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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서 벗어날 유용한 방법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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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바라볼 때 가난, 상실, 고립과 같은 곤경뿐 아니라, 공동체의 존재, 직업의 유지와 같은 안정제로 할 만한 보호막이 있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2019. 0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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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다고 했던가? 모든 발명은 필요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듯이 돌파구를 찾아내는데 성공하는 사람은 그 해결책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다. 이건 우울증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의 핵심이 흥미와 의욕의 저하, 에너지의 보수적 운용이라고 할 때 돌파구를 찾기 위한 간절한 추구를 할 시도를 하기란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을 해낸 사람이 있다. 『물어봐줘서 고마워요(Lost Connections)』 의 저자 요한 하리(Johann Hari)다. 저자는 의사나 심리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다.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사회과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뉴욕타임즈와 가디언지 등에 글을 기고해왔고, 멕시코 마약 범죄조직의 청부살인업자를 인터뷰하고, 마약중독에 대해 대한 베스트셀러를 냈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요한 하리는 사실은 10대 후반부터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가벼운 수준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약물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었다. 10년 넘게 항우울제를 복용하였지만 원하는 수준의 회복을 경험하지 못했고, 약물치료의 한계를 깨닫고 제로베이스로 돌아가 우울증의 본질에 대한 자기만의 탐구를 시작하여 이 책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를 출간하게 되었던 것이다.


요한 마리는 18살 때 어느날 처음으로 감정조절을 할 수 없이 바닷가에서 하염없이 울었고, 고통스러운 마음에 숨고 싶기만 했다. 병원을 찾아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파록세틴을 10mg처방받아 복용한 후 너무나 빠르게 우울한 기분은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 권하기까지 했고 이렇게 시작한 약물 복용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처음과 달리 시간이 지나서 점점 우울함과 쳐짐은 심해졌고 약물 복용량은 늘어나 60mg까지 늘어났으며 부작용으로 체중증가와 발한이 생겼지만 우울증 약을 끊을 수 없었다. 여기서 그는 우울증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천착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약물치료의 한계에 대해 통렬히 지적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우울증의 9가지 원인을 문헌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연구하여 정리한 후에 어떻게 하면 우울증을 극복하고 생활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제시한다. 그중 핵심은 ‘단절’이다. 이 책의 원제가 ‘lost connection’인 것도 그가 우울증을 인간과 인간, 개인의 사회와 단절에 대한 반응이자 적응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늘도 약물처방을 하여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저자의 주장을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왜 그가 이 책을 썼는지 나름 추측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담고 있는 장점이 충분히 많다고 여겼기 때문에 소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체중증가와 발한의 부작용이 있었고, 약물의 용량이 점점 늘어나기는 했으나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고, 저널리스트로 성공적인 사회적 성취를 해냈다. 비록 완전히 약을 끊을 정도의 과정에 이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점이나, 약물 치료의 도움을 분명히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저 요한 하리와 같이 고학력의 높은 지적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에너지 레벨을 획득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보았다. 약물치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100을 120으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100이 60이하로 떨어져서 해야 할 아주 기본적인 것들조차 해낼 에너지가 없는 상황을 막아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그는 약물을 매개로 한 단순한 ‘질환 모델’이 아닌 삶의 맥락 전체를 조망하는 전체적 시스템의 관점, 관계의 관점에서 봐야 우울증을 진짜로 이해하는 문이 열린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의 이런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가 찾아낸 우울증의 원인들은 이렇다.


우울증을 바라볼 때 가난, 상실, 고립과 같은 곤경뿐 아니라, 공동체의 존재, 직업의 유지와 같은 안정제로 할 만한 보호막이 있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68%가 발병하기 일년 전에 중대한 부정적 사건을 경험했고, 심각한 부정적 사건이 겹치면서 만성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우울증은 더 높게 발병위험율이 올라가는데 반해, 보호막과 같은 안정제가 있을 때에는 스트레스를 중화해준다는 것이다. 절망의 일반화는 기름막처럼 인생 전반으로 흘러 자기자신을 포기하고 싶어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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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우울증과 연관된 다른 요소는 삶의 주도권이다. 저자는 영국의 화이트홀 연구를 소개한다. 공무원의 직급별 건강과 사망률을 추적한 연구인데 상위직급 공무원이 하급 공무원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가능성이 1/4로 적었고 우울증도 적었다. 실은 상위 공무원에게 책임도 많고 일의 양도 많을 수 있지만, 이들이 더 건강한 이유는 주도권이었다. 하위직 공무원은 자기가 하는 일에 주도권을 가질 수 없고, 시키는 일만 해야 하고, 누구도 그들이 해낸 일에 고마워하거나 감사하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사는 삶이 몸에 배게 되고, 인생의 주도권을 잃은 상태로 지내다가 영혼을 파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렵고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우울증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은 느낀다는 것은 우울증의 중요한 선행요인이었다. 외로움이 50-60% 수준으로 높게 느낄 때 우울증이 발현할 확률은 8배 증가한다는 연구를 저자는 소개한다. 더욱이 생리반응을 보면 외로운 사람은 매우 예민해져서 쉽게 각성하고, 대인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위협적으로 느끼게 되므로 더욱 단절되고 폐쇄적인 삶을 선택한 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일종의 눈덩이 효과가 일어난다며 외로움이란 감정의 문제를 말한다.


그 외에도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 물질주의적 추구의 문제, 유년기의 외상의 흉터가 성인기에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 지위와 존중의 단절이 주는 열패감의 문제, 자연으로부터 단절된 환경적 요인, 미래를 조망하지 못하는 삶, 생물학적 취약성을 갖고 태어난 것 등 모두 9가지 다양한 요소를 설명한다. 약물치료의 중요한 원인제공자인 생물학적 변인은 9가지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그 비중이 확연히 작아졌다. 그러므로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단순한 약물치료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나머지 8가지 원인까지 면밀히 판단하고 평가해야만 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이 부분이 저자가 오랜 기간의 자기 자신의 우울증 치료의 한계를 경험한 후 조사 연구를 해서 내린 결론이 아닐까?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여러 가지 단절에서 벗어나는 것,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 삶의 의미를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 가난과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적 노력, 개인에 천착해서 우울증의 심연에 들어가지 않도록 자연에 나가 경외감을 경험하며 나란 존재의 작은 입자성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정리할 수 있었다.


우울증은 이렇게 복잡한 문제다. 필요한 사람은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한 약물 치료로 오래지 않아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도 매우 많다. 그러나, 단순한 질환모델로 우울증의 여러 증상이 있으므로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된다는 1:1 공식은 우울증의 본질을 깨닫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십 년 넘는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 경험에서도 매일 깨닫고 있다. 그런 면에서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는 우울증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한 쪽으로만 보지 않고 전체적 그림으로 그려보며, 무엇이 각 개인에게는 문제의 핵심인지를 찾아내는 데 유용한 책이다.  

 


 

 

물어봐줘서 고마워요요한 하리 저/김문주 역 | 쌤앤파커스
당신도 몰랐던 당신의 ‘단절’에 대해, 그 ‘잃어버린 고리들’에 대해 밝혀내고 그것을 다시 회복시켜주는 아주 새롭고 지적인 해결책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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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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