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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은 장바구니를 바꾼다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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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외동딸로 부모님 밑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함과 아쉬움을, 한편으로는 나만의 인테리어로 내 아지트를 만들 수 있으니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2018.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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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암동 바이브


 

내 장바구니가 심상치 않다. 퍼티, 헤라, 커버링 테이프 등등 사본 적도 없는 물건들을 사들이고 있다. 조금 있으면 나는 종로구의 한 주택으로 이사를, (지인 집 1층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독립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꽤 오랫동안 비어 있었기 때문에 손쓸 곳이 생각보다 많아서, 집이라는 공간도 사람의 손을 타야 ‘집다운 집’이구나 싶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알 수 없는 두근거림과 스트레스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순적인 현상을 경험했다. 이 집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8년 전에 과외하러 왔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집에 살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심 속 시골 같은 동네에서 출퇴근은 잘할 수 있을지,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팍팍해지진 않을지 살짝 걱정되긴 한다.


게다가 고작 교환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해본 경험이 전부고, 포장이사가 뭔지 이사 순서가 뭔지도 모르는데 그냥 되는 대로 살까, 다 때려치우고 녹아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족의 품을 떠나 살아야 하고, 차일피일 어쩌지만 중얼거리면서 할 일을 미루느니 한 번에 제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용감하게 일을 벌이기로 했다.


경첩과 콘센트를 정리하고, 방문과 벽지에 페인트칠을 할 예정이다. 사람을 부르는 것보다 셀프로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기로 했다. 초록 창에 ‘셀프 페인트칠’을 검색하고, 방문 색상은 어떻게 골라야 마룻바닥과 조화를 이룰지 고민한다. 여러 차례 집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조언을 얻었다. 다행인 점은 가장 친한 친구가 미대를 나왔다는 점,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건축과라는 점이다. 자신들의 작업실을 만들어내는데 능수능란한 사람들이어서, 내가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도움받고 있다(끝나면 계열사 치킨과 골뱅이를 쏘겠다!). 


 지난 주말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툴키’라는 약을 들고, 집안 이곳저곳에 약을 뿌리기도 했다. 약 뿌리다가 벌레 말고 내가 먼저 질식할 뻔 했지만,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약 치는 내 모습이 나름 뿌듯했다. 장비만으로도 전문가가 된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주 주말에 는 페인트칠을 앞두고 있다. 페인트는 또 어찌나 많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던 장비들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나 빼고 내 주위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 알지, 나 정말 온실 속의 화초였나? 싶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 즐겁다. 그간 외동딸로 부모님 밑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함과 아쉬움을, 한편으로는 나만의 인테리어로 내 아지트를 만들 수 있으니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다 갖춰져 있는 풀옵션 오피스텔에 갔으면 훨씬 편하고 좋았겠지만, 이런 귀한 경험은 못 했을 거로 생각한다.

 

광채없는 삶의 나날들에는 시간이 우리를 실어 나른다. 그러나 우리가 시간을 짊어져야 하는 순간은 언제든 다가오게 마련이다. ‘내일이면’, ‘나중에’, ‘네가 출세하면’, ‘나이 들면 너도 알게 돼’ 하며 우리는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 같은 모순된 언행은 기가 찰 노릇이라 하겠는데, 왜냐하면 그러다 결국엔 죽는 일만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알베르 카뮈 , 『시지프 신화』

 

이번 작업을 도와주는 친구가 보내온 문장이다. 용감한 나를 위해 카뮈의 문장을 읽어본다.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주말 페인트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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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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