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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스 프리스트, 결성 50주년에 이런 굉음이라니

주다스 프리스트 『Fire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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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외길에 투신해 온 거장에게만 허락된 오만의 미학! 스테인리스 강철은 역시, 그리 쉽게 녹슬지 않는다. (2018. 0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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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50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밴드에게서 여전히 이런 굉음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기량 절정의 젊은이들이라 해도 속아 넘어갈 만큼 꽉 찬 사운드는 물론이고, 정통 헤비메탈의 문법에 더없이 충실한 트랙 리스트엔 어느 한 곡 허투루 넘긴 흔적이 없다. 의례적인 표현이 아니다. 장르의 역사와 함께해온 이들 외에 오늘날 그 누가 이 정도 수준의 헤비메탈을 이리도 완벽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체현해낼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Firepower>는 헤비메탈이 아닌 어떤 것도 섞지 않은 장르적 순수와, 주다스 프리스트가 아닌 어떤 것도 섞지 않은 거장의 자긍심이 만난 결과물이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전작 <Redeemer Of Souls>(2014)에 비해 한층 진보한 사운드 메이킹이다. <Firepower>의 잘 정제된 사운드는 돌아온 전성기 시절 프로듀서 톰 알롬(Tom Allom)과 메탈 밴드 헬(Hell)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젊은 프로듀서 앤디 스닙(Andy Sneap)의 합작으로, 정통 메탈의 결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여느 모던 헤비니스 밴드에 뒤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질감을 뽐낸다. 쏟아지듯 내달리는 첫 트랙 「Firepower」의 강렬한 기타 도입부가 남기는 뚜렷한 인상에는 헤비메탈에 도가 튼 이 두 조력자의 역할이 적지 않다. 날카롭게 제련된 날렵한 사운드에서 명반 <Painkiller>(1990)가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최고의 공로는 역시 주인공 주다스 프리스트의 두터운 내공에 돌아간다. 메탈의 거센 속도감과 클래식한 감각이 잘 어우러진 타이틀곡 「Firepower」는 물론, 스래시(Thash) 메탈을 닮은 트랙 「Flame thrower」, 긁어대는 기타와 스캇 트래비스(Scott Travis)의 파워 드러밍이 빛을 발하는 스피디한 「Evil never dies」같은 트랙들은 메탈 갓의 화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린다. 속도전과 함께 밴드의 다른 장기인 묵직한 미디움 템포 곡들이 그 반대편에서 무게감을 잡아 준다. 전작의 「Redeemer of souls」를 연상시키는 「Lightning strike」의 3박자 리듬, 「Spectre」의 무겁게 떨어지는 호흡, 무엇보다 서정적인 막간곡 「Guardians」에 이어지는 「Rising from ruins」의 진중한 비장미가 일품이다.

 

보컬 롭 헬포드(Rob Halford)와 기타리스트 글렌 팁튼(Glenn Tipton)의 어쩔 수 없는 컨디션 저하가 아쉽지만, 대신 밴드는 무거운 「Lone wolf」와 주다스식 록 발라드 「Sea of red」에서도 드러나듯 낮은 저음으로 분위기를 묵직하게 가져가면서 그것을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어낸다. 이미 정평이 난 리듬 파트의 튼튼한 연주가 그를 뒷받침한다. 또한 전작에서보다 밴드에 더 잘 녹아든 젊은 기타리스트 리치 폴크너(Richie Faulkner)의 출중한 기타 솜씨 역시 관전 포인트. 올드스쿨 메탈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그의 절제되고 후끈한 연주는 「Necromancer」의 트윈 기타 파트에서 글렌 팁튼의 주다스 스타일과 매력적인 대비를 이룬다.

 

대세와의 타협 없이 그저 장르의 본질을 끈덕지게 밀고 나가는 고집 센 아티스트들이 있다. 음악계의 흐름이 급변하는 오늘날 그런 장인정신은 더더욱 귀하다. 그런 면에서, 그 역할을 묵묵히 떠안은 자가 다름 아닌 장르의 대부 주다스 프리스트라는 것은 메탈헤드들에겐 큰 희망이다. <Firepower>는 그래서 헤비메탈을 잊어가는 세계를 향해 눈물겨운 이해를 호소하지 않는다. 메탈 갓의 신보를 가득 채운 건 세상과 타협할 생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콧대 높은 자존심이다. 오랜 시간 외길에 투신해 온 거장에게만 허락된 오만의 미학! 스테인리스 강철은 역시, 그리 쉽게 녹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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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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