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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가 쓴 중국 이야기, 거대한 코끼리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임명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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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또한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중국이 미국의 질서를 거스르고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건 또한 사실로 보입니다. (2018.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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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기상’, 중국에서 일어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복숭아주스가 갑자기 폭발하기도 하고, 자살하려고 농약을 먹었는데도 가짜 농약이어서 죽지 못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진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정치나 외교를 바라볼 때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왜 중국은 안정적인 집단지도체제를 버리고 리스크가 큰 일인지배체제로 전환하고 있을까? 왜 중국은 압도적으로 강력한 상대인 미국에게 맞서는 무모한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에 ‘중국 지도부가 어리석어서, 시진핑의 권력욕이 강해서, 중국의 중화사상 때문’이라고 답하면 쉽게 설명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답을 찾은 걸까?


최근 트럼프가 걸은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제대로 골치를 섞고 있고, 야심 차게 내건 일대일로의 비전은 불투명해졌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일인지배체제와 일대일로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상황이 있었던 건 아닐까.

 

비전문가가 쓴 중국 이야기로 화제를 모으는 중인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임명묵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현재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재학 중인 3학년 학부생입니다. 취미가 별로 없어서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곤 합니다. 전공은 서아시아(중동) 지역학인데 아직은 학부생이니까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고 싶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그 다양한 분야 중에서 제가 중국을 알아보면서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엮은 것입니다.

 

비전문가가 쓴 중국 이야기라 더욱 관심이 가는데요, 책 소개를 한다면?

 

이 책은 시진핑의 1인 체제 수립과 일대일로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진핑이 권력을 집중하고 미국에 대결적으로 나오는 것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곤 했습니다. 권력은 분산하고 견제하는 게 리스크가 적고, 초강대국 미국의 시스템에 복종하는 게 대결하는 것보다 이익이 크기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죠. 저도 기본적으로는 여기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이 그걸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당장 고등학교 학급 하나도 관리하기 힘든데 그 거대한 나라를 굴러가도록 하는 사람들이 바보일 리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저는 그들이 권력 강화와 호전적 대외 정책을 선택한 것에도 나름의 합리적 동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 책은 시진핑의 권력 강화와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내재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기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시진핑이 전임자들로부터 물려받은 중국 사회의 현실을 봐야 합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현대의 중국을 있게 만든 덩샤오핑의 유산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덩샤오핑 시대가 시작될 때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덩샤오핑의 유산은 주로 경제발전 우선주의, 집단지도체제, 유화적 외교를 들 수 있는데요. 문제는 40년 가까이 고속 성장하면서 지금의 중국이 그때의 중국보다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겁니다. 중산층이 탄생했고, 도시화율이 50%를 넘었고, 육류나 에너지 같은 자원의 수요도 엄청나게 늘었고, 사회복지나 대중문화에 대한 요구도 거세졌습니다. 경제발전 속도도 떨어졌고요.


원래 이런 상황에서 많은 국가는 민주화를 이루고 보다 현대적인 체제로 이행하곤 합니다. 민주화 이행구간이라고 하죠. 실제로 공산당도 이런 엄청난 속도의 변화에 숨 가쁘게 적응해가야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는 집단지도체제는 기본적으로 책임 소재를 흐리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기 대처 능력도 떨어지고 있었죠. 그렇다면 공산당 입장에서는 민주화를 받아들여 권력을 더 분산한다는 선택을 할 수가 있지요. 이게 한국과 대만이 걸은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다시 한 곳에 집중한다는 선택도 있습니다. 공산당이 선택한 건 결국 후자였습니다. 저는 이 결정 자체가 내적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을 추적해서 좀 더 ‘말이 되도록’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시진핑 개인의 권력욕으로 설명하는 건 너무 단순하니까요.


일대일로 또한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중국이 미국의 질서를 거스르고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건 또한 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내부 논쟁도 있었고, 떠밀려서 그런 짐을 맡게 된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중국은 해외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데 이 공급로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공산당 입장에서 이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또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활동한다면 공산당의 폭력적 독재는 용납될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미얀마나 수단의 인권 탄압을 미국과 함께 비판하면 중국 인민은 그 논리를 그대로 공산당에 갖다 댈 것입니다. 중국도 자유와 인권을 보장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죠.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세계 질서 참여를 액면가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중국과 생각이 비슷한 몇몇 국가가 중국에 적극 호응했었죠. 아마 이를 보면서 중국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고, 앞서 말한 공급망 다변화 요구, 중국식 개발 모델 수출에 대한 의지 등이 합쳐져서 일대일로 정책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즉 일대일로 정책도 중국이 상황을 주도적으로 만든 것도 있지만, 더 큰 구조적 요인에 끌려다닌 면도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모습을 책에 쓰고 싶었습니다.

 

시진핑의 중국과 트럼프의 미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국 중국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제가 그걸 함부로 예측할 만한 위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과거와 같은 도광양회로 완전히 회귀하기에는 이미 걸어놓은 판돈이 커서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기엔 덩치도 너무 커졌고요. 때문에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내부 쇄신을 할 수 있을지가 재미난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특히 집단지도체제에서 일인지도체제로 넘어간 것은,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시진핑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공산당 자체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중국 사회 전반에서 시진핑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퍼지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고 미국에 불필요하게 대결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고요. 저는 중국에서 이런 불만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 시진핑이 보다 더 유연한 통치의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합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모습.jpg

 

 

엄청난 다독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처음에는 주위의 추천을 받아서 많이 사보곤 했습니다. 추천하는 책들을 찾다 보니 점점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찾는 데 익숙해지더라고요. 먼저 출간일 순으로 정렬한 뒤 재밌어 보이는 책을 골라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주로 학자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서 쓴 책을 고르는 편입니다. 가급적이면 오래된 책은 잘 안 보려고 하는 편이고요. 또 재밌게 본 책 안에서 저자가 추천하거나 인용한 책을 찾아보면서 계속 리스트를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아직 학부생인데 또래의 대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제 또래 대학생의 가장 큰 특징은 계층화입니다. 집안의 소득과 자산에 따라, 또 거주 지역에 따라 어느 대학을 가는지가 상당 부분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또래 대학생에게 일괄적인 조언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책을 열심히 읽어라’라고 조언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실 나름 다독가로서 말하건대 독서는 개인의 의지 이전에 책을 많이 읽는 친구, 책을 기꺼이 사주는 부모님, 잘 갖춰진 도서관의 존재 같은 초기 조건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는 조언이죠. 반대로 제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운이 좋아서 이런 조건을 갖추고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제가 굳이 또래 대학생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청년층 계층화에 좀 더 주목해줬으면 하는 겁니다. 가끔 상류층 대학생 친구와 얘기하다 보면 한국의 지방 소도시보다 유럽의 유명 소도시를 더 잘 아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먼저 인식해야지 계층, 지역, 성별 등에 따라서 상황에 맞는 청년 정책이라든가 청년 담론이 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의 일괄적인 청년 정책이나 청년에 대한 조언은 더 많은 무기를 들고 있는 중산층과 상류층 대학생에게 더 유리할 것이고, 이런 정책은 정의롭지 못한 정책일 테니까요.

 

두 번째 책을 낸다면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가요?


이번에 책을 내면서 책 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쉽게 쓸 수 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분이 재밌고 쉽게 읽을 만한 글을 쓴다면, 빅 히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제일 해보고 싶습니다. 동아시아 현대사에도 관심이 많고요.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중국에 대한 내재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중국의 한계나 비판점을 좀 더 깊게 짚어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시진핑은 지금 국내적으로 반발에 직면해 있고, 일대일로 정책은 참가국과의 마찰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이런 점을 좀 더 제대로 소개했으면 더 균형 잡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정도로 긴 호흡으로 글을 쓰는 걸 처음 하다 보니 미숙한 면이 많았습니다. 물론 중국에 대한 관점은 결국 비판적 관점이 상식적인 관점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다른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임명묵 저 | 에이지21
중국이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보다 훨씬 작은 우리나라만 해도 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많은 것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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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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