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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문학자’ 강판권 “숲길을 걷는 즐거움이란”

『숲과 상상력』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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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현재 남아 있는 숲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은 그 어떤 자료보다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2018. 12. 18)

강판권 선생님 사진 1.JPG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이 계절에 맞춰 숲을 다니며 나무를 관찰한 아름다운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숲과 상상력』 을 출간했다. 강판권은 『나무예찬』  , 『나무철학』 , 『회화나무와 선비문화』  ,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  , 『은행나무』  등 나무에 관한 책을 30권 이상 펴냈을 만큼 나무와 숲을 사랑한다. 저자는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지금은 인문학과 식물을 결합한 공부에 몰두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실 정도로 나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니게 된 계기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나무를 만난 것은 대부분의 사람처럼 태어나 걸어 다니면서였지요. 인간은 누구나 나무를 만나지 않고서는 한순간도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무를 만난 것과 나무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은 것을 구분합니다. 제가 나무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은 계기는 시간강사 시절 생존의 위기를 맞아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나무를 학문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절박한 시절, 인문학자로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말 인문학 전공 시간강사는 대부분 생존의 위기를 맞았고, 저는 생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극적으로 나무를 만났습니다.  
   
이전에 나무에 관해 써오신 수많은 책이 있습니다.  『숲과 상상력』 은 나무에서 숲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데, 이 책에는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나요?

 

저는 그동안 나무를 한 그루 단위로 이해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정확하게 알아야만 숲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개성을 이해하려면 자연스럽게 숲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숲과 상상력』 은 제가 나무를 만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저는 나무를 만나고자 수없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나무들이 모인 숲을 직접 찾아가서 정리한 적이 없었습니다. 숲은 나무 한 그루와 더불어 인간과 역사 및 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대상입니다. 숲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현재 남아 있는 숲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은 그 어떤 자료보다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숲은 전국의 숲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인문학자가 만난 숲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간 개별 나무에 대한 기록과 더불어 앞으로 소중한 자료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현대인에게 치유의 숲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숲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심신을 치유하기도 하지만, 숲에서 생명의 근원을 깨닫는 점에서 치유가 이뤄진다고도 하셨습니다. 가장 힘들던 때 선생님을 일으켜 세운 것도 바로 나무라 하셨는데, 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숲을 치유의 대상으로 삼지만, 진정한 의미의 치유는 숲을 자기 자신처럼 생명체로 파악할 때 가능합니다. 숲을 치유의 대상으로만 삼을 경우 숲의 치유는 어려워집니다. 숲은 단순히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닙니다. 인간은 숲의 능동적인 생태를 인정할 때 진정으로 숲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소통은 동등한 가치를 인정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나무를 통해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나무를 생명체로 인식하고 소통했기 때문입니다. 나무와 소통한다는 것도 나무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나무는 오로지 자기 삶에 집중하면서 결코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나무와 소통할 때 삶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힘을 얻죠.

 

『숲과 상상력』 은 계절에 따라 저마다 다른 절경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숲을 소개해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12월 겨울을 맞아, 특히 겨울에 가보면 좋을 숲을 추천해주세요.

 

어떤 숲이든 계절마다 절경입니다. 다만 제가 꼭 만나고 싶었지만 아직 만나지 못한 숲은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위치한 자작나무숲입니다.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가 이룬 숲은 눈 내리는 겨울과 아주 잘 어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그곳의 자작나무숲처럼 울창한 숲을 거의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제 겨울 자작나무숲은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거리상의 문제도 있지만 기후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인제 자작나무숲을 계속 그리워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리움이 깊어야 만남도 그만큼 아름다워지기 때문입니다.

 

 

강판권_선생님_사진_2.JPG

 

 

맺음말에서 도심에 사는 현대인들이 대학 캠퍼스나 공원 숲을 찾아서 즐기는 방식을 소개하셨습니다. 저마다 사는 지역 주변 숲에서 어떻게 자연을 즐기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일상에서 찾는 행복만큼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각자 사는 곳에서 숲을 만나는 것은 먼 곳의 숲을 찾아가는 것만큼 가치 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근처 가로수길이나 공원에서 숲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건강에 좋다거나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숲을 만나면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숲에 사는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면 숲에 대한 애정이 훨씬 깊어집니다. 나무의 이름을 알고 숲을 만나면 나무가 살아가는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태도로 숲과 만나면 아무리 작은 숲일지라도 그 속에 수많은 얘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가까운 곳의 숲이 전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최근 국립공원의 일본잎갈나무 벌목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본잎갈나무숲에는 다른 나무가 살지 못해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래종이라도 오랫동안 자란 나무를 베어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외래종일지라도 나무를 무조건 베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그 나무의 삶을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잎갈나무의 경우 녹화사업 과정에서 아주 긴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이유로 일본잎갈나무를 벤다는 것은 생명체로서의 나무에 대한 모독이자 배신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무의 역사성입니다. 일본잎갈나무는 우리나라 나무의 역사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무조건 벤다는 것은 일본잎갈나무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다만 생태계 교란과 관련해서 다른 식물과의 생태 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생종과 외래종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숲과 상상력』 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을 읽는 방법은 오로지 독자의 몫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책을 통해 독자들이 나무와 숲을 오롯한 생명체로 인식하게 되는 일입니다. 더욱이 어떤 숲이든 상대적으로 비교하지 말길 바랍니다. 한 그루의 나무와 숲은 사람처럼 그 자체로 존귀하니까요.


 

 

숲과 상상력강판권 저 | 문학동네
다른 생명체에게 자신을 조금씩 내어주는 상생의 길을 택한다. 또 자연생태와 인문생태가 어우러진 숲속 곳곳에는 인간이 나무와 함께한 사연이 전해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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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숲과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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