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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화가, 그들의 뮤즈

자신만이 추구한 예술세계와 그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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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샤갈, 카츠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국내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2018. 06. 27)

르누아르, 샤갈, 카츠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국내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살아온 시대도, 개인적인 삶도, 화풍도 다르지만 자신만이 추구한 예술세계와 그 세계관을 지탱할 수 있도록 예술적 영감이 된 평생의 뮤즈가 있었다는 점은 같지 않을까. 전시 관람에 도움이 되도록 각 예술가의 삶과 그들의 뮤즈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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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Chagall, Love and Life)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 샤갈의 그림은 화사한 색채와 아름다운 화풍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삶이 그림처럼 밝고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러시아 변방의 유대인 마을 비테프스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샤갈은 프랑스 파리에서 특유의 생명력 넘치고 아름다운 색채로 인정받았지만,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등을 거치며 러시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을 떠돌아야 했다. 남프랑스에 자리한 생폴드방스에서 9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까지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샤갈이었기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일 수 있었고, 그림을 통해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껏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샤갈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첫 번째 아내 벨라다. 샤갈과 같은 고향 출신의 벨라 로젠펠트는 부유한 보석세공사의 딸로, 벨라의 부모는 가난한 화가였던 샤갈과의 만남을 반대했다. 하지만 벨라는 샤갈이 파리에 있던 4년 동안 그를 기다렸고, 1915년 두 사람은 결혼한다. 샤갈이 자주 다루었던 소재 가운데 하나가 연인, 부부, 결혼의 이미지인데, 특히 벨라와 결혼했을 당시 샤갈의 작품은 온통 결혼의 행복으로 가득하다.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연인들의 모습은 영원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리라. 실제로 지성과 교양을 갖춘 벨라는 샤갈의 아내인 동시에 그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하는 애호가였고, 벨라의 최종 승인 없이는 작품에 사인하지 않을 정도로 샤갈은 그녀를 신뢰했다. 그러나 미국에 머물 당시 벨라는 갑작스레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다. 30여 년간 자신의 삶 자체이자 예술세계의 원천이 됐던 영원한 뮤즈 벨라를 떠나보낸 샤갈은 이후 9개월 동안 아무런 작업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은 국립이스라엘미술관에서 기획한 전시로, 샤갈과 그의 딸 이다가 직접 기증한 작품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1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유대계 러시아인인 샤갈은 유대인의 성서와 교육 안에서 성장했고, 여러 차례 이스라엘 지역을 방문했다. 예루살렘 하다사 병원 유대교 회당의 스테인드글라스도 샤갈이 직접 제작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영상으로 재현했다. 샤갈 특유의 화사한 색감이 드러나는 유화가 주를 이루는 전시는 아니다. 자서전 '나의 인생(My Life)', 고골의 '죽은 영혼들', 프랑스 '라퐁텐 우화' 등 샤갈이 작업한 북 일러스트레이션(삽화)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미술과 문학, 언어, 콘텐츠 간의 관계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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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Renoir) : 여인의 향기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세계는 독특하다. 그가 남긴 그 어떤 인물화나 풍경화에서도 불행이나 고통, 아픔, 슬픔을 엿볼 수 없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로 가득하고, 그림 속 여인들도 일상의 행복과 기쁨에 가득 찬 모습이다. 르누아르의 예술관을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는 1885년 동거했던 아내 알린과의 사이에서 아들 피에르가 태어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때부터 르누아르는 가족에게서 느끼는 삶의 행복과 기쁨을 작업에 마음껏 표현하는 새로운 화가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그림은 소중하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다’는 그의 말대로, 르누아르는 아름답고 평온한 그림으로 삶의 고통과 고뇌를 극복하는 힘이 되고자 했고, 그렇게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을 실현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르누아르의 뮤즈는 여성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르누아르는 대표적인 인물화가로 그 중심에 여성이 있다. 실제로 그가 남긴 5000여 점의 유화 가운데 절반이 여성 인물화다. 특히 첫아들이 태어난 시점부터 말년까지 여성 인물화가 그의 작품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도시 부유층의 소녀와 귀부인은 물론이고 시골 아낙네, 집안에서 일하는 유모, 친구의 아내, 그리고 자신의 아내 알린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작품의 모델이 됐다. 말기 작품은 목욕하는 여인 시리즈와 풍경 속의 여성 누드화가 주를 이룬다. 여성은 르누아르의 예술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오브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만년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손가락에 붓을 묶어 작업해야 했지만,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여전히 삶의 시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 

 

<르누아르 : 여인의 향기> 전은 영상에 다채로운 공간 연출이 더해진 컨버전스아트 전시다. 르누아르가 주요 소재로 삼았던 꽃과 여인을 잘 표현하기 위해 공간별 감정선에 맞춰 다양한 소리와 향기를 배치했다. 미디어아트 특성상 르누아르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전시 공간이 어두워 특유의 밝은 색감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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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Alex Katz), 모델&댄서 : 아름다운 그대에게


알렉스 카츠는 가장 뉴욕적인 화가로 불리는 현대 초상회화의 대가다. 현재 아흔 살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던 1960년대 뉴욕은 TV, 영화, 광고 등 새로운 미디어와 색면추상, 팝아트 등 새로운 시각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카츠는 특정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고 색면과 인물의 모습을 결합한 카츠만의 독창적인 초상화 스타일을 창조했다. 단색의 대형 화면에 대담한 크기의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구도는 광고 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장면처럼 관람객이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작가는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보여주지만 가장 폭넓은 인간성을 표현해내는 게 아닐까. 

 

카츠가 평생을 그려온 영원한 뮤즈는 아내 아다다. 1958년 아다를 처음 만난 카츠는 지금까지 아다의 초상화 250여 점을 그렸는데, 초상화 속의 아다는 시간에 따라 변해가지만 그림 속에서 계속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해간다. 그런가하면 ‘모델과 댄서’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츠의 작품 속에는 아내 외에도 댄서와 모델이 등장한다. 특히 댄서 시리즈 중의 하나인 ‘로라’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로, 무용수의 신체와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카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또 카츠가 가장 최근에 제작한 ‘코라콜라 걸’ 시리즈, ‘CK’ 시리즈 등에서도 카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알렉스 카츠, 모델&댄서 : 아름다운 그대에게> 전에서는 초상화, 풍경화, 설치작품까지 알렉스 카츠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7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뉴욕의 일상적인 인물과 삶을 시대를 앞서온 ‘카츠 스타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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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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