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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소설가가 지금 읽고 있는 책 – 김서령 편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궁금해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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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일까 싶어 먼저 넘겨봤다가 도저히 덮지 못하고 정신없이 읽는 중이에요. 그러면 안 되는데. (2018.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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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소설가 김서령입니다. 두달 전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라는 제목만 쿨한 산문집을 냈습니다. 연말이다보니 여기저기 낭독회다 뭐다 해서 작가들을 부르는 일이 많아 밤무대 가수가 된 기분으로 지내고 있어요.

 

하하하! 밤무대 가수요. (웃음) 그런데 요즘, 뭐 읽는 중이에요?

 

열여섯 명의 작가들이 모여 동물권을 콘셉트로 하는  무민은 채식주의자』  라는 짧은 소설 모음집을 출간했어요. 저도 참여했고요. 구병모, 정세랑, 황현진 작가 등이 썼어요. 며칠 전에 책이 나와서 한 편 한 편 공들여 읽는 중이고요. 수익금 일부를 동물권행동 ‘카라’에 기부하는 책이라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관심을 많이 주시고 계세요. 서영인 평론가의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은 며칠을 까르르 웃으며 읽은 산문집이고 미지 작가의  『네 컵은 네가 씻어』  는 페미니즘 책인가 싶어 들추었다가 아주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읽었어요. 20개월 아기를 잃은 작가가 아기에게 채 하지 못했던 말, 그리고 살면서 입 밖으로 쉽게 낸 적 없었던 말들을 책으로 엮은 거예요.  『네 컵은 네가 씻어』   역시 작가가 하지 못했던 말 중의 하나고요. 그리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은 낭독 모임을 만들기 위해 골라낸 책인데, 사실 미리 읽으면 안 되거든요. 미리 읽어오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 번갈아가며 한 장씩 함께 읽어가는 모임이에요. 어떤 책일까 싶어 먼저 넘겨봤다가 도저히 덮지 못하고 정신없이 읽는 중이에요. 그러면 안 되는데.

 

왜 그 책을 선택한 거죠?

 

제가 지금 용인 수지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그곳엔 낭독 모임이 아주 많아요. 그냥 와서 자기가 낭독하고 싶은 만큼 낭독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려운 문장, 이해하기 힘든 구절이 나오면 으응?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하기도 하고 끄응, 신음소리가 섞이기도 하는 날것 그대로의 독서예요. 일주일에 한 번쯤 모이는데, 어떤 낭독회에선 마르크스의  『자본론』  을 2년 동안 읽었고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도 1년 넘게 읽고 있대요. 신기하지 않아요? 20대부터 70대 분들까지 오세요. 백발의 회원분이 볼펜으로 깨알같이 메모하며 책 읽는 모습, 진짜 멋지거든요. 전 완전 반해버렸어요. 요즘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낭독 모임이 엄청 인기인 것 같아요. 혼자선 엄두가 안 나지만 함께 읽으면 완독할 수 있다는 사실. 저는 어떤 책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을 골랐어요. 북클럽으로 변화하는 건지 섬 사람들의 이야기라 끌리기도 했고 이 소설이 편지체로 쓰여진 것이라서 낭독하기에 좋다는 점,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북클럽에서 읽는 고전문학들을 제가 찬찬히 소개해드리고도 싶어서 이 책을 고른 거예요. 낭독모임에 딱 맞지 않을까 해서요.

 

소설가가 어떻게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작가들을 각지의 도서관으로 파견하는 거예요. 도서관 이용자들이 문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거죠. 그래서 재미난 책들 모아 컬렉션도 만들고 작가와의 만남도 기획하고 그래요.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전에도 잘 알아서 아기가 어렸을 때 유모차 끌고 드나들던 곳이에요.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금방 답하시나요? 거절하시나요?


거절까지 할 리가요. 답하기 싫으면 미루는, 게으른 성정이에요. 그래도 책 이야기라면 사실 밤을 새고라도 하죠. 즐겁잖아요.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사람들이 종종 그래요. 작가 딸이니까 책 좋아하겠어요, 라고요. 저도 막연히 그럴 거라 기대했는데, 웬 걸요. 네 살 우리 집 아가는 지진 놀이할 때만 책을 꺼내와요. “엄마, 지진이 나면 이렇게 책을 머리에 쓰고 책상 밑으로 숨는 거야! 엄마도 해봐!” 가끔은 볼링 놀이도 해요. 책 세워놓고 공으로 쓰러뜨리기 그런 거요. 그래도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레베카 페터슨의 그림책 『화가 나서 그랬어』 를 빌려갔더니 자기랑 닮았다고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꼬마가 바락바락 소리지르고 길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거든요.

 

‘책이 뭐길래’ 이 코너! 흥행할까요? 혹시, 이 사람이 읽는 책이 궁금하다! 싶은 대상이 있나요?

 

이 코너는 흥행할 거예요. 확신해요. 뭔가 차듯차듯한 기자님이 인터뷰 요청하면 누구라도 얼른 대답할 것 같고, 사람들은 언제나 궁금해 하잖아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그런 궁금증. 그러니 잘될 거예요. 그리고 전 한창훈 소설가가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요.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김서령 저 | 허밍버드
그냥 묵묵히 맞은편에 앉아 있어 줄 것만 같은” 여자 친구들이, “내 생애에 와 준 가장 맑은 샘물”이며 여자로서 함께 나이 들어 가는 나의 엄마가, 하나의 작은 우주 같은 아기가, 그리고 오래된 인연들이 어느 때보다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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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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