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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젊음을 제물로 삼는 악은 건재하다

과연 어떤 흥행 성적표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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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에서 <사바하>로 이어지는 오컬트 여정은 그래서 끝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바하>는 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2019.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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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바하> 포스터


 

(*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지도 모를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이름을 알린 <검은 사제들>(2015)을 비롯하여 원작 단편으로 알려진 <12번째 보조사제>(2014), 그리고 신작 <사바하>까지, 오컬트 영화(occult movie)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눈에 잘 보이지 않되 그 피해는 심각한 부조리의 심연을 파고든다. 오컬트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 악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장르를 의미한다. 이 장르를 취했다는 건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 깊게 내재한 악(惡)이 복잡하게 얽힌 형태로 뿌리를 내리고 있어 초현실의 영역이랄 수 있는 종교적인 투쟁까지 동원할 정도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의 제목 ‘사바하 娑婆訶’는 산스크리트어 ‘svaha’의 음사라고 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소서’와 같은 주문의 끝에 붙여 성취, 길사의 뜻을 나타낸다고 한다. 가만, 오컬트나 엑소시즘(exorcism)이라고 하면 보통 기독교에서 천사와 반대되는 사탄을 퇴치하는 걸 의미하지 않나? 맞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신흥 종교의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박 ‘목사’(이정재)다. 근데 제목이 사바하라니?

 

박 목사가 의문을 품고 조사하는 종교 단체는 사슴 동산이다. 요셉(이다윗)을 이 조직의 신도로 위장시켜 조사해본 결과, 이들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을 벌이고 있다. 미륵, 즉 미래의 부처를 수호하겠다며 그의 일환으로 특정 조건에 맞는 소녀들을 찾아내 살해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것. (사실 이것보다 더 복잡하고 디테일한 이야기를 꾸미고 있지만, 곧 관람할 예비 관객을 위해 이 정도만!) 도대체 사슴 동산의 누가, 무엇을 위해 이런 무시무시한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의문만으로도 박 목사는 머리가 복잡할 지경인데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나한(박정민)과 의문의 쌍둥이 동생이 있는 금화(이재인)까지 가세한다.

 

벽면을 가득 채운 탱화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신장당이 등장하고 이곳에 숨겨진 경전에는 풀어야 할 무수한 예언 상징들이 적혀있는 등 <사바하>는 불교의 요소를 도입해 기존의 오컬트와는 시각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더라도 불가해한 사건과 인물을 쫓아 악을 퇴치하려 우리의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한다는 장르의 이야기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굳이 장르의 클리셰를 따지지 않더라도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그랬듯이 한국적인 오컬트 배경 속에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특정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죽음의 이미지로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방식을 이번에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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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바하>의 한 장면

 

 

그래서 <사바하>가 다루는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금화가 1999년생이라는 설정은 예사롭지 않다. 극 중 현재인 2015년에서는 16세인 셈인데 우리는 이 나이대의 아이’들’을 잃어본 가슴 사무치는 아픔의 경험을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검은 사제들>에서도 장재현 감독은 여고생의 몸을 숙주로 삼은 악의 발현을 묘사하며 살풍경한 당시 한국 사회를 우회적으로 반영한 전례가 있다. 배경을 달리했어도 <사바하>가 장르로 동일성을 꾀하고 있다는 건 <검은 사제들>에서 주목한 악이 세를 줄이기는커녕 무지한 인간들을 앞세워 더욱 조직적으로 위세를 발휘하고 있다는 심증의 반영이다.

 

다르다면, <검은 사제들>에서의 추상적인 형태의 악이 <사바하>에서는 상징적이지만,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 그 실체는 바로, 알려드리고 싶어도 그럴 수는 없고, 이 정도 선까지 밝힐 수는 있겠다. 꽃 같은 젊음을 희생시켜 이득을 얻는 이는 누구이며,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 비극을 경험하고 목격했으면서도 이의 상태를 외면하고 부정하고 무관심으로 방치하는 세력의 의도는 무엇인가, 정도까지 말이다. 인간은 유한의 존재이지만, 욕망은 끝이 없어서 무한을 향한 영생의 되도 않는 꿈을 꾸기도 한다. <사바하>의 영문 제목(<Svaha: The Sixth Finger>)에 부제로 붙은 ‘여섯 번째 손가락’을 가진 누군가는 자신을 신의 위치로 격상해 인간의 생보다 오래도록 유지되는 그것, 절대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뱀의 혀를 날름거리는 등 어떠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요컨대, 기성이 젊음을 제물로 둔 권력 관계를 오컬트로 접근한 <사바하>가 최종적으로 가닿는 지점은 ‘무력감’이다. 박 목사는 눈보라가 자동차 앞 유리를 심란하게 몰아치는 밤 도로를 원망 섞인 눈으로 응시하며 구원자가 되어주어야 할 신을 향해 어디에 있느냐고, 왜 이 상황을 가만 놔두고 있느냐는 요지의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사바하,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금화와 같은 어린 생명을 위협하는 비극이 이 영화에서만큼은 끝을 맺는 것이 아닌가? 악은 몰상식과 비도덕과 비정상이 판을 치는 혼란한 틈에 기생하고 위력을 키운다는 정도로 갈음하자.

 

<검은 사제들>에서 <사바하>로 이어지는 오컬트 여정은 그래서 끝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사바하>는 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사슴 동산을 축으로 박 목사와 금화와 나한으로 이어지는 미스터리의 풀이 방식이 중반까지 압도적이었는데 실체를 드러내야 하는 후반부에 감독의 연출 퇴마술(?)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인상이었다. 그와 별개로 이 장르가 앞으로도 제작되고 관객의 관심을 받는다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한국 사회가 여전히 악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라는, 그로 인한 무의식이 사람들을 심리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어 영화에 반응하게 했다는 역설로 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사바하>가 과연 어떤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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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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