자인, 건축, 페미니즘 관련 책들도 꼼꼼하게 챙겨 읽는 편이에요.

 

최근에 읽은 유지원 작가의  글자 풍경』  (을유문화사, 2019년)은 지금껏 읽었던 타이포그래피 관련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막상스 페르민  『눈』  (난다, 2019년)은 ‘색’을 강렬하게 경험하게 하는 소설이자, 시, 그림이자 서예로 다가온 책이에요. 눈 오는 밤에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답니다. 믿고 읽는 황정은 작가의 『디디의 우산』  (창비, 2019년)은 읽을수록 우리네 삶이 조금은 시시하고, 약간은 외로우며, 때때로 아프다는 걸 일깨워줘요. 황정은 작가의 모든 책이 제겐 그렇게 다가오더라고요.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하나의 모범 답안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 책들은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주로 책을 추천하는 입장이지만, 제 경우에 대부분 예스24를 통해 먼저 알게 돼요. ‘작가 알림’ 서비스를 통해 문자로 신간 소식이 오거든요. 막상스 페르민의  눈』  은 신간 소개가 워낙 강렬해서 몸이 먼저 반응했고요. 그 밖의 책들도 마음이 먼저 움직인 경우죠. 취향을 거점으로, 지갑(?)을 기점으로 그렇게 책이 제게 오더군요.

 

오래 꾸준히 책을 읽다 보니 나름의 독서 목록과 취향이 단단해졌음을 느껴요. 무엇보다 어떤 작가, 책을 만나면 지금 OOO가 읽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연상작용처럼 떠올라요. 몸이, 마음이 움직이니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 편이죠. 누군가의 추천보다는 제 판단을 믿어요. 그럼에도 한 해 동안 책 선택을 해서 ‘망작’이라거나 실패했다고 느꼈던 책은 2~3권 정도 된답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책 선택은 의외로 쉽답니다. 우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 출간 소식을 미리 알 수 있어서 그 책들은 고정이고요. ‘이 출판사라면 어떤 책이라도 신뢰할 수 있어’란 마음으로 고르는 책들이 있어요. 가령 마음산책, 알마, 난다, 유유, 글항아리, 안그라픽스가 그렇죠. 소설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문학동네의 경우에는 문학동네 직원들보다 제가 더 많이 구입해 읽는 것 같아요. 국내외 작가들을 가리지 않고 거의 다 읽는 편이거든요. 그밖에 SNS 지인들의 추천을 받거나,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소개하는 책들도 빼놓지 않고 읽어요. 요즘은 ‘삼천포책방’과 ‘어떤 책임’이 제겐 ‘고귀한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가는 주요 루트이기도 해요.

 

이 책을 살지 말지 고민할 때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어떤 식으로든 제게 말을 걸어오거나 믿을 만한 분이 추천한 책은 무조건 구입하는 편입니다. 다만 고민할 때가 있긴 한데요. 바로 책값이죠. 최근 나온 책들 중에 라캉의  에크리』  (새물결, 2019년)는 정가가 13만 원이에요. 글항아리에서 나온 『중국정치사상사』  세트는 15만 원이고요.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구입하기엔 부담이 되죠. 요즘은 조금씩 용돈을 모으고 있어요.

 

책은 주로 온라인에서 구매하시나요? 오프라인으로 사시나요?

 

작년에 예스24에서 독자 개인별 책 관련 통계자료를 제공한 적이 있어요. 그때 보니까 제가 예스24를 통해 구입한 종이책이 918권이더군요. 늘 예스24를 통해 온라인 구매를 했었는데, 안도북스 주말 지기로 일하면서부터 책 구입은 동네책방을 이용해요. 당일 배송의 유혹을 떨치고 정말 꾹꾹 눌러 참으며, 기다리고 찾아간답니다. 이태원 고요서사, 약수역 한우리 문고, 을지로 노말에이가 주된 장소죠. 동네책방에 입고가 안 되는 책이나 아이들 교재는 여전히 예스24를 통해 구입하고 있고요.

 

매월 10만 원의 독서지원금이 나온다면, 어떤 책을 많이 사실 것 같나요?

 

‘밥은 굶어도 책을 사서 읽자’가 습관이 됐어요. 점심 한 끼면 시집이 한 권인데 하면서요. 작년에는 책값을 너무 많이 써서 올해는 월정액처럼 40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10만 원의 독서지원금이라면, 소설 7~8권 정도를 살 수 있겠네요.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 제목처럼 ‘연애 소설 읽는 노인’으로 죽을 때까지 소설을 사서 읽고 싶어요. 요즘은 신인 작가들의 책이 무척 궁금하거든요. 얼마 전 읽었던 한정현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  (스위밍꿀, 2019)처럼 발견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수없이 많은 작가들을 항상 기다립니다. 국내 소설가 중에서 전작을 읽고 있는 분이 대략 40명 정도 된답니다. 구병모 작가의  버드 스트라이크』  (창비, 2019)를 예약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올해로 데뷔 10년인데 지금껏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었답니다. 학수고대했던 김성중 작가는 얼마 전 『이슬라』  (현대문학, 2019)를 만나며 소원을 풀었고요. 오래 소식이 뜸한 박민규, 김연수, 천명관 작가님 분발해주세요.



 

 

이슬라김성중 저 | 현대문학
죽음은 절망이 아닌 삶에 대한 애착을 인간들에게 줌으로서, 죽음이 있기에 삶의 의미가 생겼고 목숨을 걸고 해야만 하는 일 같은 커다란 꿈을 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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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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