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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사랑 받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아이돌을 인문하다』 박지원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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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열광한다는 건 그 자체로 건강하고 멋진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제가 그렇게 자라오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지금 ‘아이돌’들과 사랑에 빠져있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그들을 책의 세계로 차분히 안내하는 게 우리들의 과제라고 할 수 있겠죠. (2018. 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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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석권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팬덤을 뜻하는 아미(ARMY)가 아니었던 수많은 대중들이, 뒤늦게 방탄소년단을 외치면서 ‘왜 우리가 이들을 알아보지 못했을까?’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옳았다. “너넨 아이돌이니까 안 들어도 구리겠네….”(「둘!셋!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중에서)라는 그들의 노랫말처럼, ‘아이돌’이라고 무조건 손가락질부터 했던 기성세대의 게으른 편견이 상쾌하게 전복된 것이다.

 

『아이돌을 인문하다』 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몇몇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그들의 노랫말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와 가치를 깊이 들여다 본 책이다. 이 책은 방탄소년단 뉴스와 맞물려 수많은 언론에서 인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그전에 책을 읽은 10대와 20대 아이돌 팬들이 “정말 쉽고 재밌다”, “책을 읽고 나만 힘들진 않다는 걸 깨달았다” 등의 생생한 소감을 전해주는 것이 더욱 주목된다. 6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 총 46곡의 노랫말에 관한 46가지 인문학 키워드가 꼼꼼하게 복원된 책이라니, 분명 특이한 구석이 있다. 과연 이 『아이돌을 인문하다』 는 어떤 책일까? 책을 쓴 저자 박지원을 인터뷰했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아이돌을 인문하다’라니, 일단 책의 기획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BTS의 빌보드 열풍으로 이젠 정말 의미가 없어지고 폐기처분 된 생각이지만, 이 책을 출간되기 전까지 우리 사회엔 ‘그깟 아이돌’이라는 편견과 규정들이 있었죠. 저도 기성세대 중 한 사람이지만, 이런 편견들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주 게으르다고 생각했고요. 대중들은 그리 쉽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 주지 않아요. 책이든 음악이든 어떤 분야든 간에, 동시대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 받는 무언가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시대를 불문하고 널리 사랑 받는 유행가엔 언제나 당대의 흐름과 보편적인 희로애락이 담겨 있기 마련이고요. 아이돌 노래들을 꼼꼼하게 들어보면, 이들이 나름대로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전하는지 놀라실 거예요. 어쨌든 우리도 ‘아이돌’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확신하며 책을 썼습니다.

 

『아이돌을 인문하다』 에선 방탄소년단과 워너원, 트와이스 등의 세 그룹이 중점적으로 이야기되고 있죠?

 

사실 이 세 그룹 외에도 훌륭한 아이돌 그룹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세 대표 K-POP 그룹에 집중을 한 셈인데요. 물론 더욱 다양한 아이돌들을 이야기하지 못한 책의 한계는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특정 그룹에 집중하며, 그들의 초기 활동부터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곡까지 꼼꼼하게 복원하는 방식에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이야 뭐 말할 것도 없죠. 2013년부터 자신들만의 뚜렷한 철학과 자의식을 지니고 스토리텔링을 해 온 그룹입니다. 요즘 이들의 인기 요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결국 자신들을 둘러싼 저 허울 좋은 편견과 규정들에 저항하며 자기 위치를 되돌아보는 진중함과 진정성이 방탄소년단의 근본적인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성찰과 고민이 그들 곡과 퍼포먼스에 그대로 녹아있고요. 책에서도 그런 면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트와이스는 국내 최고의 걸그룹이잖아요. 특히 ‘소녀들의 성장 서사’라는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그룹이고, 우리 사회의 여성과 여성성에 관한 여러 맥락들, 때로는 편견들이 그녀들의 노랫말에서 줄곧 발견되곤 하죠. 반면 워너원은 ‘소년들의 성장 서사’를 반영하는 동시에, <프로듀스 101>을 통한 탄생 과정에서부터 대중들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특색이 있어요. 그들은 11명 멤버 각자에 대한 팬덤이 주축을 이루면서도 '하나의 팀'이란 정체성을 갖고, 자기애와 교감, 책임 등의 키워드를 노래하고 있으니까요.

 

작가님도 이들 아이돌 그룹의 팬이라고 할 수 있나요?

 

지금은 완전히 팬이죠. 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들의 앨범들을 엄청 돌려 들었지만, 책을 탈고한 후에도 중독된 채 듣고 또 듣고 있으니까요. (웃음) 그런데 중요한 건, 처음부터 제가 이들을 좋아했었던 건 아니라는 거예요. 저도 아이돌에 대해선 일정한 거리감과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거든요. 제가 이들 팬덤의 나이였을 때, 저는 서태지와 이승환에 미쳐 있었어요.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듣고(정말 늘어졌어요!), 친구와 콘서트도 달려가고, 교실 뒤에서 대걸레를 들고 노래를 줄창 따라 부르고…. 아무튼 저는 제 세대의 음악들에 환장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방탄소년단이 <WINGS> 앨범 콘셉트를 『데미안』 에서 따 왔잖아요, 제가 출판사에 다니던 때였는데, 그들 노랫말들에 담겨있는 고전문학의 흔적들을 시리즈로 연재하며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했거든요. 놀라운 경험이었죠. 아이돌의 음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랑 타령에 상업적이기만 할 것 같았는데, 그게 전혀 아닌 거예요. 그네들이 팬덤과 소통하는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고요. 방탄도 방탄이지만, 워너원과 트와이스, 소녀시대와 엑소, 그리고 아이유 등등 제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이돌들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치열하게 노력하고,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죠. 그리고 아이유와, 또 이번에 BTS가 보여준 것처럼, 그들은 ‘어느 순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변화해 있기도 하니까요!

 

책에서는 아이돌 노래뿐만 아니라 산울림, 신해철, 이소라, 장필순 등등의 노랫말도 담겨 있는데요.

 

K-POP이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들썩이고 있는데, 저는 이 K-POP의 문화적 흐름과 내공이 한 순간에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니라, 그동안 누적되어왔던 한국 대중음악과 대중문화의 힘이 바탕이 되어준 거죠. 위에서 말씀하신 가수들이 쌓아왔던 것들이 있었고, 아이돌을 프로듀싱했던 제작자들도, 또 아이돌 멤버들도 그런 가수들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니까요. 저는 인생과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키워드들과 함께 그런 한국 대중음악의 면면한 흐름까지 아우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저 가수들은 제가 오랫동안 '덕질'을 했던 뮤지션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세대 간의 교감, 세대 간의 ‘이어짐’은 제게 늘 애틋하고 멋지게 느껴져요. 제 어린 시절 히어로였던 서태지의 라이브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이 그와 함께 <필승>과 <교실 이데아>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은 제게도 감동적으로 다가왔죠. 그리고 재작년에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역주행을 통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김연자 선생님의 <아모르 파티> 이야기도 꼭 하고 싶네요. (웃음) 많은 독자분들이 <아모르 파티> 챕터를 정말 잘 읽었다는 말씀을 들려주고 계시는데, 이 노래는 니체의 사상, 운명애(運命愛)를 뜻하는 ‘아모르 파티’(Amor Fati)가 EDM과 트로트의 풍미에 실린 곡이잖아요. 제 최애곡이기도 하고, 대중음악에 철학의 향취가 흠뻑 담겨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기획과도 너무 잘 아울리죠.

 

작가님의 음악 사랑이 잘 느껴지네요. 음악과 인문학의 관계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많아도,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말은 듣기 힘들죠. 음악은 정말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잖아요.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음악을 ‘인문학적’으로 사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은 다른 게 아니라 우리들의 삶과 ‘일상’을 섬세하게 돌아보고 사유하는 것이니까요. 더불어 음악에는 기본적으로 ‘자기애’의 성격이 있어요. 철학자 김상봉은 “음악이 이미 그 형식에서부터 나르시시즘을 위한 예술”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을 들으며 힘을 받게 되고, 자신을 좀 더 가다듬고 사랑하게 되고, 또 뮤지션의 자기애에 전염되기 마련이거든요.

 

책 안에선 수많은 책과 영화, 심지어는 만화들까지 인용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찌 보면 『아이돌을 인문하다』 는 제 삶의 ‘덕질’들을 종합한 결과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웃음) 꿋꿋한 덕질에는 역시 삶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돌을 인문하다』 에는 문학, 철학 책들의 이야기가 가장 많죠. 헤르만 헤세와 어슐러 K. 르 귄, 제인 오스틴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다자이 오사무와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 그리고 대니얼 데닛 등등……. 제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작가들과 철학자들의 눈을 빌려 아이돌의 노랫말 속 숨겨진 의미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만화로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이야기를 했고, 또 영화 <러브 액츄얼리>와 <빠삐용>, 그리고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네요. 모두 다 빛나는 작품들이죠.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을 향해 “너흰 왜 책도 읽지 않고.”, “세상에 좋은 책들이 이렇게 많은데….”라는 말을 반복하는 고리타분한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요. 책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무턱대고 ‘독서는 좋은 일’이라고 강변하는 것을 항상 따분하게 생각하고요. 지금 그들은 책보다 자신들을 더 진정성 있게 감화시키는 음악과 퍼포먼스에 흠뻑 빠져 있지만, 그들이 어떤 계기로든 ‘책 읽는 기쁨’을 경험하는 순간, 그들 또한 책을 손에 잡아들 수밖에 없으리라고 100퍼센트 확신해요. 누가 억지로 시켜서 될 일이 아닌 거예요.

 

무언가에 열광한다는 건 그 자체로 건강하고 멋진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제가 그렇게 자라오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지금 ‘아이돌’들과 사랑에 빠져있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그들을 책의 세계로 차분히 안내하는 게 우리들의 과제라고 할 수 있겠죠. 어쨌든 ‘억지로’가 아니라, 그들에게 정말로 말을 걸어보자, 그들의 세계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서 대화를 걸면 그들 또한 분명 응답해줄 것이다, 이런 믿음이 제가 아이돌과 인문학을 연결시킨 책, 『아이돌을 인문하다』 을 쓰게 된 이유인 것 같아요. 부디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길 바랄 뿐이죠.


 

 

아이돌을 인문하다박지원 저 | 사이드웨이
뭇 대중이 가볍고 일상적으로 따라 부르는 여러 아이돌의 히트 넘버들과 우리 대중음악의 결실들을 이야기하며, 그 가벼움 안에 숨어있는 반짝거리는 의미와 통찰을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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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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