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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인류는 무슨 이유로 외국어를 배우게 되었을까”

『외국어 전파담』 펴낸 독립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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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가 전파된 길을 따라 떠나는 권력과 헤게모니의 여행. (2018.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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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여행을 떠난다. 발이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지만 언어는 더 멀리 가고 또 가 지구를 몇 바퀴나 돈다. 그 언어의 여행이 꿈 같은 크루즈 여행이나 느긋한 리조트의 휴식 같은 것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언어의 여행은 어떤 점에서는 폭력이었으며 어떤 점에서는 전쟁이었다.

 

외국어는 권력을 위해 전파되었다. 종교와 같이 전파되었고, 제국주의와 같이 퍼져 나갔다. 때로는 국가의 통합을 위해서 이용되었고, 식민지 통치를 위해 쓰이기도 했다. 언어라는 것은 그렇게 낭만과는 거리가 먼 방법으로 전파되어 갔다.

 

한국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한자는 오랜 세월 우리 문화에 영향을 끼쳤고, 일본어는 우리 말을 없애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했다. 지금은 어떤가? 모두가 자발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외국어 전파담』 이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늘 쓰고 있는 말인 ‘국어’라는 것부터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은 외국어들이 어떤 이유로 우리의 삶에 들어오게 됐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언어를 알면 그 속의 역사와 문화가 보인다. 그렇다면 외국어가 전파된 길과 방법을 알면 무엇이 보일까? 로버트 파우저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그 궁금증을 풀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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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전파, 우리는 왜 궁금해야 하는가

 

『외국어 전파담』 은 어떤 책인가요?

 

외국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어떻게 세계적으로 전파됐는지에 대한 문화적 배경을 풀어본 책입니다. 내용의 핵심은 이런 것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교역이 시작되고 국가도 형성되었잖아요? 그 과정에서 라틴어와 같은 큰 문명어 대신에 국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자국어를 남에게 가르칠 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반대로 외국어가 되죠. 결국 외국어라는 것은 국가 형성, 제국주의와 같은 것을 통해서 전파되어 나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외국어 전파담』은 이런 현상을 소개한 책입니다.

 

‘문명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문명어의 의미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서양의 라틴어나 동양의 한문, 중동의 아랍어처럼 성서나 사상을 담고 전파시킨 언어로서 문명의 기초가 되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언어들은 힘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문명어가 상당히 많은 문화권에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제일 먼저 드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언어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전파되었는지에 대해 왜 궁금해해야 할까요?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필수로 배우죠. 그렇다면 한국 사람은 왜 영어를 필수로 배우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의식 못할 지 모르지만 저 같은 사람은 한국에 왜 이렇게 알파벳이 어디에나 주위에 많이 써 있는지, 왜 영어가 한국에 많이 들어왔는지 궁금합니다. 즉 우리의 일상에 자신의 언어 외에 다른 말들이 왜 들어와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외국어의 전파 과정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어 속의 일본어라든가 일제 시대의 상처, 억압과 같은 것도 일종의 외국어 전파라고 할 수 있죠. 침략자 입장에서요. 그런 현상들도 외국어 전파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자의 영향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라틴어가 서구 문명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는 쉽게 와닿지 않는데요, 어느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한문보다는 조금 더 일찍 사라졌다고 봐야겠지만 오랫동안 과학계와 법조계에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프랑스의 경우는 필수로 배우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아직 많이 공부하고 있고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대학에서 배우는 외국어 중 다섯 번째나 됩니다.

 

생각보다 순위가 상당히 높네요.


그건 문화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라틴어는 오랫동안 지속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는데, 16세기 이후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은 자국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은 많은 국가로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독일어권은 오랫동안 라틴어를 썼고요. 그리고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시티는 지금도 라틴어를 사용합니다. 물론 지금은 라틴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없고, 영향력도 없지만 교양으로 배우는 나라는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라틴어를 배우면 어휘력이 늘어나고 문법의 이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학문을 한다면 당연히 공부해야하는 언어이고요.

 

 

외국어의 전파는 곧 권력과 종교의 전파

 

책에서 언어의 전파가 권력과 관계가 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세 이전에는 종교의 전파와 언어의 전파가 깊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은 굉장히 오랫동안 외국어의 전파는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것이었고, 더 구체적으로 설교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종교에 있어 언어의 전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양의 제국주의가 아메리카 대륙이나 아프리카 대륙으로 진출할 때는 항상 선교사가 따라갔죠. 아시아도 마찬가지고요. 선교사의 일은 현지인에게 설교를 하는 것인데요, 선교사가 하는 그 말은 현지인에게 외국어겠죠. 선교사는 현지인의 말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종교의 전파와 외국어의 전파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외국어 전파는 종교를 빼고는 설명하기가 어렵겠네요.


일본의 경우도 명치유신을 통해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게 됐지만 처음에 외국어가 들어간 것은 포르투갈 선교사에 의해서였어요. 한국도 마찬가지로 처음 영어가 들어온 것은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선교사를 통해서 들어왔죠. 물론 선교사 중에서는 제국주의에 대해 반감이 있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제국주의와 손을 잡은 사람도 있었지만 어쨌든 선교사에게는 종교의 전파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목적은 다르더라도 제국주의와 종교는 같은 배를 타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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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것은 권력의 통치 수단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국어라는 개념에 대해 특별할 것 없이 당연히 배우고 쓰는 것으로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자국어라는 개념은 당연히 배우고 쓴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으로 만들고 교육시켰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국가를 만들면 통치를 해야 되잖아요. 국가 형성이라는 것은 왕권을 확립하고 중앙집권화 시키면서 통치를 해야 되는 것인데 그 때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언어죠.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해 통합된 언어가 필요한데요, 그것을 정리해서 자국어로 만드는 것입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그렇게 했고, 영국도 간접적으로 했습니다. 영국은 조금 재미있는 사례인데요, 간접적으로 하기는 했지만 영국도 웨일즈라든가 스코틀랜드의 언어를 없애고 영어가 헤게모니를 갖게 되었죠. 결국 하나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공통어가 필요하고 그 국가의 영토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이것이다라는 개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 알고 있는 국어의 개념과 달리 유럽은 국어를 일부러 만들고 이용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공교육은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됐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표준 사전도 만들고 문법도 만들고 법도 그 나라 언어로 하는 식으로 점차 국어가 형성이 되어 갔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가 19세기만 해도 한국에서 쓰는 말은 다 한국어였지만 문자는 한문이었잖아요. 그래서 한글을 쓰자고 하는 것이 유럽의 국어 형성과 어떻게 보면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글을 쓰는 것이 일제침략기를 거치면서 민족주의적인 시각도 개입이 되었지만 한글을 쓰는 것은 국가의 형성과 개혁, 통치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그늘에서 탈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도 유럽과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국가 통합을 위해서는 같은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영어의 형성 과정이 다른 유럽의 언어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문법도 정리하고 사전도 편찬하는 것과 같은 과정은 영어도 프랑스어나 스페인어하고 비슷한 과정을 거쳤는데요, 영국과 같은 경우는 주로 민간 단체나 사설 출판사와 같이 사회에서 주도한 것이 달랐습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왕실, 즉 국가가 주도했다면 영국은 민간과 같이 간접적으로 국어 형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영국은 법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국어가 없어요. 미국도 없고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이 말이 우리의 국어다라는 조항이 프랑스 헌법에는 나와요. 그런데 영국에는 그런 것이 없죠.

 

영국만 그렇게 국어 형성 과정이 달랐던 이유가 있을까요?


아마도 왕권을 경계했던 역사와 관련이 있지 않을 까요? 마그나카르타를 통해서 왕권을 경계했고, 크롬웰과 같은 인물이 왕권을 타도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영국의 왕권이 스페인이나 프랑스와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이긴 후 영국의 해군력이 유럽 최강이 되면서 무역의 규모를 팽창시켰는데요, 그 때 영국 부유층의 영향력이 커져 민간 주도적으로 국어를 형성시켰다고 봅니다. 물론 선교사 활동도 무시할 수 없고요.

 

 

동아시아의 외국어 전파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한자의 영향력이 강력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베트남과 같은 나라들은 자국의 언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자 역시 자신들만의 것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외국어 전파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것은 유럽과 달랐던 것 같은데요, 왜 그랬을까요?


아무래도 말과 문자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자가 자생적으로 생긴 것이죠. 표현을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한자라는 문자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언어학적으로 중국어는 ‘고립어’라고 해요. 그러니까 어미가 없는 언어죠. 한자로 나란히 표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했다’, ‘했겠죠’, ‘했어요’와 같이 어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표현하지 않고 문자를 나란히 연결시키면서 문자가 각각 의미를 갖는 방식의 고립어입니다. 그래서 한자를 그대로 외국에서 쓰기에는 자국어와 맞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던 것이었죠. 어쨌든 한자의 영향을 받은 세 나라가 중국어의 영향은 받지 않으면서 모두 독립적으로 자신들의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중국이라는 강력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았고 또 한자의 영향은 받았지만 언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조선은 ‘소중화’ 즉 중국에 사대라는 전략을 선택했고, 일본은 섬이고 베트남은 남쪽에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습니다. 즉 조선은 중국에 가까이 있지만 사대라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에 중국에 흡수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사대주의를 나쁜 의미로 쓰고 있지만 중국이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주족이 사라진 것과 같은 과정을 밟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한반도의 문명이 그대로 남아있게 된 것은 전략적으로 성공한 것입니다.

 

언어 하나만 가지고도 재미있는 역사 공부가 되네요. (웃음)


저도 쓸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보니 어떤 때는 여러 가지 충돌이 일어나서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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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권력과 만났을 때, 언어가 힘에 의해 전파되었을 때

 

외국어 전파가 권력에 의해 이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제국주의일 텐데요,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에도 식민지가 있었죠. 제국주의자들은 언어를 어떻게 전파 시켰나요?


각각의 제국주의는 성격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가서 누군가를 만나겠죠. 그것이 원주민일 것이고요. 하지만 유럽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 만큼의 힘과 기술이 있었죠. 총도 있고, 군사력도 많이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원주민과 충돌이 일어나면 지배를 합니다. 물론 충돌에 대한 해결책은 조금씩 달라요. 스페인 같은 경우에는 그냥 전쟁을 하고, 영국은 민간 차원에서 갔기 때문에 충돌이 좀 적었고, 프랑스는 오히려 사람을 많이 보내지 않고 무역하는 사람하고 선교사만 보냈기 때문에 충돌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은 공통점이죠. 원주민들은 기술적, 군사적으로 약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강자가 약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강자가 자기의 힘을 이용해서 약자를 자기 뜻대로 했던 것이 아픈 역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흔적이 언어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제국이 식민지를 건설할 때 언어를 전파시킨 것은 관리의 목적도 있겠지만 민족성을 말살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했는데요, 한국도 그런 점에서는 경험이 있어서 잘 알고 있죠. 외국어의 전파 과정에서 이런 차이는 왜 일어나는 것인가요?


정말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민족 말살 정책은 영국이 아일랜드에서 실제로 했습니다. 완전히 영어화 했죠. 원래 아일랜드에는 아일랜드어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똑 같은 식민지 정책에 있어 영국이 인도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식으로 일본은 언어를 없애려는 정책을 조선에서는 강력하게 했지만 대만에서는 좀 덜 했습니다. 그 차이는 통치에 대한 위협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본국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 먼 지에 따라 달라졌던 것입니다. 본국에 흡수하고 싶은 지 아닌지 에서도 차이가 났습니다. 챙길 것만 챙기고 느슨하게 통치할 목적인가 아닌가에 따라 다른 정책을 편 것입니다. 일본도 조선을 일본의 일부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언어 말살 정책을 편 것입니다.

 

당시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것을 주장했죠.


네, 그래서 완전히 문화를 없애려고 한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멀다면 대응이 달라졌을 것입니다.러시아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률적으로 똑같이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의 인도 지배는 인도인을 공무원도 시키는 식으로 느슨했던 반면 아일랜드에서는 아주 가혹했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해가 빨리 가네요.


그래서 일본은 조선에서 친일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고, 친일파는 조선을 일본어화 시키려고 노력을 한 겁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도 경성제국대학이 있던 자리잖아요? (인터뷰는 옛 서울대학교 자리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이루어졌다=담당자 주) 경성제국대학을 왜 만들었습니까? 친일 지배계층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성제국대학은 일본어로만 공부를 하는 학교였습니다. 조선어학과는 외국어였죠.

 

조선인을 교육시키기 위한 학교가 아니었다는 말씀이시죠?


조선인을 일본인화 시키는 교육기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인들에게는 일본과 똑 같은 제국대학이 조선에도 있다고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면 마치 본국과 대등한 관계로 만들어준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대접해 주는 것 같지만 문화적 흡수일 뿐입니다. 그 문제도 한국에 깊은 반일 감정이 생기게 만든 한 요인입니다.

 

우리가 지금 일본이 조선을 말살하려고 했던 그 역사적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네요.


여기가 경성제국대학의 본부였습니다. (웃음)

 

외국어 전파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한국은 여러 가지 연구할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한국어로 쓴 것입니다. 독자층의 의식도 높고요. (웃음)

 

그 점도 궁금했어요. 아무래도 영어로 쓰는 것이 편하실 텐데, 한국어로 책을 쓰겠다고 결정하기까지 고민은 없으셨나요?


그것보다도 속도가 문제였어요. 쓰다가 힘들고 답답할 때는 그냥 영어로 쓰면 쉽게 썼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영어로 쓰면 좀 더 화려한 표현을 쓸 수 있었겠지만 화려한 표현에 대한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책 자체는 한국인이 쓴 것 같았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썼다거나 번역서 같은 느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편집자가 고치기는 했습니다. (웃음)

 

앞으로 외국어 전파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외국어는 앞으로 취미로 배울 가능성이 높아요. AI를 이용하여 쉽게 외국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앞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의미는 많이 달라질 거예요. 그러면 지금처럼 실용적인 목적으로 외국어를 배울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큰 동기부여가 없다면 외국어를 배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외국어 전파의 개념도 AI로 인해 상당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말이네요.


상당히 달라지죠. 예를 들어 대학원 과정에서 원서를 읽는다고 했을 때 클릭 한 번으로 번역이 된다면 원서를 읽을 필요가 없어지게 되잖아요. 그래서 외국어는 재미로 공부하거나 개인적으로 특별히 소통하고 싶거나 할 때나 공부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토익 같은 시험도 없어지지 않을까요? 과거의 산물이 될 수도 있는 거죠. 할 일도 많은데 영어를 읽을 필요가 없는 분야까지 무리해서 외국어를 시키는 것은 넌센스잖아요.

 

선생님은 평소에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설마 외국어 공부할 때 제일 재미있는 건 아니시죠?


그럴 수도 있어요. (웃음) 제일 재미있는 것은 도시 답사예요. 도시 답사를 해도 외국어를 많이 보게 됩니다. 사진도 찍고요. 외국어 연습할 기회도 되고요.

 

『외국어 전파담』 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 주신다면요.


지구가 좁아진 것처럼 느끼는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컴퓨터 운영체제 같은 역할을 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외국어나 영어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외국어에 대한 약간의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의무화하자고 주장한다면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인가, 효과적인 것인가, 우리 언어에 어떤 영향은 없는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어 전파담로버트 파우저 저 | 혜화1117
단지 지난 역사의 나열이 아닌, 앞으로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언어는 왜 중요한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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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희경

커피 한 잔에 모든 지식을 팔아 넘길 자. 고양이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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