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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가 좋아지는 특별한 습관

『기획자의 습관』 저자 최장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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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에 산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듯, 습관이 특별해서 기획이 특별하게 나오는 게 아닙니다. (2018. 08. 07)

 최장순 저자 사진4.JPG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어떻게 관찰해야 할까? 생각이 막혔을 때 어디서부터 떠올려야 할까? 어떤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머리에 담을 수 있을까?  『기획자의 습관』 은 크리에이터들의 고민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다. 무언가에 관심을 두고 관찰 정리하는 법(생활 습관), 책을 읽고 대화하고 글로 쓰는 법(공부 습관), 새로운 관점과 상상을 내놓는 일 혹은 그저 잘 쉬는 일(생각 습관), 이 모두가 멋진 기획의 바탕이 된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점심 메뉴를 고르고, 친구와의 약속이나 쇼핑을 즐긴 뒤 밤에 볼 영화를 고른다. 이런 소소한 일상에 아주 조금의 차이를 더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창한 기획서 작성이 아닌, 일상에서 작은 차이를 연습하는 것만으로 감각(센스)은 좋아진다.  『기획자의 습관』  은 저자가 무수한 실전 기획을 거쳐 정리한 10가지 필수 습관과 함께 창세기와 니체, 움베르트 에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의 광고 이야기까지 종횡무진 아우르며 ‘데일리라이프 인문학’을 펼친다.

 

『기획자의 습관』 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현장 기획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책을 내고 접하신 독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가요?

 

일전에 코엑스 별마당에서 공개 강연을 했는데요. 제 강연을 듣고 책에 싸인을 요청하신 한 할아버지가 기억나네요. 그분께서는 소설가 지망생이라고 하셨어요. 제 책과 강연이 그분께 소설을 쓸 용기를 주셨다고 하시며 두 손을 꼭 잡으시더군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한 분은 경력이 단절된 성실한 가정주부셨는데요. 집안일만 하고 아이만 돌보고 있었는데, 그런 모든 가사 일이 꽤 괜찮은 기획이었다는 걸 깨달으셨다며,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말씀 주셨어요. 책을 쓴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획자의 습관』 은 일상은 언제나 기획의 연속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소소하게 장을 보고 저녁메뉴를 결정하는 순간들도 모두 기획이라는 점이 신선했는데요. 여름 휴가나 선물 등 작가분이 일상을 성공적으로 ‘기획’하신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휴가는 아직 못 갔고요. (웃음) 음.. 5살 아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는 거? 평소에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장난감 이름이 뭔지 아내가 파악해둡니다. 그럼 전 그걸 미리 듣고 그 장난감을 아들에게 사주죠. 아이가 너무 행복해 합니다.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기획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죠. 가끔은 야근으로 늦는다고 말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도 아내에겐 기분 좋은 기획이었던 것 같고요.


잠을 안 자는 아이 앞에서 ‘도깨비’와 통화하는 연기를 하는 것도 잘 먹히는 기획이었어요. 도깨비 단어만 나오면 아이들이 잠을 청하거든요. “도깨비야? 나야. 우리 애들이 잠을 안 자는데 어떡하지?” 라고 혼자 전화기 들고 연기를 하면 바로 잠을 잡니다. 한국민속촌에서 도깨비 아저씨를 보고 나서는 그 아저씨랑 제가 대화하는 줄 알고 무서웠나 봐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기획자의 일이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다만 기획자들은 벽에 막힌 듯한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야 하는 일에 불안을 느낄 수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 조언을 주신다면요?


저는 무슨 일이 잘 안 풀리면 더욱더 집중해봅니다. 제가 맡은 일을 다른 모든 상황에 대입해서 적용/해석해봅니다. 일상의 화두로 달고 사는 거죠. 걸어 다닐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그 프로젝트만 생각합니다. 무슨 간판을 볼 때도 프로젝트 생각을 하고, 운전을 할 때도 그 생각만 합니다. 다른 프로젝트로 고민하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제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는 거죠. 그런데도 안 풀리면 잠시 손을 떼는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거리를 쏘다니거나, 사우나를 가거나, 멍-때리거나, 지압/마사지를 받거나 합니다. 몸을 풀어주면 일단 정신도 풀리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친구나 주변 어른들, 가족들한테 전화 걸어서 수다를 떨기도 해요. 이때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분이나 나에게 우호적인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거죠. 분명 통화하다가 저절로 위로를 받게 될 겁니다. 감정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되죠. 때로는 직장 동료들에게 내 고민을 다 털어놓고 반응을 들어보고 적용해볼 때도 많고요. 그런 식으로 하면서 조금씩 슬럼프를 극복했던 것 같습니다.

 

 

기획자의 습관 도서 사진.JPG

 

 

기획자도 다른 이의 좋은 기획을 보면 감탄도 하지만 아까워한다는 솔직한 이야기가 공감을 사는데요. 최근 멋지다고 생각한 기획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말 멋진 기획들 많이 나오죠. 최근에는 죠스떡볶이에서 ‘죠스어묵티’라는 걸 론칭했죠. 녹차티백 같은 걸 뜨거운 물에 우려 먹으면 기가 막히게 진한 어묵국물이 만들어집니다. 일상의 차 마시는 습관에 어묵 국물이라는 다른 코드를 결합한 거죠. 결과론적으로 보면 별 거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기획은 일단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기업에 어떤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량적 추측이 어렵기 때문이죠. 전 이런 기획을 입안하고 실천한 담당 기획자의 직관과 내공, 실천력에 존경을 표합니다.


유튜브 레드(RED)라는 별도 서비스 브랜드도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튜브는 공짜로 보는 대신 광고를 봐야만 하죠. 유튜브 레드는 월정액을 내고 광고 없는 편안한 환경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멤버십 서비스입니다. 유튜브 시청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한, 소비생활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브랜드 네임도 유튜브의 시그니처 컬러인 빨강을 반영해서 ‘유튜브 레드’라고 했죠. 서비스 편익, 구조, 브랜드 어느 하나 군더더기가 없는 좋은 기획이라 생각합니다.

 

『기획자의 습관』 은 내용부터 외형까지 사뭇 다른 시도가 엿보입니다. 이 책을 작업하시면서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일단 ‘기획자의 습관’은 제가 지은 제목이 아닙니다. 홍익출판사 편집부에서 기획을 맡고 계신 송혜선 팀장님이 지으신 제목이죠. 듣자마자, ‘이 제목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책 제목을 정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이번 책은 책 제목 가지고 논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팀장님과 논의하면서 목차를 기획한 건 몇 개월 걸렸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 제 회사 프로젝트도 너무 많기도 했지만, 제 스스로를 관찰하고 정리한다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목차를 기획하는 데 2~3개월을 쓴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초고를 다 쓰는 데에는 8일 걸렸어요. 평소 제 생각과 행동을 기록하면 됐으니까요. 다만, 휴가를 냈고,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계란 간장밥을 대충 먹으면서 글을 쓰고, 웬만하면 책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글을 몰아 썼죠. 새벽까지 글 쓰고, 조금 자고 일어나고. 3일차에는 너무 몸이 힘들어서 맥주 한 캔 마시고 영화 한 편 봤어요. 그리고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나 글쓰고... 그런 식으로 일주일을 버티며 글을 썼습니다.


표지 디자인은 (웃음) 황아영 디자인 팀장님이 고생 많이 하셨죠. 제 까탈스러운 요구 때문에 표지를 엄청 많이 만드셨거든요. 마지막에 팀장님이 전해주신 모눈종이 모티브도 마음에 들었고, 모눈종이를 탐색해가는 잠망경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띠지 뒤로 관찰하고 있는 사람을 넣고 싶었어요. 그 생각이 팀장님과 통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원래는 띠지 없이 잠망경만 디자인된 시안이었는데, 띠지를 만들고 그 속에 잠망경으로 세계를 관찰하는 우주인이 들어간 거죠.

 

체력도 기획습관의 중요한 부분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동시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타협하지 않는 끈기도 말씀하셨는데요. 퇴근한 뒤에도 일생각으로 지치곤 하는 기획자들에게 팁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 이야기는 오해 없이 들으시면 좋겠는데요. 요즘 이야기되는 ‘워라밸’은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Balance)을 찾자, 너무 일에 에너지를 소진하지 말라, 네 생활을 즐겨야 한다... 이런 맥락을 담고 있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일도 내 생활’입니다. 일은 늘 우리 역량보다 과하게 들어오지요. 그걸 해결하려면 역량을 길러야 하는데,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 총량이 필요합니다. 저는 천재형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세상에 천재가 많진 않잖아요? 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너무 가혹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업 기획자라면 기획에 있어 자기 에너지를 ‘완전 소진’할 정도까지도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번아웃’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의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 자기만의 독보적인 기획력을 올릴 내공을 갖게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이후, 번아웃된 후 원래 에너지를 회복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부탁합니다.


전문 기획자들보다는 대중들을 위한 책입니다. 책에 소개된 51개의 습관은 너무나 평범하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매우 쉬운 것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뭐야? 책 실망이네!” 할지도 모릅니다. 매우 기본적인 습관들이 많거든요. 그런 반응들도 예상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그렇게 쓴 건, 정말 기획에 있어 별다른 습관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기본적인 대화에 있어서도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 메모를 하지 않아 다음 기획으로 넘어가야 할 때 과거의 논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어요. 그래서 그런 기본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집에 산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듯, 습관이 특별해서 기획이 특별하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메모, 경청, 관찰 등 매우 기본적인 것들, 어쩌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분들에겐 매우 유치해 보이는 습관일지 모르나 익숙하게 내재화하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더 그런 기본을 안 지키게 되더라고요. 물론 모든 습관을 다 내재화할 필요도 없고, 매일같이 그 습관대로 살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그 습관대로 매일 ‘오늘’을 살아가면 피곤해서 살 수가 없거든요. (웃음) 하지만, 일상 속에 나만의 기획을 위한 습관은 분명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획자의 습관최장순 저 | 홍익출판사
무언가에 관심을 두고 관찰 정리하는 법(생활 습관), 책을 읽고 대화하고 글로 쓰는 법(공부 습관), 새로운 관점과 상상을 내놓는 일 혹은 그저 잘 쉬는 일(생각 습관), 이 모두가 멋진 기획의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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