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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어도 맛있고 배부르고 고마운 ‘가늘고 긴 음식’ 이야기

『가늘고 긴 음식』 펴낸 전재신 글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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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국수를 먹기도 했어요. 그만큼 좋아했거든요.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도 국수를 좋아하셨는데 아버지를 닮았나봅니다. (2018.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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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이 정말 정말 궁금한 원조 평양냉면, 뜨거운 불 위에서 달달 볶아 낸 먹음직스러운 짜장면, 올리브유에 알싸한 마늘 향을 낸 파스타까지! 가늘고 긴 음식, 좋아하세요? 여기, 박물관 학교 선생님의 글과 다정하고 따뜻한 화가의 손 그림으로 가늘고 긴 음식의 역사가 아름답게 재탄생했어요. 일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부터 오늘의 한국까지 아우르는 가늘고 긴 음식의 대장정을 가족과 친구, 선생님과 함께 만나 보아요. 쉽고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를 통해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깊이 공감하는 시간이 될 거예요. 맛있는 여행으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오랫동안 역사적 유물과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쓰고 계십니다. 특별히 그 주제로 책을 쓰시는 이유를 알고 싶어요.

 

사실 학교 다닐 때는 교내에 박물관이 있는지도 모르고 다녔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박물관,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게 되었지요. 그림을 보거나, 전시장의 유물을 보다보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지내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단지 옛 물건, 잊혀진 물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다보니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박물관을 역사와 연결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현대적 의미의 박물관이나 역사와는 무관한 박물관도 많이 있습니다.

 

 ‘가늘고 긴 음식’이라 하면 국수를 말하는 거지요? 재미있는 국수 이야기를 책으로 쓰신 기획 의도를 알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국수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국수를 먹기도 했어요. 그만큼 좋아했거든요.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도 국수를 좋아하셨는데 아버지를 닮았나봅니다. 그런데 이 국수의 역사가 엄청 길어요. 게다가 아마도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 아닐까 싶어요. 오랜 기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면서도 다양하게 변형되어 수십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더 개발될 수 있는 요리 중의 하나가 바로 국수 요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국수의 역사를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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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밀을 재배한 이래,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 스님이 가늘고 긴 음식을 중국에서 배워 왔다고 하셨는데, 어떤 역사적 기록들이 있나요?


1123년 중국 송나라 휘종은 고려에 사신단을 파견합니다. 북송이 금나라에 멸망하기 4년 전이면서 고려에서는 예종 다음으로 인종이 즉위한 때예요. 글과 그림에 뛰어났던 서긍은 약 한 달 정도 고려에 머물면서 경험한 고려의 다양한 모습을 책으로 만들어 1년 뒤 1124년 송나라 황제 휘종에게 바칩니다. 본제목은 『선화봉사고려도경』이지만 우리는 편의상 『고려도경』 이라고 많이 부르죠. 바로 이 책에 고려 개경의 전반적인 모습이 적혀 있는데, 그중 음식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라 안에는 밀이 적어 상인들이 경동고(송나라의 변경에서 산동성 하남성에 이르는 지역)에서 사 온다. 그러므로 면이 대단히 비싸서 큰 잔치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 국수는 손님맞이나 잔치 등 특별한 행사 때 나오는 음식인데 연회에 나온 10여 종의 음식 가운데 국수가 첫째다’라고 적어 놓았어요. 또한 『고려사』 에도 ‘제례에 면을 쓰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합니다.

 

겨울밀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중간에 나오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겨울밀을 재배하며 여름 장마 때문에 밀농사가 어렵다고 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우리나라 밀농사의 시작은 삼국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쌀이나 보리처럼 주 곡식은 아니었어요. 벼농사가 먼저였어요. 『고려도경』 에서 서긍도, 쌀알이 특히 크고 맛이 달다라고 적었으니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밥 문화였지요. 그렇다보니 밀농사를 주로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게다가 밀은 씨를 뿌리고 일정 기간 날씨가 추워야 이삭을 잘 맺을 수 있는 식물이래요. 그러니 가을에 뿌려 추운 겨울 동안 잎수를 늘리고 포기를 늘려 열매를 달 준비를 하고 봄이 되면 열매를 맺어 여름이 오기 전에 추수를 하면 되죠. 이런 밀을 겨울밀이라고 해요. 그래서 남쪽지방에서는 주로 겨울밀로 밀농사를 하는데 봄밀은 이렇게 따뜻한 지방에서는 봄에 씨를 뿌리면 여름이 되면서 키는 쑥쑥 자랄지라도 이삭을 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고 해요. 성장을 위한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서지요. 이렇게 봄밀을 한다고 하면 추운 북쪽지방에서는 가능했을 거예요. 우리는 주로 경작지가 많은 남쪽에서 겨울밀을 일부 재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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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왕실에서 국수를 해먹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서민이 아닌 왕실에서는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가늘고 긴 음식을 해먹었나요?


밀농사 자체를 많이 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밀은 귀한 가루였어요. 조선 시대의 기록에도 면식은 으뜸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그중 1609년 『영접도감의궤』 는 선조의 국상 및 광해군의 즉위 때 온 명나라 사신을 영접한 기록입니다. 국수를 삶아 내어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빼서 그릇에 담고 뜨거운 탕을 별도로 내어 상에 올렸다고 해요. 이때 밀에 녹말가루를 섞은 사면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또는 아무래도 밀이 부족하다보니 메밀을 사용하게 되는데 왕실의 잔치 음식이 소개되어 있는 『진찬의궤』 나 『진작의궤』 에도 국수장국에 관한 내용이 20여 회나 기록되어 있고 주로 메밀을 이용한 국수가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육이오 전쟁 때 국수는 배고픈 서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끼니가 되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 시절에 얽힌 재미있는 국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일제강점기부터 밀농사가 늘어나지만 그때의 밀은 빵이나 만두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 대신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메밀을 이용해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죠. 해방이 되었지만 곧이어 전쟁이 났어요.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렸으니 정말 먹을 것이 없었겠죠. 이때 미국의 잉여 농산물 밀이 잉여 농산물 원조 정책에 따라 다량 들어옵니다. 밀을 제분하는 제분업이 빠르게 발전하였고 밀가루를 이용하여 국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뜨거운 물에 바로 건조된 국수를 삶아 아무 육수든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이용해서 다양하게 만들어 먹게 된 음식으로 잔치에나 큰 행사 때나 먹던 음식을 시장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대중화되었어요.

 

『가늘고 긴 음식』 을 집필하시느라 전국 팔도 국숫집에 취재를 다니셨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좀 들려주세요.


제가 이번에 쓴 이야기는 주로 밀에 관한 국수입니다. 메밀이 주재료였다면 냉면 이야기를 썼을 텐데 이번에는 밀을 주재료로 삼았어요.


한번은 단골 칼국숫집 사장님이 “어릴 때 ‘밀가루껌’ 먹어봤어요?” 하시더라고요. 학교 갔다 집에 오는 길에 밀알을 몇 개 따서 살살 비벼 대충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면 쫄깃쫄깃해진데요. 바로 침에 있는 수분에 의해 밀에 글루텐이 형성되어 찰기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이런 걸 ‘밀가루껌’이라고 하는데, 맛도 고소하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전 못 먹어봤습니다.


국수 공부를 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는 이름의 국수가 있었어요. 감자옹심이와 메밀국수를 섞어 쇠고기 육수에 끓여 먹는 국수인데, 호로록 국수를 먹다보면 국수 끝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국수’라고 하는 것도 있었고,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어 반죽한 면에 장국을 넣은 국수로 꼴뚜기처럼 시커멓고 못생겼다고 ‘꼴두국수’라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만든 국수에 나만의 이름을 붙여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가늘고 긴 음식전재신 글/정유정 그림 | 씨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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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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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긴 음식

<전재신> 글/<정유정> 그림10,8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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