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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

이라하의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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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보호병동, 세칭 정신병동에 입원을 하는 경험을 놀이동산 가는 것같은 즐거움으로 경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18. 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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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비합리적인 선입견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심한 우울증상으로 몇 주전부터 자살사고를 겪다 손목을 자해해 가족들의 발견으로 외래로 온 환자가 있다. 그냥 집에 보내면 반복할 위험이 있고, 다음에는 더 확실한 방법을 쓸 것 같아 강력히 보호병동에 입원을 권했다. 하지만 부모는, “보호병동이요? 우리 아이가 그 정도로 안좋나요? 거기는 미친 사람들만 가득한 곳이잖아요. 거기 들어갔다가 더 나빠지면 어쩌죠?”라면서 강력히 거부를 했다.

 

환자도 마음이 흔들린다. 혼자 집에 있다 보면 자꾸 자살사고가 치고 들어오고 도저히 물리칠 수 없을 것 같아 두렵다. 그러면서도 정신병동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장면들이 떠오른다. 소리지르는 환자들, 흰옷을 입은 보호사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환자를 끌고 가서 좁은 병실에 묶는 것. 공허하고 영혼이 나간 것은 환자들이 좀비 같이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기다란 복도.

 

“제가 안좋은 것은 알지만 입원은..”

 

결국 의사는 환자를 돌려보낸다. 어쩔 수 없이 자주 외래 진료를 오도록 예약은 하지만 조마조마할 따름이다. 그래도 약물치료를 하는 것은 받아들여서 다행인데, 약물치료의 반응이 확실히 오려면 1~2주는 걸리기 마련이라, 그 기간 사이에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

 

사람들의 선입관이 무섭다. 정신과 보호병동, 세칭 정신병동에 입원 하는 경험을 놀이동산 가는 것 같은 즐거움으로 경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도 입원은 하고 싶지 않다. 병원에서 아기를 순산하는 일 말고, 좋은 기억을 갖고 집에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특히나 정신병동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기괴한 곳으로 현실보다 훨씬 과장되게 묘사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 가서는 안될 곳으로 각인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절실하게 적극적 관찰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조차 회피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는 보장받아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비합리적인 선입견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지 못해 받을 불이익은 자칫 나중에 너무나 후회할 일이 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 꽤 재미있는 책을 한 권 만나게 되었다. 이라하의 웹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다. 지금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현직 간호사가 환자들과 만난 경험을 웹툰으로 그린 것이다. 정신과 입원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학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의 한 병동을 정신과 입원 병동으로 쓰는 곳으로, 이곳은 비록 문이 닫혀 있지만 전체적 구조는 대학병원의 일반병실과 매우 유사하다. 두 번째가 정신과 전문병원의 병동이다. 이곳은 정신과 환자를 입원시킬 목적으로 설계가 된 곳으로 병실의 구조가 다르고, 병동은 생활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병원건물 밖에는 담안 쪽으로 환자를 위한 휴식, 산책 공간이 마련된 곳도 많다. 이 책의 배경은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이곳에는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환자의 생활을 관리하는 보호사로 병동의 치료팀이 구성된다. 나 또한 대학교수가 되기 전에 5년 넘게 전문병원에서 근무를 한 적 있다. 그래서 이 만화에서 그려진 병동의 모습이 꽤 현실적이어서 옛날 기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났던 세 명의 환자가 등장한다. 물론, 충분히 개인정보는 알 수 없게 처리가 되었다. 부잣집 딸이고 판사의 아내지만 행복하지 않은 양극성 정동장애(세칭 조울병) 환자, 지능이 떨어져서 매번 문제를 일으키는 십 대 소녀, 망상의 세계에 빠져 현실의 어려움에서 도피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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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정신질환과의 싸움 안에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은 꼭 필요

 

프로이트는 조울증의 조증 증상은 사실은 우울증상이 깊어진 것의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고 한 바 있다. 두 병이 다른 질환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이 넘어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첫 번째 사례로 나오는 오리나 씨의 조증이 왠지 슬프고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런 정신역동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보였다. 그리고 자기 망상의 세계가 있는데, 이걸 무작정 깨버리는 것은 도리어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일단 본인은 행복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비록 거짓된 세계지만 그가 그 안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어쩌면 현실이 너무 가혹하고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망상이 있음을 인정하되 동의는 하지 못한다는 태도 정도가 적당하고, 서서히 자아의 힘을 길러 망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나가게 돕는 것이 치료진의 역할이다. 오리나의 사례에서 이런 이야기가 생생하게 잘 묘사되고 있다.

 

현직 간호사가 그린 만화라 우리나라의 지금 정신과 전문병원의 병동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 여타 다른 정신과를 다룬 만화들과 차별되는 점이다. 의사, 간호사, 보호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처음 증상을 갖고 입원을 해서 집중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좋아져 회복단계에 접어들면, 면회를 하고, 산책을 하고, 외출이나 외박을 한 후에 퇴원을 준비하고 사회에 복귀할 준비를 하는 과정을 잘 따라간다. 그리고, 간호사나 환자의 일과가 어떤지, 정신병동의 분위기를 오랫동안 생활해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디테일로 그려냈다. 이 웹툰을 보고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기 입원했던 환자들은 처음에는 그토록 퇴원을 바랬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밖에서 경험한 현실의 냉혹함, 가족의 차가운 시선을 인식한다면 이 병동이 얼마나 따뜻하고 안전한 곳인지 더욱 절실히 깨달을 것 같아. 그러니 좋아져서 퇴원하라는 말이 두렵게 들릴지도 몰라’

 

그렇다. 대부분 정신과 환자들은 사회적 약자다. 이들이 평소 경험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편하고 익숙하게 지내는 그것과 매우 다른 것이다. 가족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고 언제나 지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고는 한다. 긴 정신질환과의 싸움 안에서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 가족과 환자 모두에게 일시적이지만 휴식과 안전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 많은 이들이 선입견으로 인해 이용을 해야할 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부담스럽지 않은 만화란 형식으로 우리나라 정신병동의 지금을 리얼하게 그렸기에 정신과 진료에 대한 문턱을 십 센티미터는 낮추는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라하 글그림/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정시나라는 간호사를 통해 환자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때론 따스한 마음으로 위로하면서 환자들이 광인이 아니라 마음의 병을 치료 중이란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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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

<이라하> 글그림/<하지현> 감수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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