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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스마트폰, 중독만 무섭니?

반복사용 긴장손상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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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계속 심해지는데도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증상이 만성화됩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도 계속 아프고 불편하다는 뜻입니다. (2018.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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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우리 몸에는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런 말이 있어요. “삶의 양(quantity)을 결정하는 건 폐와 심장이다. 그러나 삶의 질(quality)을 결정하는 건 뼈와 근육이다.” 무슨 뜻일까요? 오래 살려면 폐와 심장이 튼튼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가 쉴 새 없이 아프고,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아무리 오래 산대도 반갑지 않겠지요? 그냥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 합니다. 삶의 양보다 질이 문제라는 거지요. 삶의 질을 높여주는 건 튼튼한 뼈와 근육입니다. 뼈와 근육이 아프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누르거나 마우스를 조작하는 일은 쉬운 일입니다.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밀어서 잠금 해제’하거나, 작은 조작 버튼을 능숙하게 눌러 가며 게임을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입니다.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일이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그렇게 ‘무해한’ 동작이라도 계속 반복한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앉고 서고, 걷고 달리고, 물건을 들어올리고, 위를 쳐다보며 열매를 따고, 높은 곳에 오르고, 붙잡고 매달리고, 춤추고 헤엄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수천 수만 가지 동작을 할 수 있지요. 그러나 한 가지 동작만 끝없이 반복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있거나, 스크린을 쳐다보며 마우스를 클릭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처음에 2kg짜리 아령을 들어요. 그러다 힘이 붙어 5kg, 10kg짜리로 올립니다. 무거운 아령을 들수록 근육이 더 빨리, 많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50kg, 100kg짜리 아령을 들면 어떻게 될까요? 들기도 어렵지만, 억지로 들면 근육이 찢어집니다. 운동이 되는 게 아니라 손상을 입는 거지요. 이처럼 우리 몸에는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 이하로 운동을 하면 몸에 좋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다칩니다. 근육만 그런 게 아니라 눈이나 귀 등 감각기관, 심장이나 콩팥 같은 내장기관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을 너무 크게 들으면 청력이 나빠지고, 소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심장이나 콩팥이 망가지는 원리입니다.

 

자극의 크기에만 한계가 있는 게 아니에요. 반복 횟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팔굽혀펴기를 20-30번하면 몸에 좋지만, 억지로 200-300번하면 다칩니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건 어떨까요? 키보드를 누르거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터치’하는 것도 몸에 해로울까요? 반복 횟수에 달려 있습니다. 너무 자주, 쉴 틈 없이 반복하면 해롭습니다. 해로운 정도가 아니라 평생 엄청난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점점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중년에 접어든 사무직 직장인들이 문제였지만, 차차 젊은 사람 중에도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더니 이제는 청소년, 심지어 어린이들도 통증, 이상감각, 뻣뻣함,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아이팟 손가락(iPod finger), 플레이스테이션 엄지(PlayStation thumb), 닌텐도염(Nintenditis)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를 의학적으로 반복사용 긴장손상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봅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게임을 하고, SNS를 하고, 숙제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웹툰을 보고… 깨어있는 동안은 계속 쓴다고 해야겠지요. 키보드를 누르거나, 클릭하거나, 터치하는 건 전혀 위험한 일이 아닙니다.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러나 같은 동작이 계속 반복되고 중간에 회복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 ‘한계’를 넘어 무리가 옵니다.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손상, 즉 미세손상(microtrauma)을 입게 되지요. 말 그대로 ‘미세’한 거니까 몇 개 생긴 걸로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 몸은 손상을 입으면 즉시 수습에 나섭니다. 손상 부위로 혈액을 많이 보내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고, 특수한 화학물질들이 분비되고, 백혈구들이 몰려들어 찌꺼기를 청소하지요.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다친 부위에 열이 나고, 붓고, 빨개지고, 아픕니다. 이걸 ‘염증’이라고 합니다. 그 자체는 괴롭지만 사실 염증은 몸을 치유하려는 노력입니다. 가벼운 염증은 완전히 회복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염증이 심하면 가라앉고 나서 그 자리에 흉터 조직이 들어찹니다. 흉터 조직의 문제는 정상 조직에 비해 딱딱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거지요. 유연성이 떨어지면 조금만 자극이 가해져도 찢어집니다. 미세손상이 반복되기 쉽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됩니다. 미세손상을 입은 곳이 점점 늘어 수백, 수천 곳에 이릅니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을 겪습니다. 손이 아프고, 자고 일어나면 붓고, 따끔거리거나, 쉽게 지치거나, 예전에는 거의 없던 오타가 자주 나기도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아픈 곳을 주무르고, 밤에는 아파서 잠을 설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집중이 안 되고, 한 시간도 안 걸릴 일을 몇 시간씩 붙들고 있게 됩니다. 정말 무서운 건요, 당사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증상이라는 걸 끝까지 부정한다는 겁니다. 손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리고,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팔꿈치까지 짜릿한 통증이 느껴져도 계속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고, 몇 시간씩 게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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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10대의 습관이 평생 나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병

 

왜 그럴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게 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클릭이나 터치가 엄청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머리 속에 들어 있지 않고, 자신이 겪는 통증과 피로감이 ‘미세손상’에 의한 것이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기 때문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현상을 아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팔이 아프면 체육시간에 무리를 해서 그런가, 주말에 가구를 옮겨서 그런가 하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갖다 붙입니다.

 

또 한 가지는 증상이 왔다갔다한다는 겁니다. 미세손상은 ‘미세’하므로 조금 쉬면 증상이 가라앉습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더 빨리 좋아지지요. 좀 나아지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거봐, 좋아지잖아!” 이런 일이 반복되면 통증, 부기, 불편함에 적응이 됩니다. 아프고, 뻣뻣하고, 저려도 그러려니 하고 게임과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합니다. 악화되는 길로 들어서는 거죠.

 

마지막 이유는 자기변명입니다. 성인 중에는 컴퓨터를 쓰지 못하면 당장 생계에 지장이 생기거나, 직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청소년은 부모님께 야단 맞을까 봐, 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그만 쓰게 될까 봐 증상을 외면합니다. 일종의 ‘중독’이지요. ‘중독’이란 말이 차별적이고 편견을 조장한다고 질색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의사가 보기에 그런 소리는 속 편한 허영에 불과합니다. 페북에 댓글을 달고, 카톡 메시지에 득달같이 답을 하고, SNS에 올린 글에 ‘좋아요’가 달리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에는 중독적인 쾌감이 동반됩니다. 게임에서 상대를 꺾거나, 목표를 성취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마우스를 클릭할 때 깜짝 놀랄 만큼 손이 저려도 모니터 앞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그게 중독이지 뭔가요?

 

외부의 압력에 의해 억지로 뭔가를 못하게 하는 건, 예를 들어 몇 시 이후에는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하는 조치는 어리석은 거예요. 옳고 그름을 떠나 효과가 없지요. 그런 식으로는 행동을 고칠 수도 없을뿐더러, 삶에서 겪는 수많은 선택과 결단의 순간을 자신의 생각과 의지로 헤쳐 나갈 수 없게 됩니다. 문제의 해결은 진실을 정확히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해요. 그러니 스스로를 속이고 계속 지금의 습관을 밀어붙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봅시다.

 

증상이 계속 심해지는데도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증상이 만성화됩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도 계속 아프고 불편하다는 뜻입니다. 통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문 손잡이를 돌리거나 단추를 잠그는 등 기본적인 동작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어깨와 목의 통증, 두통도 너무 심해서 어떤 사람은 “내 몸에서 탈출하고 싶어요”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복사용 긴장손상 증후군이야말로 10대의 습관이 평생 나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죽는 병은 아니지만 삶이 너무나 불행해지지요. 아무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소한 동작에 의해 생긴다는 점이 더욱 무섭습니다. 명심하세요. 반복되는 동작은 몸을 망가뜨립니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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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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