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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가 부린 어떤 마법 - 뮤지컬 <도그파이트>

거대한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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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젊은이의 사랑을 통해 그럴 수밖에 없었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18.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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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 군인 사이에 있었던 게임: 도그파이트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재현한 무대 위로 음악이 흐른다. 주인공 버드레이스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다리를 다친 상이군인이다. 1963년 스물한 살이었던 그가 속한 해병대 부대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샌프란시스코에 하룻밤을 머문다. 머무는 동안 그는 로즈라는 여인을 만나고, 4년 만에 다시 샌프란시스코를 찾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다리를 절뚝이며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걷는 그에게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기가 넘치던 때가 있었다.

 

뮤지컬 <도그파이트> 는 제대 후 힘없이 거리를 헤매는 버드레이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왔던 4년 전을 회상하는 것으로 극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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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남자와
틀렸다고 생각할 때 깰 줄 아는 여자의 만남

 

베트남 전쟁 참전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잠시 머무는 해병대원들은 하룻밤 휴가를 얻는다. 오키나와로 떠나기 전날 밤, 해병대의 오랜 전통이자 파티인 도그파이트를 개최하기로 한다. 도그파이트는 참가한 해병대원 중 가장 못생긴 여성을 파티에 데리고 오면 이긴다. 개싸움에서 이긴 개의 얼굴이 하나같이 못생겼다는 데서 도그파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거액의 상금을 받기 위해 해병대원들은 거리로 나선다. 사복을 입고 거리에서 눈에 불을 켜고 못생긴 여자를 찾는다.

 

버드레이스와 로즈도 이때 만났다. 버드레이스는 로즈의 외모를 두고 ‘우승할 만큼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괜찮(게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6월 1일, 정재은 배우가 연기한 로즈는 TV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못생긴 여성을 연기할 때 빠지지 않는 분장 공식을 따른다. 긴 머리는 머리카락 처음부터 끝까지 구불거리고, 커다란 안경을 썼다.

 

극 중 로즈는 엄마의 식당에서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함께 일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 말고 다른 일상은 보이지 않는다. 로즈에게 특별한 일상이 있다면 음악을 만들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식당 손님으로 온 버드레이스는 우연히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로즈의 모습을 보고 함께 파티에 가자고 설득한다. 엄마, 식당 등의 핑계를 대며 거부하던 로즈는 ‘첫 데이트’를 한다는 환상과 어쩐지 아빠를 닮은 것 같은 버드레이스에게 끌려 그를 따라나선다. 파티장으로 가는 길에 대화를 나누던 중 버드레이스는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 함께 다른 곳으로 향하자고 제안했다가 동료를 만나 파티장으로 들어간다. 아무것도 모르고 파티를 즐기던 로즈는 우연히 도그파이트의 뜻을 알고, 파티장에서 모두를 향해 화를 쏟아낸다.

 

“내일이면 전쟁터에 나간다고? 그래서 불안하니? 그렇다고 이 더러운 짓이 용서될 거로 생각해?”

 

마구잡이로 욕을 하던 로즈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분위기가 싸해진다. 자극적인 파티와 일상적인 욕설로 전쟁터에 나가는 두려움을 잊으려 했던 나이 어린 해병대원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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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전하는 울림

 

<도그파이트> 는 2012년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 일본 등에서 공연했다. 영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의 음악을 만든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 콤비의 음악으로 유명하다. 원작은 낸시 사보카 감독의 영화 <dogfight>로 국내에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한국은 6월 1일이 첫 공연이었다. 버드레이스 역에 세븐, 손호영, 이창섭 배우가 캐스팅되었고, 로즈 역에 정재은, 양서윤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한국에서 <도그파이트>  연출을 맡은 노우성 연출가는 프로그램 북에 “작품 속 게임 제목이기도 한 ‘도그파이트’는 실제 미국 사이 존재한 전통이다. 이 전통은 어쩌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훈련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점수를 매기고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닌 물건처럼 대하는 것이 이후 전쟁에 참전해 국가에 승리를 안기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죄책감 없이 뺏어야 하는 것에 필요한 과정이라 믿었을 것이다.”라며, “뮤지컬 <도그파이트> 는 사회적 약자이며, 폭력의 대상이었던 한 여성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외침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땅의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작품이다.”라고 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에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설정 등 보고 듣기 불편하고 거북한 부분도 많다. 객석에 앉아 극 후반부에 모든 불편함이 해소되는 마무리를 기대했으나 극이 끝났음에도 많은 부분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해병대는 여전히 도그파이트를 이어갈 것이고, 전쟁은 계속될 것이며, 욕설을 일삼고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을 짓밟는 군대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뮤지컬 <도그파이트> 가 눈에 띄게 해결하는 건 로즈와 버드레이스의 사랑이다. 로즈는 아무 연락 없이 4년 뒤 다시 만났을 때 변함없이 버드레이스를 받아 준다. 소심하고 용기없어 보이던 로즈가 극 중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소신에 따라 선택했다. 두 젊은이의 사랑을 통해 그럴 수밖에 없었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뮤지컬 <도그파이트> 는 8월 12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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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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