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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대책 없이 고전을 여행하다 (G. 의외의사실 만화가)

『퇴근길엔 카프카를』 책을 읽으며 여행의 흥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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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신 작가님은 ‘은근한 개’와 함께 사시는 분이에요. 웹툰 『마루의 사실』을 통해 조용하고 예민한 개 ‘마루’와 살아가는 소소하고 진중한 시간을 보여주셨었죠. 이번에는 문학을 읽으면서 ‘일상을 여행으로 바꾸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요. 『퇴근길엔 카프카를』이라는 제목의 새 책을 쓰셨습니다.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이신 ‘의외의 사실’ 작가님 모셨습니다. (2018.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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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것이 여행,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눈치 챌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여행이라면 특히나 오래전, 외국에서 외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것은 최대한 멀리,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먼 거리, 긴 시간을 건너 나오게 온,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원래의 언어를 지금 읽는 단어들 아래 감춘 후에야 마주할 수 있는 책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없는 관습들을 상상하고 나에게는 아무런 풍경도, 어떤 구체적인 골목이나 그 안의 사람들도 떠올려지지 않는, 무심하게 쓰여진 지명과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름 같은 고유명사들을 지나면서 나는 알 수 없는 곳을 혼자 헤매는 여행의 흥분을 느낀다.

 

만화가 의외의사실이 쓴 책 『퇴근길엔 카프카를』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의외의사실 만화가 편>


김하나 : 저희가 의외의사실 님의 팬이기도 하지만 마루의 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모시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실례겠지만 혹시 마루를 데리고 오셔도 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오늘 데리고 오실 수도 있었던 건가요?

 

의외의사실 : 네, 사실은 데려올 수 있었고 데려와도 아마 조용하게 녹음실에서 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오늘 비가 오기도 했고, 어제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처음으로 강아지 캠핑장에 가봤거든요. 하루 종일 밖에 있어서 마루가 너무 피곤해하더라고요(웃음).


김하나『마루의 사실』 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마루를 아는 것 같아요. 다들 그 이야기하죠? ‘길을 가다 마루를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아는 개 같아요’라는 이야기 많이 듣지 않으세요?


의외의사실 : 네. 실제로 서울 한복판에 살다 보니까 연재 시작하고 한동안은 그런 경우가 진짜로 있었어요. 마루를 데리고 가는데 ‘혹시 얘 마루 아니냐고’(웃음),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김하나 : 진짜 그 만화를 보고 있으면 마루가 너무 좋아지고요. 내가 아는 개처럼 느껴지고 안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의외의사실 : 감사합니다(웃음).


김하나 : 지금은 이사를 가셨죠? 광주에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부모님 댁도 서울이잖아요. 광주에는 어떤 계기로 내려가셨나요?


의외의사실 : 부모님 집이 서울에 있기는 한데 나와서 혼자 산 지 8년 정도 되고 나서 이사를 갔는데, 아예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광주가 아예 연고가 없는 곳은 아니고,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거든요. 중학교 때까지.


김하나 : 꽤 오래 사셨네요.


의외의사실 : 네. 사실은 중학교 때까지 살았던 거에 비해서 공간에 대한 기억이 많지는 않은데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요. 전혀 잊고 살다가 우연히 광주에서 간단한 전시를 하게 돼서 몇 번 왔다 갔다 하게 됐고, 다른 도시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에 가기는 조금 무서우니까(웃음), 그래서 가게 됐어요.


김하나 : 애니메이션 감독이기도 하신데, 계속 서울에서 작업하셨고 터전이 서울인 거잖아요. 광주로 가시면서 일을 할 때의 반경이 달라지는 것에서 오는 어려움이라든가, 그런 건 없나요?


의외의사실 : 일 자체가 힘들다거나 그런 건 사실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애니메이션도 회사를 다니면서 한 게 아니라 개인 작업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거의 대부분 혼자 작업을 했고, 웹툰이나 책 작업을 할 때도 거의 모든 작업을 이메일로 다 연락을 하니까 어려움은 없고요. 조금 심심하기는 하죠(웃음).

 

김하나 : 그림의 선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아주 단순하게 그리시는데 되게 사실적이고요. 그런데 사실적인 걸 정말 사실적으로 그렸을 때 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는 느낌이 있어요. 원래 그림을 전공하셨나요?


의외의사실 : 아니요, 전공은 전혀 다른...


김하나 : 그러면 처음에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림을 항상 그리셨나요?


의외의사실 : 그림을 항상 그리지는 않았고,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린다는 칭찬을 받았던 적도 없고 점수도 별로 안 좋았어요. 그런데 반에서 뭘 꾸민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저보고 하라고 해서 하게 됐고, 학교 다니는 내내 거의 그런 걸 했고요. 따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거나 미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그냥 대학교 졸업할 때쯤에 생각을 했어요. 그냥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 이렇게(웃음).


김하나 : 너무 중구난방이잖아요(웃음). 계기도 없고 전공도 안 했고, 대학교 4학년 때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셨다고요?


의외의사실 : 갑자기라기보다는, 사실 이번에 나온 책이 전공과 관련이 있는데요.


김하나 : 문학을 전공하셨나요?


의외의사실 : 국어교육이요. 사범대를 나왔는데요.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대학교에 가서 보니까 하기 싫어진 거예요(웃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성격하고도 잘 안 맞고...


김하나 : 4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으셨군요(웃음).


의외의사실 : 네, 지금이야 임용고시 준비를 빨리 시작하겠지만 그때는 보통 3학년 때 했는데요. 다들 공부를 시작하는 걸 보니까 ‘나도 해야 될 텐데’ 하면서도 너무 하기가 싫은 거예요. 그러다가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웃음)...


김하나 : 문득 만화를 끄적일 수는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뜬금없지 않나요?


의외의사실 : 그러니까요. 저도 그 맥락이 잘 생각이 안 나요(웃음).


김하나 : 그림을 배워보신 적도 없고요?


의외의사실 : 네, 배워본 적도 없고. 그때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비디오테이프로 봤었는데, 저는 그렇게 많이 본 편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냥 이야기가 있고 그림으로 되어 있으니까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웃음), 그때부터 동네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데생을 배웠고요. 제가 학부를 나온 게 아니라서 바로 배우거나 어디를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거예요.

 

김하나 : 의외의 사실 님은 왜 ‘의외의사실’ 님입니까?


의외의사실 : ‘의외의 사실’이 캐서린 맨스필드라는 미국 작가의 『녹색 드레스』라는 단편집에 들어있는 단편 소설인데요. 그 책을 되게 좋게 읽었어요. 그때가 영화아카데미 졸업한 직후인데 갑자기 사업자등록을 해야 해서(웃음), 그때 재밌게 읽었던 소설에서 괜찮은 이름으로 골랐어요.

 

김하나 : (웃음) 사업자등록을 할 때의 이름으로는 적합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필명이라고는 잘 안 받아들일 법한 이름이잖아요. ‘‘의외의 사실’이 작가의 필명이야’라고 설명하면 ‘아, 그래?’ 이렇게 되잖아요.


의외의사실 : 네, 그렇게 됐어요(웃음).


김하나 : ‘의외의 사실의 마루의 사실이라는 만화가 있어’라고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뭐? 사실이 어쨌다고?’ 이렇게 되기도 하는데요(웃음). 의외의사실이라는 필명 그대로 이번에 새로 책을 내셨어요. 『퇴근길엔 카프카를』 . 카프카를 좋아하시나요?


의외의사실 : 열세 명 작가 중에 카프카를 유난히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그렇게 정해졌어요(웃음).


김하나 : (웃음) 귀에는 쏙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의외의사실의 세계문학읽기’라는 이름으로 진행을 했었죠. 어디에 연재됐던 거였죠?


의외의사실 : 민음사의 블로그에 연재가 됐어요.


김하나 : 원래 책을 읽는 걸 좋아하시죠?


의외의사실 : 네, 그렇죠.


김하나 : 장르 같은 걸 가리지 않으시고요?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의외의사실 : 제일 많이 읽는 건 소설이고요. 그리고 소설가의 에세이 종류. 이렇게 많이 읽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책을 읽는 속도가 조금 느리고, 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장르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고 문학작품 위주로 많이 읽어요.

 

김하나 : 이번 책은 고전읽기에 대한 책이죠. 열세 명의 작가가 나오고,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읽으신 거죠?


의외의사실 : 네, 이 연재는 처음 시작부터 민음사에서 의뢰를 받았고, 전집에 들어있는 작품들 중에서 웹툰 형식으로 리뷰 만화를 그리는 걸로 제안을 받아서 연재를 하고 단행본 출간이 됐어요.


김하나 : 책을 직접 고르셨어요, 아니면 (출판사에서) 책까지 지정을 해줬나요?


의외의사실 : 그 중간이에요. 첫 번째 작품이 안톤 체호프인데요. 계약을 하고 나서 연재 시작으로 정해놓은 시점까지 날짜가 너무 촉박해서 첫 번째 작품은 작가님이 정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체호프를 하겠다고 했고요. 그 다음에는 민음사에서 3배수 정도 작품을 골라주면 거기에서 제가 선택했어요. 다 그렇게 골랐는데, 3배수 중에 없었던 작품을 제가 하겠다고 해서 그린 게 있어요.  『순수의 시대』 였어요.


김하나 : 왜요?


의외의사실 : 제가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기도 하고, 여자 작가가 너무 없어서 한 명을 더 넣고 싶은 생각도 사실 있었어요.


김하나 : 잘하셨습니다. 이디스 워튼이 쓴 거죠, 『순수의 시대』 . 저도 이 책 너무 좋아합니다. 영화는 스무 번쯤 본 것 같은데, 제가 그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도 그려주셨더라고요. 엘렌 올렌스카가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고, 뒤에서는 뉴랜드 아처가 언덕에서 내려와서 엘렌 올렌스카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배가 등대를 지나가기 전에 나를 돌아본다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을 너무 좋아하는데, 영화 마지막에 그 장면이 살짝 다시 나오잖아요. 혹시 기억나시나요?


의외의사실 : 영화는 너무 옛날에 봐서 사실 기억이(웃음)...


김하나 : 아, 그러시군요. 나중에 회상하는 장면에서 잠깐 나오거든요. 저는 정말 너무 좋아하는데, 사실 이 책에서 제일 처음 본 게 사실은 『순수의 시대』 였어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면 뉴랜드 아처라는 인물이 엘렌 올렌스카와 사랑에 빠졌지만 메이 웰랜드와 결혼을 하잖아요.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엘렌과 함께 먼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과, 여기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겠지 라는 마음이 계속 부딪히는데요. 『퇴근길엔 카프라를』 에 보면 문이 탁 닫히면서 ‘안정감을 얻었다’고 하는 걸로 끝이 나더라고요. 문 안에 갇힌 것으로 보지 않고 안정감을 얻은 것으로 보신 건가요?


의외의사실 : 아니요, 갇힌 걸로 본 거예요.


김하나 : 그런데 표현을 그렇게 하신 거군요.

 

의외의사실 : 네.


김하나 : 이 부분에 대해서 여쭤봐야지 하고 생각했었어요.


의외의사실 : 안정감이기도 하죠, 사실.


김하나 : 그렇죠, 어떻게 말을 하느냐의 문제니까.


의외의사실 : 네. 책에서도 계속 (뉴랜드가) 자유롭고 서로만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을 때 엘렌이 그런 곳은 없다고 하잖아요. 사실 둘이 떠났을 때 어떻게 됐을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웃음).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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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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