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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배우들과의 인터뷰, 그 못 다한 이야기

2018년 <윤하정의 공연세상>, 그 못 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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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공적으로 만나 사적인 얘기까지 나누는 꽤 애매한 작업이다. (2018. 12. 26)

인터뷰는 공적으로 만나 사적인 얘기까지 나누는 꽤 애매한 작업이다. 배우들을 만나면 보통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데, 작품이나 그 흔한 꿈과 목표에 대해서만 묻고 답하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러니 평소 낯을 심하게 가려 공연장 밖에서 배우를 만나면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기자지만, 인터뷰가 시작되면 마치 내성적인 배우가 코믹 연기를 펼쳐보이듯 능청스레 농담도 건네고 무대 안팎에서 들었던 이런저런 얘기도 던져본다. 그러다 보면 작품에 대한 심오한 분석은 물론이고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배우의 모습, 때로는 어떤 사건의 뒷얘기를 알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기사로 노출되는 인터뷰는 큰 맥락을 유지하며 분명히 들었으나 알아서 거르거나, 표현을 바꾸거나, 이래저래 문제없도록 좀 더 갖춰진 문장으로 편집의 과정을 거친다. 가끔은 어쩔 수 없이 묵혀둔 이야기에 입이 간질간질할 때도 있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기사로 준비해 봤다. 2018년 <윤하정의 공연세상>, 그 못 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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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보다는 못한 정동화


2017년에서 2018년으로 해가 바뀔 때 <타이타닉>으로 가장 화제가 됐던 배우는 정동화 씨였다. 1인 6역을 어찌나 맛깔스럽게 연기하는지, 게다가 당시 <타이타닉> 티켓 판매를 위해 홈쇼핑에도 출연하지 않았던가. 지금이야 뮤지컬배우들의 홈쇼핑 출연이 익숙한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지만, <타이타닉>이 첫 시도였던 만큼 배우로서 꺼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후 <존 도우>로 만났을 때 물어봤더니, ‘오디컴퍼니에서도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작품 홍보하는 거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출연했다’며 쿨내 진동하셨다. <존 도우>에서 맡은 윌러비와도 이미지가 잘 어울리고, 정동화 씨가 공연계에서 ‘인성 좋기로 소문도 자자하다’고 했더니, ‘조인성 씨보다는 못하다’며 아재 내음까지 흩뿌렸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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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배우 방진의 & 김지현


일정이 겹쳐서 김지현 씨와 방진의 씨를 같은 날 인터뷰하게 됐다. 평소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몇 시간 사이로 인터뷰를 하다 보니 두 사람이 얼굴도, 체격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두 배우에게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더니, 김지현 씨는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본인은 잘 모르겠다’고 했고, 방진의 씨는 가끔 김지현 씨 찍힌 사진을 보면서 ‘이거 난가?’ 생각한단다(웃음). 여러분 생각은? 참, 김지현 씨에게 왜 드레스 입는 인물은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드레스는 보통 대극장 라이선스 공연에서 입게 되는데 자신은 현대물을 해야만 대극장에 설 수 있다며, <모래시계> 할 때도 어찌나 긴장했는지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모래시계> 끝나고는 밤에 커피를 마셔도 무척 잘 잤단다. 너무 겸손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훗날 드레스를 입게 된다면 ‘기자님의 선견지명으로 알고 영광을 돌리겠다’고 했다.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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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수의 술 멤버


<신과 함께_저승편>으로 만났던 서경수 씨는 인터뷰하기 꽤 힘들었다. 무대 위의 그는 강림처럼 무뚝뚝하고 조금은 까칠해 보여서 인터뷰하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너무 심플하고 털털하다고 할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자면 소개팅에서 만난 공대생처럼 말해서 인터뷰가 힘들었다(웃음). 단답형으로만 답하던 서경수 씨가 유일하게 술 멤버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했는데, ‘(한)지상이 형, (정)원영이 형, 박강현이랑 자주 만난다’고. 모두 같은 더프로액터스 소속인데, 한지상 씨는 소속사를 옮겨서 ‘전 프로’라고 놀린다며. 어쨌든 그 술자리에 끼고 싶은 사람 많겠다! 참, 서경수 씨에게 언젠가 하고 싶은 작품을 물었더니 나이 들면 <맨 오브 라만차>를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 달쯤 지났을까? <맨 오브 라만차>를 보러 갔는데, 2줄 앞에 서경수 씨가 앉더라. 쑥스러워서 인터미션 때도 인사는 못 건넸지만, 공연 끝나고 기립해서 크게 박수치는 모습을 보며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무대에 서는 날을 응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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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에 버금가는 TMT 루이스초이


성악가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준 루이스초이 씨는 이른바 ‘TMT, too much talker’다. 김호영, 정욱진 씨에 이어 2시간 동안 인터뷰하다 나중에는 살짝 어지럼증이... 카페에서 간단한 음식이 나오자 그는 인터뷰를 중단하기도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배고프다고. 한 끼 안 먹는다고 차이가 나느냐고 물었더니, ‘배고플 때와 배부를 때의 얼굴선이 다르다’고 일침을 놓았다. 낭독뮤지컬 <어린왕자>로 첫 소극장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였는데, 관객들 눈이 다 보일 것 같다며 떨린다고. 다행히 시력이 안 좋다며, 대극장 공연 때도 ‘어떻게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여유를 부리는지’ 팬들이 궁금해 하는데, 사실은 ‘뵈는 게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웃음). 참, 실제로 김호영 씨와도 친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사실 확인을 하려고 녹음 내용을 다시 듣자니 너무 길어서 포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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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동안 김지휘의 다짐


<어린왕자>를 준비하고 있는 김지휘 씨를 만났을 때는 모두가 알고 있는 ‘순수’의 아이콘 ‘어린왕자’를 맡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앳된 외모에 실제로 대화를 나눠 보니 이미지에 잘 맞았다. 지금껏 김지휘 씨가 연기한 인물도 비슷한 결이고, 심지어 여전히 <마이 버킷 리스트>를 하지 않느냐며 응원했더니, <마이 버킷 리스트>는 2018년이 마지막이라고. ‘(주)민진이와 동갑이고 (박)유덕 형이 1살 많은데, 우리가 30대 중반에 10대 연기를 하는 건 너무하다’며,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고 했다. 과연 그렇게 될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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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에게 리차드는 친구 같은 캐릭터


2007년 뮤지컬 <쓰릴 미>의 리차드로 데뷔해서 2018년 연극 <네버 더 시너>의 리차드까지 연기하고 있는 이율 씨에게 리차드는 어떤 존재인지 물었더니 캐릭터로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했다. 친구는 닮아간다는데, 절대 닮아서는 안 되는 친구라고. <쓰릴 미> 10주년 공연에도 참여했지만 또 섭외가 오면 당연히 응할 거란다. 다만 그때는 네이슨을 해보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웃음). 참, 기자는 <쓰릴 미>의 키스신이 초연 앙코르 때부터 생긴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율 씨는 첫 공연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누구의 기억이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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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화가 바라본 송용진의 엉덩이


<빨래>의 솔롱고로, <록키호러쇼>의 브래드로 대학로의 끝과 끝을 오가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던 진태화. <록키호러쇼>는 노출이 있는 만큼 준비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브래드는 사람다웠으면 좋겠다는 주문에 따로 몸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그런데 송용진 씨의 엉덩이가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단다. 송용진 씨 스스로도 아는지, 원래 의상에서 더 걷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웃음). 응원하는 차원에서 진태화 씨의 눈매가 조승우 씨를 닮았다고 했더니 굳이 부인하지는 않으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연기를 닮아야 할 텐데’라고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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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렬의 잘사는 비법


인터뷰 당시 윤형렬 씨는 주중에는 뮤지컬 <바넘 : 위대한 쇼맨>의 아모스로, 주말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로 무대에 서고 있었다. 무대 밖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더니 일반인 친구가 많다며, 공연이 없을 때는 그들과 캠핑을 가거나 자연 속에 있는 게 아주 좋다고 했다. 유독 자연 얘기를 많이 하기에, 나이 들면 화초 키우는 이유를 알겠다던 선배의 말이 떠올라 ‘혹 꽃을 보면서 위로를 얻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아직 꽃이나 난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웃음). 더불어 배우는 항상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어차피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배우는 잘 먹고 잘살지 못하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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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혁. 드기슈와 크리스티앙 사이


뮤지컬 <6시 퇴근>으로 만난 주종혁 씨는 몇 년 전에 인터뷰할 때까지만 해도 파란의 라이언 이미지가 강했는데, 파란이 재결합을 했는데도 이제는 뮤지컬배우로 더 익숙하다. 특히 <시라노>의 드기슈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더니, 스스로 말하기 그렇지만 캐릭터를 익살스럽게 만들어서 (류)정한이 형이 ‘?아이’라고 좋아했단다. 그런데 솔직히 자신이 크리스티앙에 더 맞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크리스티앙이 유약하고 여리여리해야 하는데, (임)병근이 형이나 (서)경수는 너무 크지 않느냐며(웃음). 올해 <시라노>가 다시 공연되던데 캐스팅이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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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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