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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귤 까먹으면서 보고 싶은 책

『80세 마리코 1』, 『몫』,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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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8. 11. 22)

[채널예스] 어떤책임.jpg

 


불현듯 : 최근에 ‘어떤,책임’을 진행하면서 번번이 고민을 너무 많이 했어요. 어떤 책을 소개해야 청취자 분들의 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하고요. 그래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고를 수 있는 주제를 생각해봤어요. 바로 ‘귤 까먹으면서 보고 싶은 책’입니다. 이 주제를 정했을 때 떠오르는 책이 있으셨어요?
캘리: 귤 까먹는 순간이 정말 좋거든요. 귤 까먹으면서 드라마 한 편 보거나 책을 설렁설렁 읽는 시간 말이에요. 태도가 그렇잖아요. 귤 까먹으면서는 뭘 엄청 집중하면서 하는 건 아니니까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을 골라왔습니다.


프랑소와엄 : 저는 귤색 커버의 책을 가져왔다는 사실! 기대해주세요.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80세 마리코 1』
오자와 유키 글/그림 | 대원

 

<채널예스>에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선생님이 격주 월요일에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라는 칼럼을 쓰고 계신데요. 이번 칼럼에서 이 책을 소개해주셨어요. 그걸 읽는 순간 ‘정말 읽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 마리코 할머니가 80세인데요. 지금도 에세이를 연재하는 작가인 거죠. 제가 요즘 노후를 고민 중이거든요. 나는 나이가 들어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될까를 고민하고 있고요. 80세까지 돈을 버는 할머니가 되는 게 제 꿈이라 이 책 소개를 읽고 곧바로 구매해서 읽었어요.


만화책이고요. 주인공은 ‘코다 마리코’라는 80세 할머니입니다. 마리코 할머니는 에세이를 한 군데에 연재하고 있고요. 남편은 15년 전 세상을 떠나 지금은 4대가 한 집에 살아요. 그런데 식구들이 할머니와 상의하지 않고 집을 새로 지을 계획을 세운 거예요.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마리코 할머니가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한 통 남기고 떠나는데요. 배낭 하나만 메고 나와서 집을 구하려고 하는데 80세 임차인을 누가 환영하겠어요. 쉽지 않아요. 그러다 우연히 24시간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되고, 그곳에서 글을 쓰고, 고양이도 만나게 됩니다. 또 예전에 좋아했던 남자도 만나게 되고요. 그렇다면 이 사람과 함께 동거하게 될까, 하면서 1권이 끝나요. 일본에서는 5권까지 나왔는데요. 무거운 이야기 같지만 너무 웃기려고도 하지 않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아서 좋았어요. 원작자가 좋은 어른들, 좋게 나이 들고,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찾은 소재라고 하고요. 씩씩하고 아이돌 같은 할머니를 그리면 재미있겠다, 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선지 만화가 재미도 있지만 건강한 노년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2권이 나오면 바로 볼 예정이에요.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몫』
최은영 저 | 미메시스

 

실제로 귤을 먹으면서 읽었어요.(웃음) 단편이니까 금방 읽겠지, 하면서 읽은 거죠. 다 읽고 난 후 까먹은 귤을 세어보니 일곱 개를 먹었더라고요. 서사가 막 전개되거나 갈등이 치달을 때는 귤 먹는 걸 잠깐 멈추기도 하고, 소설에 집중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말이에요.


이 소설은 학보사에 얽힌 이야기예요. 세 명이 등장하는데요. 학보사 선배인 ‘정윤’이 있고요. 신입생 ‘희영’과 ‘나(혜진)’가 나와요. 그런데 이 소설은 학보사 이야기라기보다 ‘글’이라는 것이 뭘까를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도입 부분에서 혜진이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 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이 이야기는 모든 글에 해당하는 이야기 같아요. 하다못해 몇 줄의 설명글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이 소설은 어쩌면 근본적인 문제, 쓴다는 것이 무엇이고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해주는 소설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시를 쓰면서 보잘 것 없는 것, 발 밑에 있는 것, 숨겨진 것,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 그리고 어둠이 찾아와야 겨우 빛나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이런 것들이 이 책에도 담겨 있었어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최은영 작가가 더 좋아졌고요. 그의 작품이 더욱 소중해졌어요.  『몫』 은 아마도 제가 최은영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저/루시드 폴 역 | 시공사

 

에스키모 언어에는 눈을 의미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언어에 경험과 삶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는 어떤 언어에만 있는 단어들을 아주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모아둔 책입니다. 이 책은 정말 소장해야 하는 책인데요. 그림책을 보듯 휘리릭 볼 수도 있지만 단언컨대 모든 분들이 여기에서 분명히 좋아하는 단어 하나는 꼭, 반드시 만나게 될 거거든요. 재미있고, 새로운 단어가 정말 많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그러니까 완전히 제 안에 자리잡은 단어는 일본어인 '코모레비'입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라는 뜻의 단어고요. 식물 좋아하는 제가(웃음) 볕 좋은 날, 특히 여름에 완연한 초록색의 잎사귀를 낸 튼튼한 나무 밑에서 햇살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아, 코모레비, 이러곤 해요. 또 이 단어는 정말 예쁩니다. 타갈로그어로 '킬릭'이라고 하면 '배 속에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을 말합니다. 로맨틱하거나 귀여운 상황이 벌어졌을 때 쓰는 단어래요. 그리고 두 분 '윤슬'이라는 단어 아시죠?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말하는데요. 여기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습니다. 스웨덴어로 '몽가타'라고 하면 '물결 위로 길처럼 뜬 달빛'을 말하는 거예요.


이 책은 루시드폴님께서 번역을 하셨어요. 재미있는 번역이 있는데요. 우르드어의 '고야'라는 단어의 설명 부분을 이렇게 번역했어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읽어줄 때, 정말 일어난 일처럼 믿게 만드는 고도의 구라'. 거짓말이 아니고 구라라고.(웃음) 재미있었어요. 이 책을 보시면 귤 까먹는 시간이 아주 재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지리라 생각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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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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