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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고개를 돌려 키스할 뻔했다

<베토벤/브람스 : 바이올린 협주곡>, 야사 하이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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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 옆자리의 여인 때문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그런 곡이다. (2018. 06. 18)

출처 언스플래시.jpg

            언스플래쉬

 

 

“오늘 6시에 프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시몽에게서 온 편지였다. 폴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중략)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부분

 

정말 좋아하는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중 한 대목이다. 지극히 익숙하고 안정적인, 그래서 고독하고 재미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한 여인(폴)에게, 한참 어리고 너무나 열정적이고 신비로운 젊은 청년(시몽)이 다가온다. 청년은 여인에게 푹 빠졌고, 여인은 청년의 구애가 신선하고 설레지만 한때의 불장난일 것만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순수하고, 조금은 철없고, 여전히 낭만이 남아 있는 청년의 마음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한 문장으로 대변된다. 브람스의 음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 한 문장이 얼마나 강력하고 정확하게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지독히도 현실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 중년의 여인에게 젊은 청년은 마치 자기 생활 너머의, 어쩌면 삶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던 시절에나 가졌을 법한 ‘낭만’이자 ‘꿈’이었을 것이다. 마치 브람스의 음악처럼 말이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 그는 낭만주의를 배척했다고도 평가되고 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매우 낭만적이다. 다만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찬란해 도를 넘는 수준은 아니다. 강건하고 바르게 고전주의의 형식을 지키면서도, 선율을 살펴보면 매우 시적이고 짙은 낭만의 정서가 깃들여 있다. 5세 때부터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무려 40대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교향곡을 발표했을 정도로, 신중한 동시에 순수한 작곡가였던 브람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음악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악이자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사랑하는 곡,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바이올린 한 대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누르고 솟아올라 찢어질 듯한 고음으로 필사적으로 떨더니 이윽고 저음으로 내려와서는 즉각 멜로디의 흐름 속으로 빠져들며 다른 소리들과 뒤섞였다. 시몽은 하마터면 고개를 돌려 폴을 안고 키스를 할 뻔했다.”

 

기교 그 자체로 잘 알려진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심지어 초연을 맡았던 브람스의 절친한 동료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조차 투덜거리게 만들었을 정도로 어려운 기교를 뽐내고 있다. (브람스는 요하임의 연주를 처음 본 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화려한 독주에 깊은 감명을 받아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요하임과 활발히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곡을 완성해나갔다.) 현재 베토벤, 멘델스존의 작품과 더불어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도 잘 알려진 이 곡은 브람스의 작품 중 단연 걸작이라고 칭할 만하다. 마치 베토벤의 곡처럼 고전적인 형식미를 갖추어 단정하고 비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케스트라 위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넘나드는 바이올린의 독주 선율은 굉장히 자유롭고 리드미컬하며 때로는 매우 쓸쓸하고 고독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마터면 고개를 돌려 옆자리의 사랑하는 여인에게 키스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한껏 들었다 놓았다 하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음악을 들으며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곡의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 옆자리의 여인 때문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그런 곡이다. 나는 특히 3악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더블스톱(화음)으로 시작되는 바이올린 솔로를 들을 때마다 그토록 황홀할 수가 없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음반은 연주자마다 특색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정확한 음정 그리고 완벽주의자이기로도 유명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의 연주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기교를 제대로 감상하기에 좋은 음반 중 하나이다. 브람스의 낭만이 당신의 삶에 가득하기를 바라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도 함께 추천해본다.

 

 

 

 


 

 

베토벤 /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 야사 하이페츠 Ludwig van Beethoven, Johannes Brahms 작곡/Jascha Heifetz 연주/Charles Munch, Fritz Reiner 지휘 | Sony Classical / RCA Red Seal
유난히 빠른 템포로 연주함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테크닉을 자랑한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방대한 레퍼토리를 빈틈없이 소화해내어 ‘바이올린의 전설’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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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한(피아니스트, 작곡가)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美버클리음악대학 영화음악작곡학 학사.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 박사. 現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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