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형 “제게는 도시락 책이 있어요”
동화작가 임지형의 서재
가방에 읽을 책은 늘 두 권정도 가지고 다녔어요. 한 권은 읽고 있는 책, 또 한 권은 언제 어디서 다 읽을지 모르니까 읽고 나면 바로 읽을 책. 전 그 책을 도시락 책이라고 불렀어요. (2019. 01. 07)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렴풋이 기억하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쯤 예요. 그 이전에도 책을 읽었던 것 같기는 한데 고등학생이었던 오빠의 가방 안에 있는 파우스트를 꺼내 읽은 후로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열심히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생긴 습관 중에 하나가 가방에 읽을 책은 늘 두 권정도 가지고 다녔어요. 한 권은 읽고 있는 책, 또 한 권은 언제 어디서 다 읽을지 모르니까 읽고 나면 바로 읽을 책. 전 그 책을 도시락 책이라고 불렀어요.
책 읽는 시간은 저자께 왜 소중한가요?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제게 책은 나를 버티게 해준 버팀목이자 은밀한 대화를 하는 친구예요. 중학교 때 엄마, 아버지가 차례로 돌아가셨어요.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지요. 책은 그런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었어요. 비밀을 얘기해도 소문 날 염려 없고, 잘못을 꾸짖거나 나무라지도 않았어요. 언제나 온전히 내 편이 되어주면서 힘들 땐 다독여주고, 슬플 땐 위로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허전할 때 내 마음을 꽉 채워주었어요. 그러니까 책은 늘 나를 지탱하고 힘을 주는 친구이자 연인이었어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질문을 받고서야 내가 요새 무엇에 관심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지금 글 쓰는 책상에 얼른 보이는 책이 오가타 타키히로의 『비밀기지 만들기』 , 구시노 가오루의 『재난에서 살아남기』 같은 책이네요. 동화를 쓰다 보니까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따라잡기 위해 늘 고민을 해요. 그러다보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책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작가의 동화나 청소년 소설도 많이 읽고요. 다른 작가들은 아동과 청소년의 현실을 어떻게 다루고, 쓰고 있는지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최근작 『바나나가족』 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작 『바나나가족』 은 여행을 하면서 가족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 가족이 한국 땅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면 여행을 하더라도 특별히 가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기러기가족인 주인공은 삶의 터전이 달라 여행을 하면서 비로소 서로의 아픔을 볼 수 있죠. 가족은 너무 가깝고 편해 자칫 소홀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사의 추천
들개
이외수 저 | 해냄
나의 인생을 바꿔놓은 책, 이외수 작가의 '들개'이다.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뒤통수를 해머로 맞은 듯한 강렬한 충격이었다. 그 당시로는 너무나 파격적이었던 (고등학생 시절) 작품을 읽고 이런 멋진 작품을 쓰는 사람이 작가라면 나도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결국 20년 만에 작가가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저/이순영 역 | 문예출판사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 사는 동안 막막하고 힘들 때마다 신을 원망하기도 했는데 이 책을 본 후로부턴 원망이 줄었다. 두 아이를 막 낳은 엄마의 영혼을 거두라는 명을 거부하는 천사에게 신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결국 천사가 깨달은 건 인간은 한치 앞도 모른 다는 것이고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산다는 거였다. 그 사랑을 부모가 아닌 이웃도 베풀 수 있다는 걸 삶을 통해서 봐왔기 때문에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저 | 한문화
열심히 쓰는데도 성과가 없을 때마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나였다. 발목을 잡고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게 만들면서 나를 책망하는 사람도 나였다. 다행인건 그런 나를 달래주면서 그래도 한 번 가보라고, 끝까지 가보면 무언가가 보이지 않겠냐고 격려해주며 이끌어준 길잡이 같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고래
천명관 저 | 문학동네
멋진 작품을 읽으면 의욕이 불끈 솟아오른다. 읽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창작욕이 마구 쏟아져서 한동안 읽고 쓰는 일도 좋다. 그런데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좌절'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작가의 방대한 상상력 앞에 무릎이 꿇어졌고, 비교적 두꺼운 책인데도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인력 앞에 내가 한 없이 작게 느껴졌다. 그 어떤 책보다 서사의 힘이 강하고 재미있는 책임엔 틀림없다.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저 | 북스피어
작가들은 누가 얼마를 벌었고, 어떻게 벌었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이야기 하는 건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건 일본도 마찬가지라는데 모리 히로시가 그간의 금기를 깨고 작가로 살아온 19년의 수입을 낱낱이 밝힌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업으로서의 작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고, 밥벌이로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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