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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어두운 그늘도 우리 역사니까요”

『땅의 역사(1,2)』 저자 박종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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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 마찬가지죠. 어둠과 빛 양면을 다 알아야 역사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어릴 적 몰랐거나 잘못 알고 살아왔던 그 역사를 다른 사람에게는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2018.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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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을 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위대한 장군을 임금이 시샘하여 고문한 사실은 모른다. 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처참함을 안다. 그러나 대부분 그 비운의 왕비가 무당의 말만 믿고 아버지의 묘를 네 번이나 이장한 사실은 모른다.

 

이처럼 우리가 모두 아는 역사는 극히 일부분이고, 이마저도 일제에 의해 혹은 정부나 관광업 전문가 몇 사람에 의해 왜곡된 사실이 많다. 숨겨지고 잊혀졌던 이 땅의 역사를 밝은 곳으로 올려놓기 위해 27년째 전국을 누비고 있는 여행문화전문기자, 박종인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땅의 역사』 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땅의 역사』 는 일간지의 인기 칼럼이자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이기도 한데 책으로 출간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모든 창작물의 완성은 단행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도 하루 지나면 사라지고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단행본은 독자들이 두고두고 소화할 때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전체 맥락을 조망하면서 읽는다는 사실도 중요하지요.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

 

『땅의 역사』  1권의 부제는 “소인배와 대인들”, 2권은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입니다. 이렇게 주제를 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개 사람들은 역사의 찬란함과 영광을 배우고 그런 역사를 알고 싶어합니다. 대한민국과 인류가 이뤄놓은 업적을 뿌듯하게 구경하려고 하죠. 그런데 착하기만 한 사람 없고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습니다. 역사도 마찬가지죠. 어둠과 빛 양면을 다 알아야 역사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어릴 적 몰랐거나 잘못 알고 살아왔던 그 역사를 다른 사람에게는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역사 속에 이기심 가득한 소인배들이 있었고 남 창피한 짓 서슴없이 저지르고 잘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벌인 짓을 뒷수습하고 역사를 제대로 돌린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요.

 

『여행의 품격』『땅의 역사』 에는 역사 속 인물뿐만 아니라 현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인물도 많이 등장합니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인가요?


전북 곡성에서 조병순이라는 위정척사파 선비의 후손 조동현이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제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그 시대를 사시면서 당연히 그러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조그만 선행이다, 그런 것들 뭐, 그렇잖아요.” 이 분 할아버지가 한 ‘조그만 선행’은 독립운동 자금 몰래 전달했던 일이고, 그래서 할아버지가 경찰한테 고문당해 죽었거든요. 그걸 조그만 선행이라고… 먹먹했습니다. 그런 분, 많습니다. 대인들이죠.

 

『땅의 역사』  1권 중 무주 제1경 나제통문에 관한 내용에서 ‘옆에 있는 저 안내판, 정말인가 다시 보자.’라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대중이 알고 있는 역사가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여행지에서 안내판을 본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의심’을 하고 살아야 합니다. ‘물론이지~’하고 넘어가면 세상은 살기 편안하지만 대신에 본질을 볼 수가 없죠. 저도 안내판을 믿었고 교과서를 믿었고 세상은 행복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일반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콘텐츠들은 부실하거나 의도가 있습니다. 무지했거나, 알더라도 왜곡을 해서 그 의도를 달성하려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무주 나제통문 역사입니다. 여기가 백제-신라 국경이라야 관광이 드라마틱해지니까요. ‘안내판은 의도가 있다’라는 기본적인 의심부터 하면 여행이 갑자기 재미있어집니다.

 

책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대한국인인 나는 조선인을 알고 있는가’. 저 역시 『땅의 역사』 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위인들이 참 많은데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대인을 이 자리에서도 한 분만 소개해주세요.


블라디보스토크의 최재형이라는 사람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배후인물이지요.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이민간 머슴의 아들입니다. 그곳에서 큰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분입니다. 안중근 의거 때 자금을 대고, 사격 훈련을 하고, 체포될 때를 대비해(당연히 체포를 예상했었고) 러시아 변호사까지 선임했던 사람입니다. 본인 또한 연해주에 있는 일본군에게 체포돼 즉결처형됐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모릅니다. 그 일대기를 찬찬히 보면 눈물이 납니다.

 

『땅의 역사』 는 전체 2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만약 3권이 출간된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으신가요?

입체적인 역사입니다. 소제목이 어떻게 됐든 역사의 음과 양, 빛과 어둠을 계속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어두운 그늘도 우리 역사니까요. 숨겨왔던 부분, 잊혀졌던 부분을 알고 알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는 법>에서 ‘미래 역사는 되도록 찬란함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작가님께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땅의 역사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말 그대로 찬란함입니다. 찬란함은 ‘공동선’을 함께 추구할 때 얻을 수 있겠죠. 역사는 그 공동선을 더 많이 달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더라고요. 저는 지금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5,000년의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그 많은 오류를 딛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찬란한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후손들에게는 바로 이것, 그러니까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시대였다, 라는 기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땅의 역사박종인 저 | 상상출판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신문에 연재한 글들 중 고대사부터 현대의 풍경까지 우리 역사에 ‘중증 내?외상’을 남긴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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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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