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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존 미스티, 고독한 외로움을 노래한다

파더 존 미스티 - 『God’s Favorite Custo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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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자조와 지독한 외로움, 그 누구도 거들 수 없는 우울은 육체와 정신, 존재를 갉아먹은 만큼이나 아름다운 작품을 창작자에게 안겨주었다. (2018.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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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한 연약한 인간의 이야기다. 완전하지 못 한, 그리고 결코 완벽할 수 없는 한 개체의 걱정과 고통, 번뇌와 좌절이 뒤섞인. 선율과 텍스트 행간에는 위약하기 그지없는 긴장이 놓여있다. 이는 매일 우울과 붙어지내고 불안에 휘둘리며 살아간 결과다. 또한 여기에는 위태롭게 진행되는 자멸이 존재한다. 이 역시 늘상 흡연과 음주로 도피하고 약물로 위안한 산물이다. 완성되지 않는 사랑, 자신의 예술에 스스로 들이미는 불신임, 돌이킬 수 없는 수많은 문제, 이따금씩 가정해보는 자기 존재의 소멸도 일상어로서 함께 이 사내의 예사를 가득 채운다. 간혹 비아냥을 약간 더해 “전 괜찮습니다. 정말로 좋아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하나 이마저도 현실을 망각하게 되는 순간에나 가능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는 술병과 꽁초 더미, 아내의 가여운 걱정 사이에서 뒹굴다 내면의 밑바닥을 향해 침잠한다. 남자는 우울질의 피식자요 구원받지 못 하는 탕아이자 저 스스로에게서 형이 언도된 사형수다. 작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이 비극의 주인공, 파더 존 미스티는 무려 현세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대담하게 비웃음을 던져대던 매혹적인 시인으로서 우리와 함께했다. 불과 한 해 전의 이야기다.

 

위 연쇄하는 몰락은 앨범의 내러티브를 위해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음반을 구성하는 개개의 플롯들은 파더 존 미스티라는 가면 너머의 실체, 조시 틸먼의 현재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이 싱어송라이터는 상기한 모든 문제들과 맞서고 있다. 알코올과 니코틴, 희석된 LSD와 함께 우울증을 상대하고, 갖은 주변 문제들을 피해 안정을 찾고자 스스로를 호텔 방으로 가두었다. 상세한 개인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이번 작품은 지극히 자기고백에 가깝다. 시선을 외부로 돌려 세상 만상을 이야기한 전작 < Pure Comedy >와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이번 작품의 미시적인 접근은 자신의 배우자와 사랑을 주제로 한 < I Love You, Honeybear >의 시각과 유사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서술자와 작품 제재가 맺는 관계의 측면에서 < I Love You, Honeybear >와 이 앨범 사이에도 또한 큰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가 아내라는 타자와의 상호작용과 그 속의 자아 존재 양상을 다뤘다면 후자는 최대한 자아 내면에만 집중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 있어 < God's Favorite Customer >는 어쩌면 조시 틸먼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가장 자전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티스트의 작품들 가운데 이토록 자기에게 충실한 앨범이 또 있었던가.

 

일찍이 < I Love You, Honeybear >를 내놓았을 즈음 파더 존 미스티라는 얼터 에고를 이야기하며 조시 틸먼은 “그 존재도 가짜, 가사도 가짜”라며 캐릭터의 허구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 Pure Comedy > 시기에도 아티스트는 파더 존 미스티라는 인격으로 존재할 때에는 “거짓된 실제가 아니라 실제와 같은 거짓으로 보이길 원한다”고 언급하며 그 허구성을 재차 환기했다. 중요한 점은 이 허구성에 있다. 자신의 실제 경험을 동원해 파더 존 미스티의 인격체와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서는, 조시 틸먼은 도리어 이 모두를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파더 존 미스티의 서사는 마치 증강현실과도 같다. 'Disappointing diamonds are ther rarest of them all'은 무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조시 틸먼의 관념을 비추고 'Mr. Tillman'은 호텔에서 지내던 근래의 행적과 맞닿아있으며, 'God's favorite customer'는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아티스트의 과거를, 'The songwriter'는 음악가로 살아가는 현재를 성찰한다. 작품의 내러티브 대부분은 이렇듯 조시 틸먼의 사건과 사고를 공유하고 있으나 이들은 파더 존 미스티의 이름 아래에서 탄생했다는 연유만으로 허구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 God's Favorite Customer >라는 허상은 조시 틸먼의 온전한 자전이 될 수 없다. 아티스트의 또 다른 자아인 제삼자 파더 존 미스티가 개입해 고백의 성격을 뒤틀어 놓는다.

 

파더 존 미스티의 기능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파더 존 미스티는 조시 틸먼의 예술을 위한 대체 발화자다. 가상의 관찰자이며 조시 틸먼과 수용자 사이에 놓인 매개자다. 이 관계 속에서 조시 틸먼은 비애를 완전히 노출하지 않는다. 파더 존 미스티의 관찰이라는 추가 단계를 이용해 자신이 겪은 애달픈 사건들을 허구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이렇게 거리를 형성하는 작업은 조시 틸먼의 비애를 한층 배가한다. 가상 인물의 관조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비실재하는 이야기로 재구성함으로써 조시 틸먼은 자기가 겪은 여러 문제와 사건, 뒤따르는 감정들을 누구도 다가설 수 없고 보살필 수 없는 허상의 존재로 자연스럽게 전환한다. 이 능란한 작업이 가져오는 효과는 무엇인가. 조시 틸먼이 파더 존 미스티를 계속 상상의 인물로 취급하는 이상, < God's Favorite Customer >를 통해 아티스트에게 향하는 공감, 동정, 연민은 순도를 잃는다. 또한 '정말로 실존하지 않는' 파더 존 미스티라는 현상을 우리가 존중하는 이상, 교감과 감정 이입, 동일시 등의 상호주관적 행위 또한 조시 틸먼이 아닌 파더 존 미스티와 우선으로 접촉한다. 'Please don't die'에서 표출한 구원과 회복에 대한 갈급마저도 파더 존 미스티의 감정으로 전환된다. 사회로부터 한 차례 이탈했던 조시 틸먼은 이제 자신이 만든 허구의 존재에 밀려 고립되기까지 한다. 아티스트의 실존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진 이 앨범은 아티스트 자신만이 확인할 수 있는 깊은 내면에서 출발했다. 애석한 모순이다.

 

게다가 파더 존 미스티, 그리고 조시 틸먼은 말을 아낀다. 수록곡 절반이 5분 넘게 흐르고 그중 10분 짜리 곡만 둘이나 있던, 말 많은 < Pure Comedy >와 비교해보면 열 곡의 수록곡과 38분의 재생시간을 가진 이번 앨범은 짧다. 러닝 타임 뿐 아니라 언어도 적다. 지난 앨범의 미학을 성립했던 풍성한 묘사는 'Mr. Tillman' 정도에만 한정하며, 텍스트 대다수는 비애를 함의하는 정도로 그 수를 적게 유지한다. 고독과 우울은 때로는 많지 않은 어휘 속에서 더욱 잘 드러나는 법이다. 사운드도 보자. 차가운 어휘들과 대비되는 유려한 포크 팝 멜로디, 마이너 코드를 사용해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 선율 구조, 화자의 외로움을 두드러지게 하는 널찍한 음향 공간, 폭시젠의 조너선 라도와 함께 빚은 유약한 오케스트레이션 편곡, 엘튼 존과 해리 닐슨, 닐 영의 1970년대를 닮은 멜랑콜리아의 오래된 전형 역시 음반의 테마를 적확하게 살려낸다. 주인공의 몰락을 장엄하게 시작하는 'Hangout at the gallows'의 단조 선율과 관현악 섹션, 장중한 'Just dumb enough to try'를 가로지르는 왜곡된 톤의 기타 솔로, 구원을 청하는 염세주의자의 회고 'God's favorite customer'에서 묻어나는 약간의 가스펠, 'The palace'와 'The Songwriter'의 외로운 편곡 구성. 이들이 흐르는 공간 한복판에 서 있는 파더 존 미스티,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조시 틸먼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두 번의 자기 파괴를 통해 < God's Favorite Customer >는 태어난다. 하나는 현실 속 자신의 심신에 가하는 파괴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 작품의 공간에서 허구의 존재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본래 자아에 입히는 파괴다. 잔혹한 자조와 지독한 외로움, 그 누구도 거들 수 없는 우울은 육체와 정신, 존재를 갉아먹은 만큼이나 아름다운 작품을 창작자에게 안겨주었다. 이 과정은 얼핏 등가교환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The songwriter'에서 언뜻 드러나는 자기 예술에 대한 조시 틸먼의 후회는 아티스트의 창작이 결코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방증한다. 파더 존 미스티라는 가면을 쓴 조시 틸먼은 늘 이런 식이다. 주변의 사안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 다음, 그 자신에게서 포착한 어두운 면과 사투를 벌인 뒤, 파더 존 미스티라는 존재에게 아름다운 비극과 음악을 선사하고서는, 피로로 가득한 조시 틸먼의 삶을 다시 살아간다. 나락으로 한없이 떨어지다가도 간혹 조시 틸먼은 긍정을 갈구한다. 'God's favorite customer'에서 보인 것처럼 구원에 대한 욕망도 내재해있고 'Please don't die'에서 들은 것처럼 아티스트의 가장 가까운 곳에는 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줄 손길도 존재한다. 다만 이 한 줄기 가는 빛의 주변에는 너무도 짙은 어둠이 깔려있다. 슬프게도 멋진 앨범과 조시 틸먼의 미학은 그 안에 있다. 이 수작은 곱씹을수록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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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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