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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가 들어온 날, 고민이 시작됐다

『식물 산책』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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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편집하면 ‘식물 산책’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어떻게 하면 책에 실린 글과 그림, 사진으로 식물다운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책을 덮고 식물을 보러 가고 싶어질까. (2018.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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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제 귀국하는 바람에 오늘 메일을 보내드려요. :)”

 

처음 메일을 주고받은 2016년 4월,  『식물 산책』 의 저자 이소영 선생님은 그때도 외국에 나가 식물을 보고 오는 길이라면서 반가운 답변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출간을 앞두고 있던 2018년 4월에도 선생님은 짬을 내 책에 나오는 큐왕립식물원과 암스테르담식물원을 포함해 먼 나라의 식물들을 보러 다녔어요. 양치식물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 이따금 포자 사진들을 보내주기도 하면서요. 저는 그때마다 선생님이 식물을 보는 방법이 궁금했습니다. 어떤 계절에 어떤 식물을 보는지, 색을 더 보는지 모양을 더 보는지, 어떤 부분(기관)을 특별히 자세히 들여다보는지……. 제가 양치식물을 볼 때 동그랗게 말려서 조금씩 펴지는 새잎의 모양이나, 잎사귀의 기하학적인 결각(잎 가장자리의 모양), 자라면서 변하는 색, 잎 뒷면의 포자 같은 걸 주로 보듯이 선생님도 식물마다 챙겨 보는 모습이 따로 있는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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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식물 형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오래전 일입니다. 이사를 하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카레를 만들어 먹던 날, 친구가 이사 선물이라면서 이름 모를 식물이 심긴 화분을 하나 들고 왔어요. 그날 밥상 위 카레 옆에 놓아두고 다 같이 감상하던 화분은 얼마 뒤 거실 모퉁이로, 창틀로 옮겨졌고 시간이 한참 흘러, 베란다 모처에서 죽은 식물이 담긴 화분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언제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듬해 봄에 거기서 연녹색 이파리가 나왔어요. 기죽은 듯 보이던 연하고 부드러운 이파리가 흔해빠진 시멘트 화분의 죽은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새순 얍- 이파리 쫙- 가지 뿜뿜- 하면서 어엿하게 커가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보통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고 왕성한 한때를 계기로 식물을 좋아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식물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딱히 형태적 아름다움과 관련 있다고 할 수만은 없는 사적인 사연들을 이야기할 때가 많습니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한낱 식물에 대해서 무슨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하듯이 대수롭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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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산책』 이 나올 줄만 알았던(?) 2017년 6월. 저와 이소영 선생님, 그리고 좋아하는 식물과 그에 얽힌 사연이 저마다 다른 수십 명의 독자 여러분이 모여 서울숲에서 첫 ‘식물 산책’을 했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날이었는데, 두 시간 남짓 산책을 하는 동안 오신 분 모두가 지친 기색도 없이 아이처럼 즐거워 보이기만 했어요. “쑥은 어떻고 세이지는 어떻고…… 잠깐, 이리 와보세요. 여기 지금 잎이 나오는 거 보이시죠?” 이소영 선생님의 말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앞에 있는 식물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옆 사람과 식물 이야기를 소곤거리기도 하던. 책을 만드는 동안, 그분들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책이 나온 봄까지, 다들 잘 지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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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체 원고가 들어오고,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편집하면 ‘식물 산책’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어떻게 하면 책에 실린 글과 그림, 사진으로 식물다운 아름다움을 감각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책을 덮고 식물을 보러 가고 싶어질까를 고민하고, 디자이너와 여러 번 본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상의했어요. 또 동시에, 많은 사람이 머릿속으로 편집해서 기억하는 식물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할 자리들을 책 곳곳에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큰 키와 무성한 잎으로 기억하던 나무의 수피나 겨울눈, 맛있는 양파의 먹지 못하는 꽃, 생강의 아름다운 잎, 길거리의 작디작은 들꽃의 색처럼 그동안 잘 몰랐던 식물의 모습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그러다 보니 저부터 식물이 보고 싶어지는 걸 견디지 못하고 작업하는 동안 여러 번 가까운 숲으로 걸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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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나온 책을 들고 이소영 선생님과 국립수목원을 찾았어요. 이제 막 펴지기 시작하는 잎, 귀엽고 앙증맞은 으름덩굴, 저마다 다른 색의 바늘잎나무, 태풍에 스러진 큰키나무들, 그 위에 피어난 이끼류까지 모두 이제까지와 다르게 보였습니다.  『식물 산책』 의 부제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을 보는 방법’은 제 이런 사적인 경험에서 붙여졌답니다. 제게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이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식물 산책에서 다정한 동행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식물 산책이소영 저 | 글항아리
묵묵히, 차곡차곡 이루어진 ‘식물의 세계’를 산책해온 작은 인간―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가 10여 년간 식물원과 수목원, 산과 들, 정원과 공터를 찾아가 만난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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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박은아(글항아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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