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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특별한 사람들의 ‘마니아 미디어’

마니들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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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미디어 사용률과 독서 경험을 비교해보면, 1년 동안 책을 읽은 사람이 고작 한국인의 절반 정도라는 조사결과는 의외로 책 읽는 사람이 꽤 있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음을 뜻한다. (2018.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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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2017년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동안 책을 읽은 적이 있는 사람은 응답자의 54.9%이다. 약 절반 정도의 한국인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절반 정도가 1년 동안 책을 읽은 적이 있다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워낙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통계 수치로 인해 우리는 가끔 착시에 빠지기도 한다. 살짝 의심해보기로 하자.

 

TV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예 그런 조사가 없다. 조사 하나마나 100%의 사람이 TV를 보았다고 응답하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TV가 없는 집이 있을 수는 있다. 설사 집에 TV가 없다고 해도 텔레비전을 안 보면서 1년이라는 세월을 보낼 재간은 없다. TV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도 버스 터미널에도 공항에도 있다. 책을 1년 동안 한 페이지도 안 읽고 살기는 어렵지 않지만 TV를 잠시라도 안볼 재주를 지닌 사람은 없다.

 

다른 미디어 사용 실태를 조사해도 TV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여론 조사 설문지를 받았는데, 그 설문지에 “당신은 1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한 적 있으십니까?”라든가 “당신은 1년 동안 라디오를 들은 적 있으십니까?” 혹은 “당신은 1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 있으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발견한다면 피식 웃으면서 혼잣말 할 것이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라고. 이렇게 다른 미디어 사용률과 독서 경험을 비교해보면, 1년 동안 책을 읽은 사람이 고작 한국인의 절반 정도라는 조사결과는 의외로 책 읽는 사람이 꽤 있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음을 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책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 폰처럼 보편적 미디어가 아니다. 책은 특별한 사람들의 ‘마니아 미디어’이다.

 

니은서점의 임시 오픈 기간을 포함하면 5달, 정식 오픈 기간만을 계산하면 4달 동안 서점에서 세상 구경을 했다. 서점에서 바라본 세상은 80%의 결과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발생한다는 ‘빠레토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서점 앞을 오가는 사람과 서점에 들어오는 사람의 비율 역시 ‘빠레토의 법칙’을 따른다. 서점 앞을 오가는 사람 100% 중 20%만이 서점에 들어온다(사실은 2%일지도 모르지만, 냉정하게 2%라고 말하면 너무 절망스러우니 희망을 더해 20%라 표현한다). 서점에 들어왔던 손님 중 다시 20%만이 니은서점을 재방문한다(이 역시 희망사항을 더해 계산한 수치이다). 서점에서 손님이 잠시나마 살펴보거나 눈길을 주었던 책 중에서 20%만이 구매되는 영광을 차지한다(당연히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순전히 경험치에 의존해 ‘감’으로 제시하는 숫자이다).

 

1년 중 책을 한권이라도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80%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후하게 계산해도 책을 한 권이라도 산 적이 있는 사람은 많아 봐야 20%를 넘지 못할 것이다.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산 적이 있는 전체 인구 중 20%의 사람만을 따로 분석해보면, 이들은 다시 빠레토의 법칙에 따라 분화될 것이다. 책을 매우 많이 구매하는 20%와 책을 적당히 구입하는 80%로(이 모든 수치는 또 다시 강조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이 오로지 감에 근거해, 빠레토의 법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제시한 것이기에 이 숫자를 믿고 인용하면 큰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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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러 서점에 들렸던 당신이라는 20%에 속한 사람, 서점 방문을 한 사람 중에서 책을 구입한 20%에 속한 당신이라는 사람, 책을 구입한 사람 중에서도 통신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책 구입에 지출한 20%에 속한 당신이라는 사람, 그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마니아’이다.

 

두 집 건너 카페가 즐비한 대한민국의 이 거리에서 마니아 업종인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과 독자이자, 서점 방문객이자, 책을 구매하는 마니아는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서로를 알아본다. 우리는 특별하니까. 특별한 우리가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기 가장 좋은 곳, 언제나 그랬듯이 그 곳은 우리 마니아들의 안식처인 그 어딘가에는 있는 당신만의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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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노명우(사회학자)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론이 이론을 낳고 이론에 대한 해석에 또 다른 해석이 덧칠되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폐쇄적인 학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연구 동기를 찾는 사회학을 지향한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인생극장』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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