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삼천포책방] 미스터리의 소재가 〇〇이라고요?

『시인장의 살인』, 『제대로 위로하기』, 『하루의 취향』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8. 08. 23)

[채널예스] 삼천포책방.jpg
 

 

기발한 소재의 미스터리 소설 『시인장의 살인』 , 위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제대로 위로하기』 , 취향 존중 에세이 『하루의 취향』 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저/김은모 역 | 엘릭시르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쯤은 미스터리 소설을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시인장의 살인』 이라는 제목을 보면 ‘시체’ 할 때 ‘시(屍, 주검 시)’자를 쓰고 있어요. 분명히 살인이 일어날 거라는 건 이미 드러나 있죠. 이마무라 마사히로 작가가 쓴 일본 미스터리 소설인데요. 소재가 너무 기발해서, 모든 종류의 단점을 제외하고 읽어볼 만한 책이에요. 이제는 미스터리 소설이 너무 복잡해졌잖아요. 웬만한 트릭은 다 나왔고, 그렇다 보니까 작가들이 여러 가지를 섞어서 트릭을 복잡하게 만드는데요. 그 자체가 읽는 데 피로감을 주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은 간명해요. 미스터리 동호회 친구들이랑 연극영화 동아리 친구들이 캠핑을 가서 고립이 되는데, 그 소재가 ‘??’예요. 장르를 섞은 것 자체가 참신해요. 영화에는 그런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미스터리에서는 시도된 적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느낌이에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방백스러움’이 재밌었는데요. 미스터리 동호회의 회원들이 자기가 동호회에서 배운 이론들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연극의 방백 같아요. 독자들을 위해서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거죠. 그게 오히려 더 재밌었어요. 왜냐하면 미스터리 하드코어 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미스터리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 문법이 되게 어색하잖아요. 그걸 뻔뻔하게 드러내면서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이마무라 마사히로 작가는 미스터리가 아닌 다른 종류의 글을 썼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미스터리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독법서, 작법서를 공부해서 이 소설을 쓴 거죠. 그런데 이 책이 주요 미스터리 랭킹, 문학상 등 4관왕을 달성한 거예요. 미스터리계에서는 대박이 난 거죠. 신예가 등장했는데, 그 소재는 ‘??’인 거죠. 미스터리 입문용으로 훌륭하고, 여름용으로 적합한 소설입니다. 
 


그냥의 선택 - 『제대로 위로하기』
켈시 크로, 에밀리 맥도웰 저/손영인 역 | 오르마

 

제대로 위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실용서입니다. 감정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에요. 위로라는 건 누구나 필요로 하는 것이고, 나 아닌 다른 존재에게 주고 싶은 것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괜히 말실수를 할까 봐,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가 틀어질까 봐, 아물어가고 있는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될까 봐’ 위로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이 책은 그런 것들이 걱정된다고 하더라도, 위로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 일 이후에 어떻게 지내고 있어?’ 정도의 말만 건네면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중요한 게 ‘3초 침묵’인데요. 상대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3초를 기다리라는 거예요. 그러면 상대가 이야기를 이어서 할 수도 있는데,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침묵을 깨면 상대가 하려던 이야기도 삼키게 된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동조하고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에 ‘나도 그런 상황을 겪었어’, ‘네 마음을 알아’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요. 이 방식도 잘못되었다고 해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상대가 말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에서 제시하는 원칙이 있는데요. ‘상대(위로를 받아야 하는 대상)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대 역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나는 전체 대화의 10% 정도만 말하고, 나머지는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 ‘상대가 요청하지 않는 한 자신의 경험을 더 꺼내지 않도록 한다’, ‘상대가 더 이야기해달라고 말해도 짧고 간단하게 덧붙이는 식으로 말하고, 다시 상대에게 대화의 초점을 맞춘다’입니다. 소개해 드리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은 책이고, 제 친구들에게 다 선물하고 싶은 책이에요.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 아니라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톨콩의 선택 - 『하루의 취향』
김민철 저 | 북라이프

 

저희 아파트 옆 라인에 살고 있는 제 후배이자 술친구죠. <측면돌파>에 출연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주기도 했던 김민철 작가의 책 『하루의 취향』 이 나왔습니다. 작고 가벼운 책인데요. 안에 담긴 내용은, 잘 읽히기는 합니다만, 날리듯 가벼운 책은 아니에요. 김민철 작가 특유의 든든함 같은 것이 있잖아요. 그 사람이 뭔가를 조금 내려놓고 바람이 들고 나게 쓴 책이라고 할까요. 읽으면서 ‘철군(김민철 작가)과 나는 어쩜 이렇게 다른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에 제가 등장하는데요. 지난번에 <측면돌파>에서 말했던, 제가 봄밤에 개똥밭에서 굴렀던 이야기가 있고요. 또 하나는 저희가 이웃으로 잘 지내고 있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걸 읽고 ‘우리가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서로 잘 지낼 수 있구나’라는 게 느껴졌어요. 서로의 취향이 다르다는 걸 존중해주려는 마음이 늘 있어요. 상대의 취향을 서로 인정하고, 또 서로 다른 지점을 재밌어하고. 그게 저희 둘 관계의 아주 바람직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이 부분을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김민철 작가가 TBWA 사보에 쓴 글이에요.

 

“광고는 두 번째. 당돌한 신입사원의 말. 직장 상사들이 다 앉아있는 술자리에서 호기롭게 내뱉은 한 마디. 광고는 두 번째. 힘이 센 광고를 고집스레 두 번째 자리에 앉히고 연약한 저녁식사를 첫 번째로. 사소한 여행을 첫 번째로. 가족과의 약속을 첫 번째로. 연약하지만 중요한, 사소하지만 소중한, 그 모든 것들을 위해 첫 번째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다짐. 광고는 힘이 세니까. 잠깐만 한 눈을 팔아도 급한 일이라는 탈을 쓰고, 경쟁 PT라는 옷을 입고, 금세 내 일상의 첫 번째 자리를 천연덕스럽게 차지해 버리곤 했으니까. 잘 살기 위해 시작한 광고라는 일이 나를 잘 못 살게 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었으니까. 13년 전 그 신입사원이 이제는 CD가 되어 사보에 써 내려가는 그때 그 다짐. 광고는 두 번째. 결국 잘 살기 위해 우리는 광고를 만드니까. 기어이 잘 살아야 우리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으니까.”

 

이게 이 사람의 다짐인 거죠. 자기가 얼마나 삶을 내팽개치고 함몰시켜가면서 일에 몰입하는지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요. 김민철 작가의 삶을 보면 광고 일도 잘 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삶도 건강하게 아름답게 꾸려가려는 노력을 놓지 않아요. 너무 잘 해내고 있고요. 그리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책도 계속 내고 있잖아요. 이게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지점이지만, 물론 저도 옆에서 보면서 신기하기는 하지만, ‘이 사람이니까 이걸 할 수 있어, 그 무엇도 허투루 하지 않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너무 믿음직스럽게 보여주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루의 취향』 은 취향이 분명한 김민철 작가가 조금은 더 즐거운 취향 부분을 반영해서 쓴 책이고요. 여름 휴가철에 가서 읽으면 너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아는 김민철, ‘철군’이라고 하는 사람을 정말로 알고 싶다면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루의 취향』 을 같이 읽으시면 정말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77

 

 

팟빵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오늘의 책

    오직 침묵 속에서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욘 포세의 신작. 어느 초겨울, 한 남자가 숲에서 고립된다. 방법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지만, 결국 길을 잃는다. 끊임없는 선택과 방황 속에서 그는 신비로운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역시 침묵 속에서 불가해한 삶이 가져다주는 문장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될 소설.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드는 뇌의 비밀

    자아란 무엇인가. 뇌 과학자 그레고리 번스는 자아를 수많은 기억에서 특정한 부분을 편집한, '나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이를 토대로 뇌의 매커니즘을 이해한다면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되는 뇌과학의 비밀로 독자를 초대한다.

    나의 불행은 생각 때문이다

    독립출판물로 미국에서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작. 현대인은 바쁘게 살아도 불행해지기만 하는 딜레마에 갇혔다. 저자는 우리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 책은 최신 연구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생각을 줄이는 방법을 전달한다.

    꿈이 돈이 되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일로 즐겁게 돈 버는 『혁명의 팡파르』의 작가 니시노 아키히로의 신간이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돈에 대한 편견과 불편한 시선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꿈을 돈으로 연결시킨 원리를 들려준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보기 좋게 성공한 천재 사업가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