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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없는 편집자가 만든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 편집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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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장 뒤부터, 정확히는 ‘통화현에서 가장 고운 게 무엇이겠니? 당장 떠오르는 것은 토끼의 새끼’라는 문장을 읽은 뒤부터는 정말 빨려 들어가듯이 읽었다. (2018.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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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관리사무소 아홉 번째 주인공을 찾기가 무지 어려웠다. 이 코너는 자고로 진지하지 않은 마음으로, 최대한 위트 있게 답을 해줘야 하는 인터뷰인데, 프랑소와 엄의 인맥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회차가 돼버린 것. 그러다 문득 그가 생각났다. 스스로 ‘깊이 없는 편집자’라고 말하는 한겨레출판사의 K.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밌었던 『체공녀 강주룡』 을 그가 편집했다는 속보를 전해 듣고는 곧장 그에게 메일을 띄웠다.

 

그간 잘 지냈나? 좀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근황이 궁금하다.

 

어디서 그런 소문을? 전혀, 힘들지 않다. 나는 힘들지 않다. 나는 힘들지 않다. 매일 아침 야채즙이 가득 담긴 컵을 손에 쥐고 돈데크만을 문지르듯이 어깨를 문지르르 하며 출근 중이다. 요즘은 김진영 선생님의 첫 산문집인 『아침의 피아노』를 만들고 있다. 글이 너무 좋다, 정말.

 

그런데 당신 정말 깊이가 없나? 왜 자신의 이름 뒤에 “깊이 없는 편집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가? 팔로워도 꽤 많던데.

 

진심이다. 나는 깊이가 없다. 머리에 든 것도 미천하고, 가끔은 편집자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저급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깊이가 없다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어서,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내가 깊이가 없는 만큼 깊이 있는 작가님들과 작업하고 있다.

 

웹진 <채널예스>에 올라온 『체공녀 강주룡』 카드 뉴스를 보았다. 카카오톡 대화창을 활용한 기지가 돋보였다. 엄청나던데,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깊이 없는 내 아이디어다. ‘엄청나던데!’ 같은 감탄사는 처음 들었다. 출판사에서는 그저 다들 음?…… 주르륵주르륵. 사설 업체에서 근무했다면 더 열심히 했을 텐데. (연락들 주시라!) 이 기회에 <채널예스>에 카카오톡 작가 인터뷰를 제안하는 바이다. 기자님들, 작가님들 그냥 우리 편하게 카카오톡으로 인터뷰합시다.

 

아, 좋은 생각이다. 정말 녹취 풀다 보면 손가락 관절이 남아나질 않는다. 제발 적절한 분량으로 답해줬으면 좋겠다. 당신처럼! 그나저나 오랫동안 궁금한 것이 있었다. 『체공녀 강주룡』 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아닌가? 수상작 선정은 신문사에서 주관하나? 출판사는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 궁금하다.

 

한겨레신문사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한겨레출판을 낳으셨다. 정말 어머니 같다. 아름답고, 따뜻하고, 생활력 강하고, 무엇보다 내 성적에 관심이 많은…… 일단, 태어난 이후엔 알아서 살아야 하는 법. 한겨레출판에서 모집부터 발표,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물론, 심사, 기자 간담회, 수상자 인터뷰, 시상식 등에서는 도움을 받는다.

 

컥. 그랬군. 일단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다음 질문으로. 『체공녀 강주룡』 을 처음 읽었을 때, 심경을 회상해본다면?

 

사실, 읽기 싫었다. 원제는 『주룡』이었는데 자꾸 『주몽』도 생각나고…… 음, 사락사락 훑어보니 사투리도 많고, 별로겠다, 재미없겠다 싶더라. ‘오래 주렸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도 당시 나에게는 그리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두어 장 뒤부터, 정확히는 ‘통화현에서 가장 고운 게 무엇이겠니? 당장 떠오르는 것은 토끼의 새끼’라는 문장을 읽은 뒤부터는 정말 빨려 들어가듯이 읽었다. 맞다. 내가 토끼를 좋아한다. 뭐지? 이 소설? 박서련? 누구지? 엄청난데? 중얼거리며 단숨에 읽었다.

 

컥2. 나랑 이렇게나 비슷한 리뷰라니. 이 소설, ‘깊이 없는 편집자’가 보기엔 왜 상을 탄 것 같나?

 

이유는, 100% ‘강주룡’ 때문이다. ‘강주룡’을 읽어 놓고 상을 안 주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떤 상이라도 받았을 거다. 그 상이 한겨레문학상이어서 다행이다. 나는 대통령께서 주는 상도 받으리라 예상한다. 아무튼, 『체공녀 강주룡』 이 상을 탄 건 운이 아니라 운명이다.

 

오, 『문재인의 운명』 이 생각나는군. 당신이 이 소설을 편집한 것도 운명 아니겠는가? 허허허. 그런데 소설 못지않게 추천사도 엄청나더라. 프랑소와 엄이 마음에 콕 박힌 건, 소설가 심윤경의 추천사였는데. 당신은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

 

서영인 선생님 최고! 따로 문자도 드렸다. “선생님 추천사가 너무 좋아서… 표지와 띠지에 적극 활용했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작업의 축복…!”이라고. 내 일을 줄여준 추천사였다. 그나저나 ‘삶이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투쟁하는 것’ 이게 내가 쓴 카피인데. 어떤가? 좋다면 표현해달라. 추천사도 봐야겠지만 내 카피도 봐달라.

 

컥3. 당신 이렇게 깊이가 있는데, 자꾸 엄살 부리면 못 쓴다. (카피 좋다는 의미) 그런데 요즘 프랑소와 엄이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것 아나? <책읽아웃> 홍보하고자 좀 열심히 하긴 하는데, 내가 책 리뷰를 올리면 최소 5권은 팔고 있다. 나 같은 독자 어떻게 생각하나?

 

보았지, 보았소. 프랑소와 엄 같은 분이 프랑스가 아니라 한국에 계셔서 너무 다행이다. 감히, 댈러웨이 부인 같은 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꽃은 스스로 사는 분.” 책을 읽는 건 쉽지만 책을 소개하는 건 어렵고, 책을 권하는 건 정말 아무나 못 하는 일이다. 본인을 자랑스럽게 여기시라.

 

하하하하하하. 역시 깊이 없는 사람들끼리는 이렇게 통하는 것인가? 다시 본론으로. 『체공녀 강주룡』 은 편집자 경력 6년에 어떤 책으로 기억에 남을까?

 

사실 편집을 맡기 얼마 전에 노조를 탈퇴했다. 그래서 작업 내내 부끄러웠다. 노조를 탈퇴한 내가, 공장주들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사람의 책을 만들고 있구나. 강주룡이 을밀대에 올라간 날짜를 봤는데, 내 생일과 같았다. 5월 28일. 그래서 더 묘했다. 음, 감히 이렇게 말하겠다. 내가 박완서 선생님 같은 분의 첫 책을 만들었다고. 20년 뒤를 기대하시라.

 

소설가 박서련은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엄살이 심하시다. 늘 긴장을 많이 하고, 말을 잘 못 하신다고 하신다. 그런데 막상 해야 하면 모든 질문에 할 말 다 하신다. 똑똑하고, 열정적이다. 지붕 위에 올라간 강주룡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지붕 위에 올라갈 배짱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어 화자와 대면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분이다. 용감한 분. 강주룡 같은 분!

 

문학편집자로 사는 일상은 어떤가?

 

한 번도 나를 문학편집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그냥 편집자다. 슈퍼급 편집자들 사이에서 적당한 크기로 자라나 있는 이름 모를 보급형 편집자. 어려운 것? 모든 게 어렵다, 어려운 것투성이다. 책 만드는 것도 어렵고, 팔리지 않는 책을 보는 것도 어렵다. 프랑소와 엄님에게 메일을 쓸 때도 그저 콩닥콩닥. 그래도 임경선 작가님과 문자도 하고, 권여선 작가님과 월드컵도 보고, 장강명 작가님에게 궁금한 것도 편하게 물어보고, 강병융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도 눌러주고, 백민석 작가님이 모카포트도 사주고…… 좋을 때도 많다.

 

이런 게 원래 꿀잼 아닌가? 당신은 복이 많다. (나처럼) 나는 편집자에게 항상 궁금한 것이 있다. 편집자로서, 가장 좋은 저자의 태도란 무엇인가?

 

내가 연락할 때는 언제나 연락이 잘 되면서, 선뜻 먼저는 너무 많이 연락하지 않는 태도? 농담이(아니)다. 음, 가장 좋은 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글을 믿고, 편집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늘 독자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아닐까? 그렇지만, 음, 저자는 태도로 말하지 않는다. 글로 말한다! 글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진심인지 아닌지.

 

아.. 끝으로 갈수록 이렇게 깊이가 있어지면, 이 인터뷰는 뭐가 되나. 거참. 나도 그럼 진지 모드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문학, 책을 많이 볼까?

 

월급이 많아지면 책을 많이 보지 않을까? 내가 월급이 적은 사람이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돈이 없으면 책 살 돈부터 줄인다. 정말이다! 사랑하는 아들에게도 적용된다. 뭐? 『엉덩이 탐정』을 사달라고? 안 돼! (사장님, 보고 계십니까?) 이 글 좋아요 누르시는 분들 모두 월급 10%씩 인상되길.

 

아.. 월급. 나도 사실 할말이 무척 많지만 꾸욱 참고. 끝으로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 주인공이 되어본 소감을 묻겠다. 이 코너 오래 갈 수 있을까?

 

음, 2018년 1월에 시작했고, 세어보니 내가 아홉 번째다. 아홉수에 걸린 느낌인데... 그저 힘 내시란 말 밖에는... 나중에 키즈 카페에서라도 마주치면 제가 구슬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겠다.

 


 

 

체공녀 강주룡박서련 저 | 한겨레출판
강주룡의 사랑이나 삶에 대해 채 설명하기도 전에 ‘단식’을 하며 투쟁 중인 ‘강주룡’을, ‘가장 작은, 가장 나중 된 저항의 몸짓’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을 맞닥뜨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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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프랑소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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