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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는 사회학자

10월 3주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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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서 관찰하는 인간 군상 『카트 읽는 남자』, 페소아의 시 『시는 내가 홀로 사는 방식』, 미학자이자 철학자의 유고집 『아침의 피아노』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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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읽는 남자
외른 회프너 저/염정용 역 | 파우제

슈퍼마켓은 타인을 꽤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다. 낯선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우리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행동한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일은 백화점 쇼핑과는 다르다. 개인적인 일상활동을 벌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사회를 조사하는 이상적인 장소가 되기도 한다. 책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인물 군상을 유형별로 서랍에 분류해 넣지만, 저자는 결코 타인을 서랍 안에 가두어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사회를 견인해 오고, 앞으로도 지탱해나갈 다양한 세대와 계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조화롭게 사회를 이루는 '우리'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사회에서 개개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저/김한민 역 | 민음사

이제까지 한국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페소아의 본명 및 이명의 시가 다수 수록된 책. 세계적인 문학 비평가인 헤럴드 블룸은 셰익스피어, 조이스, 네루다와 함께 서양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26인의 목록에 이름을 올린 페르난두 페소아는 일곱 살 때 처음 시를 쓴 이후 죽기 직전까지 시쓰기를 멈춘 적이 없었다. 페소아의 다른 이름은 적게는 70여 개에서 많게는 1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이명(異名)마다 독자적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독립된 존재를 부여해 여러 개의 정체성을 창조했다.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저 | 한겨레출판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작가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의 일기 234편을 담았다. "모든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됨"을 목격한 한 환자의 사적인 글임을 부인할 순 없지만, "환자의 삶과 그 삶의 독자성과 권위,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 세상과 타자들에 대해서 눈 떠진" 삶을 노학자만이 그려낼 수 있는 품위로 적어 내려간 마음 따뜻한 산문.

 

 

날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
마리클레르 프레데리크 저/이세진 역 | 생각정거장

인간은 불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해서 먹기 훨씬 전부터 과일과 채소를 저장하고, 고기를 숙성시키며, 술을 담가 먹었다. MSG와 저온살균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식품 산업이 활성화되기 훨씬 전부터 인류 역사와 문명은 발효라는 생명 활동에 기대 있었다. 이 책은 '날 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 발효의 거의 모든 역사를 말한다. 메소포타미아, 아프리카, 이누이트, 마야 문명 등의 선사시대는 물론 고대 로마, 유럽, 중국, 몽골, 한국, 일본 등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발효가 인류 문명에 끼친 유산을 광범위하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오늘날 발효 문화의 긍정적 가치를 죽이는 현대 식품 산업의 폐해를 고발하고, 잘 먹고 잘산다는 것의 미덕을 찾기 위해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발효 문화를 지켜나가자고 호소한다.

 

 

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저/알베르 로비다 그림/강주헌 역 | 북스토리

예전에 재미있게 혹은 감명 깊게 봤던 책이라 뒤늦게 구하고자 했는데, 이미 절판되어서 가격이 몇 배로 올라가 있는 걸 허탈하게 바라본 경험을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전자책, SNS 등 어느 때보다도 텍스트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지만, 잉크와 종이의 냄새, 손에 닿는 감촉, 페이지를 넘긴다는 행위의 낯익음, 실제로 뭔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실감 같은 책의 효용은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이 책은 20세기가 오기도 전인 1895년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옥타브 위잔의 소설집으로, 저명한 애서광이자 저술가였던 사람의 이야기가 미래화가로 유명한 알베르 로비다의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제0호
움베르토 에코 저/이세욱 역 | 열린책들

2015년 출간된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세력가를 배후에 둔 어느 신문사의 편집부가 주 무대로,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황색 언론의 행태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라진 무솔리니의 흔적을 추적하며 교황, 정치가, 테러리스트, 은행, 마피아, CIA, 프리메이슨까지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는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공정성을 잃은 보도와 음모론적 역설(力說)의 난장, 뚜렷한 방향 없는 단말마의 포르노적 정보 공세, 음모론을 둘러싼 대중의 망상에 오랜 시간 흥미를 가져온 에코는 저널리즘의 편집증을 목록화해 펼쳐 보인다.

 

 

그 시절, 우리들의 팝송
정일서 저 | 오픈하우스

중학생 때 레코드점에서 처음 샀던 비틀스 카세트테이프가 저자를 팝의 세계로 이끌었다.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들으며 훗날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키웠고 1995년 KBS에 입사해 라디오 피디가 되었다. '팝 음악'을 빼놓고는 삶을 논할 수 없는 23년차 라디오 PD 저자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팝송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방송국 내에서도 소문난 음악광으로 통하는 저자가 엄선한 곡들로 구성된 이 책은 순천에서 서울로 전학 간 시골 소년 때부터 낭만과 격동이 함께했던 대학 시절까지, 그의 삶을 파고들었던 100여 곡의 팝송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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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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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날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

<마리 클레르 프레데리크> 저/<이세진> 역14,000원(0% + 5%)

발효는 어쩌면 인류 문명과 그 기원을 함께한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고고학적·신화적·역사적 자료들을 살펴보면 발효는 불을 이용한 가열 조리보다 그 출발이 빠르다. 인류는 소와 말 같은 가축을 길들이기 훨씬 이전부터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과학적 규명은 최근의 일이다). 좀 더 급진적으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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