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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국 “헌책방, 사연 있는 책이 모이는 곳”

진주 ‘소소책방’의 책방지기 조경국
첫 번째 소설 『아폴로책방』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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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다 사연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헌책방에 있으면 사연 있는 책들이 들어오거든요. (2018.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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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책방’에는 사연 있는 책들이 산다. 누군가와 만났고,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 기억을 몸에 새긴 채 살아간다. 이곳은 헌책방이다. 찾아오는 이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아 각자의 사연을 안고 책방에 들어선다. 세월을 견뎌낸 책과 사람. 둘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는 걸  『아폴로책방』 은 보여준다. 이른바 ‘본격책방소설’이다. “모든 이야기는 책방으로 흘러들어온 상처 입은 책들의 과거를 상상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말하는 저자는 현직 책방지기 조경국이다. 진주에 자리한 헌책방 ‘소소책방’을 지키고 있는 그는 헌책들의 보금자리, 그곳을 지키는 이의 일상을 세세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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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책 도둑이 없어요


이번 소설은 “사랑했던 책방과 인연을 맺었던 책과 책방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팬픽”이라고 하셨어요.

 

그렇죠. 책방을 하면서 계속 책과 가까이 있다 보니까 책에도 다 사연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헌책방에 있으면 사연 있는 책들이 들어오거든요. 실제로 제가 겪은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 수는 없었어요. 그 분들이 읽으시면 가슴이 아프실 수 있으니까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아이들 책을 다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아이가 백혈병에 걸렸던 거예요. 집에 먼지가 있으면 안 좋은데, 책에는 먼지가 많이 묻으니까 다 치우셔야 했던 거죠. 아는 선배님의 책을 모르고 매입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 분이 힘든 일을 당하셨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책을 받으러 갔을 때는 그 분의 책인지 몰랐어요. 책을 가지고 나오신 분이 형수님이셨는데 직접 뵌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펼쳐 보니까 선배님의 이름이 책에 다 적혀 있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은 계속 생겨나는 것 같은데, 그대로 소설에 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변형해서 쓸 수는 있을 지도 모르겠어요. 슬픈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항상 행복한 이야기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소설은 언제부터 쓰셨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직장에 다닐 때 글쓰기 모임을 했었어요. ‘부지런히 글쓰기 당’이라는 의미에서 ‘부글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임이었는데요.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주변 분들이랑 같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어요. 2주에 한 번 정도 글을 올렸고요. 처음에는 물건에 관한 리뷰를 썼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썼던 글을 완성시켜서 올렸어요.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걸 적어놨었거든요.

 

『아폴로책방』 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어요? 


『무서록』 의 초판본에 얽힌 이야기였는데, 장편으로 계속 연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진주로 내려가게 되면서 모임을 같이 하지 못하게 됐고, 그때 쓰던 이야기의 번외편으로  『아폴로책방』 을 쓴 거죠. 그 소설의 주인공이 ‘다림’이에요.

 

‘아폴로책방’의 원래 주인이잖아요?


맞아요.  『아폴로책방』 은 ‘다림’이 떠난 뒤의 이야기이고, 『무서록』  초판본과 얽힌 이야기는 그 전의 내용인 거죠. 지금 계속 쓰고 있는 중이에요. 내년쯤 마무리 지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스릴러도 있고 여러 장르가 섞여 있어요.

 

왜 헌책방을 열고 싶으셨어요?


진주에 중앙서점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학창시절에 단골로 다니던 서점이었어요. 주로 컴퓨터 잡지를 사러 많이 갔어요. 그때는 <마이컴>, <PC라인> 같은 잡지가 있었는데, 게임 공략집 같은 부록이 있었거든요. 새 잡지를 사지는 못하고 2~3개월 지난 후에 과월호를 사서 짝을 맞췄어요. 제가 항상 가니까 서점 사장님이 책 추천도 해주시고 다른 사람보다 싼 값에 책을 주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2000년대 중반쯤에 사장님이 돌아가신 후에 문을 닫았죠. 그때의 추억들이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해서, 나중에 고향에 내려가면 나도 헌책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잘 운영하지 않고, 맨날 땡땡이 치고 놀러 다니고 있죠(웃음).

 

“자주 손님에게 책방을 맡기고 자리를 비워 불량하다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고 하시던데, 사실인가요(웃음)?


네, 소문나 있어요(웃음).

 

항상 가게 문이 닫혀 있는 건가요(웃음)?


아니에요. 항상 열려 있어요. 24시간.

 

비어 있는 가게 문을 그냥 열어두시는 거예요? 불안하지 않으세요?


전혀요. 요즘에는 책을 많이 안 읽으니까 책 도둑이 없어요(웃음). 제가 책방에 없을 때는 손님들이 책 사진을 찍어서 휴대폰으로 보내주세요. 이 책 얼마냐고 물어보시는 거죠. 그러면 책값을 말씀드리고 키보드 밑에 놓고 가시라고 해요. 계좌이체를 해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어떤 때는 키보드 밑에 돈이 수북이 쌓여 있을 때도 있어요(웃음).

 

책방을 24시간 열어두시는 이유가 있나요?


열어놔도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도 일이 생기면 친구들이나 손님들한테 가게를 맡겨놓고는 했어요. 처음 본 손님한테 맡겨 놓고 한참 나갔다 오기도 하고요(웃음). 만약 누군가 책을 훔쳐간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 좋아하시니까 가져가서 읽으시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지만, 엄연히 도둑이잖아요(웃음).


그렇기는 한데... 저도 정말 훔치고 싶은 책이 있었어요. 너무 구하기 힘든 책이었거든요. 『세계의 고서점』이라는 책인데, 오랫동안 헌책방을 다니면서 찾았는데도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진주의 도서관에서 그 책을 본 거예요. 훔친다기보다는, 빌린 다음에 반납하지 않고 책값을 치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물론 그렇게 하지는 못했고요(웃음). 한참 후에 그 책을 구하게 됐어요. 저희 헌책방과 가까운 곳에 있는 동훈서점의 사장님이 구해주셨어요.

 

간절하게 찾으시던 책인데, 손에 쥐셨을 때 기분이 남다르셨겠어요.


정말 좋았죠. 그래서 책싸개도 하고(웃음), 보관을 잘하고 있죠. 나중에는 일본어 원서도 구했어요. 그 책을 간절하게 구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당시에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이었거든요. 중국 칭다오에서 싱가포르까지 서점들을 찾아다닌 여행이었는데, 그 책을 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3년 정도 여행 준비를 하는 동안 그 책을 구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여행을 다녀온 뒤에야 구하게 된 거죠.

 

지금도 구하기 어려운 책인가요?


그렇기는 한데, 이제는 그 책이 너무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 책에 실린 정보를 가지고 서점을 찾아가 봐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단지 역사로 남아 있는 거죠. 그 책에 보면 한국의 유명 헌책방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제는 다 없어졌어요.

 


이런 책은 팔지 않습니다


헌책방에 책을 파실 때도 있죠?


제가 산 책을 헌책방에 가져가서 판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한 번도. 지금은 제가 책방을 차려서 책을 팔고 있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책을 판 적이 없어요.

 

책에 대한 소유욕이 강렬한 편이세요?


그렇죠. 그게 아니었다면, 어쨌거나 헌책방을 열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 욕심을 끊고 헌책방을 차린 거죠.

 

헌책방을 열신 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욕구가 더 강해지셨어요?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아요(웃음). 좋은 책이 있으면 또 사게 되죠. 그런데 기준이 계속 높아지는 것 같기는 해요.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소장하고 싶은 책을 고를 때는 조금 잰다고 할까요. 그리고 헌책방을 하고 있으니까 직장생활을 하던 예전보다는 예산도 많이 줄었죠. 거기에 맞춰서 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많이 사는 것 같기는 해요.

 

직장생활하실 때는 수입의 10%를 책값으로 떼어 놓으셨다고요.


네, 월급 받으면 신촌에 있는 헌책방을 한 바퀴 돌았죠. 당장 볼 책들은 집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다 시골로 보냈어요. 주말에 집에 내려가서 볼 책들은 진주로 보내고, 영 나중에 볼 책들은 하동 부모님 댁으로 보내고요. 지금은 책값을 정해놓지는 않고요.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냥 사는 편이에요.

 

『아폴로책방』 의 주인공을 보면, 책을 매입할 때 개인적으로 읽고 싶거나 소장하고 싶은 책은 따로 빼놓더라고요. 그러실 때도 있나요?


많죠. 좋은 책을 가져오시는 손님들이 있어요. 제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시는 거예요. 그러면 매입을 했다가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죠. 정리를 해서 소장할 책들은 남겨두고, 팔 만한 책들은 다시 책방으로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좋은 책이 나오는 일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책을 사서 보는 일이 적기도 하고요.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많이 나오지, 정말 좋은 책들은 찾기 힘들어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계속 소장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죠. 그러니까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이 헌책방에서도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책방지기도 좋아할 만한 책이겠죠.

 

주인공은 “헌책방에 책을 팔고 가는 일은 인연을 끊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해요. 헌책들을 보면서 우울과 슬픔을 느낀다고요. 같은 마음이세요?


책을 팔겠다고 연락해 오시는 분들 중에 열에 아홉은 아이들 책이나 철 지난 동화책, 참고서 같은 걸 팔기를 원하세요. 열에 한 분 정도는 책의 주인이 돌아가셨거나, 건강이 나빠지셨거나, 살림을 줄여서 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해서 좋은 책을 내놓으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그런 경우에는 손님들도 굉장히 안타까워하면서 가시고, 저도 그런 감정이 들죠.

 

책에서 예전 주인의 흔적을 발견할 때도 많을 것 같아요.


책을 살펴보다가 사진이 나오는 경우는 꽤 많아요. 그러면 빼서 보관을 해놓죠. 책상 옆에 있는 작은 함에 넣어 놔요. 영수증이라든가 책갈피 같은 것도 그렇고요.

 

영수증은 버리셔도 괜찮잖아요?


정말 오래된 영수증 같은 것도 있어요. 옛날에 수기로 쓴 영수증, 아니면 30~40년 된 초등학교 선생님의 월급 명세서 같은 거죠. 차용증명서가 나온 적도 있어요. 가끔 편지가 끼워져 있을 때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물건들이 나와요. 제 사진이 나온 적도 있어요. 예전에 책에 끼워놓고는 잊어버리고 팔려고 내놨던 거예요. 손님이 발견하시고 돌려 주셨죠.

 

언젠가 찾으러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찾으러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모아두시는 건가요?


찾으러 오지는 못하겠죠. 잊어버렸을 테니까요. 그런데 별 의미 없는 것처럼 버릴 수는 없으니까, 그냥 계속 모아두는 거예요.

 

일부러 판매를 안 하시는 책도 있겠죠?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님이 쓰신 『우리말본』이라는 굉장히 오래된 책이 있어요. 보니까 아들이 태어난 기념으로 이 책을 샀다고 적어놓으셨더라고요. 정말 예쁜 글씨체로 써놓으셨어요. 대학당이라는 서점에서 ‘1할 감’ 받아서 사셨다는 이야기까지도 쓰셨고요. 10% 할인 받아서 사셨다는 거죠. 그 책은 따로 빼놓고 판매 안 해요. 또 모윤숙 씨의 『렌의 애가』 라는 옛날 시집이 있는데, 당시에 베스트셀러였거든요. 그 책에도 시를 멋지게 써놓으셨더라고요. 그런 책들은 판매를 못하는 거죠. 정말 책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실 분이라면 누구한테든 팔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구 자료로 쓰신다고 해도 그렇고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팔기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옛날 잡지 부록 중에 세계 명작 소설 같은 걸 단행본으로 만든 게 있어요. 그런 것들은 따로 모아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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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20대에 만났다면 삶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소소책방’을 여시면서 세 가지 버킷리스트를 정하셨잖아요. 콧수염 기르기, 오토바이 면허증 따기, 책방 찾아 세계 여행하기. 앞의 두 가지는 이미 이루셨고, 마지막 꿈은 현재진행형이죠?


네. 원래는 5월 초에 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조금 늦게 출발할 것 같아요. 오토바이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유럽 여행을 하려고 하는데요. 올해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다보니까 예약이 꽉 차있더라고요. 그래서 계획보다 늦어질 것 같은데, 올해 안에는 가려고 해요. 포르투갈의 렐루 서점을 반환점으로 해서 돌아오려고요.

 

예전에도 렐루 서점을 찾아가시려고 하셨죠?


그랬다가 싱가포르에서 돌아왔죠(웃음). 렐루 서점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이번 여행은 5개월 정도 걸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작은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 아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기도 하고요. 사실 헌책을 팔아서 얻는 마진은 너무 적어요. 그러니까 온갖 일을 다 하죠. 작년에는 목수 알바를 하기도 했고요. 관공서나 사보, 사외보에 글을 쓰기도 해요. 책방을 비워두는 시간이 많은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어요. 다른 일들도 병행하니까요.

 

직장인으로 살 때보다 몸과 마음이 더 힘들 수도 있겠어요.


전혀요. 매달 일정한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만 제외하면, 굉장히 행복하고 즐거워요. 제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 없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저는 시간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저와는 다른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 거고요. 어떤 게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게 자신한테 맞으니까 하고 있는 거죠.

 

“헌책방 주인이 되지 않았다면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살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웃음). 앞서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을 쓰시기도 했고요. 오토바이를 사랑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 아버지 오토바이 앞에 앉아서 바람을 맞았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좋았어요. 오토바이를 타면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요. 물론 자전거를 타도 그런 느낌이 들겠지만, 그 정도 속도까지 가려면 몸을 굉장히 혹사시켜야 하잖아요. 그리고 차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온전히 내 몸을 다 드러내놓고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죠. 그리고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요. 아무데나 주차할 수 있어서 편해요. 춥고 비오는 날씨만 피한다면,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는 어디를 가도 좋죠.

 

단편마다 등장하는 책이 있고, 이야기의 끝에 짧은 책 소개가 실려 있어요. 각각의 책과 스토리는 어떻게 이으셨어요?


그 자체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책도 있었고요. 상황에 어울리는 책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책을 생각했다가 이야기를 고쳐 쓰면서 바꾼 경우도 있는데, 「세심탕의 봄」 같은 경우가 그래요. 거기 보면 『만가』라는 책이 나오는데, 원래는  『남명집』 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까 그 책보다는 『만가』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나중에 이야기를 조금 고쳐 쓰고 바꿔 넣었어요.

 

『인도방랑』 은 “스무 살 청춘의 필독서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고 쓰셨어요.


그 책이 1960년대에 나온 여행기잖아요. 후지와라 신야가 20대 때 대학교를 그만두고 인도로 떠나서 정말 방랑을 하면서 쓴 건데, 사진과 글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사진하고 글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책도 드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여행기가 너무 달달한 감성이나 정보에 치중해 있는데, 『인도방랑』  같은 경우에는 저 밑바닥에 있는 감성을 끌어내서 보여줘요. 만약 20대에  『인도방랑』  같은 책을 본다면 조금 더 깊은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당장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실제 여행지의 사람과 생활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고요. 저는 마흔이 되어서야 그 책을 읽었는데, 20대에 봤으면 지금쯤 다른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훨씬 더 재밌는 일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롤라이35 수집가」라는 단편을 보면, 등장인물이 책을 숨겨두기도 해요. 사고 싶은 책인데 책값이 모자라서요. 가끔 그런 손님들이 있지 않나요?


제가 그랬어요. 사진집을 굉장히 많이 모았었거든요. 사실은 신촌에 있는 책방 ‘숨어있는 책’이 그 단편의 배경이에요. 예전에 서울에서 일할 때, 월급을 받으면 ‘숨어있는 책’이나 ‘온고당’에 가고는 했어요. 대표님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웃음), 당장 돈은 없고 꼭 갖고 싶은 사진집이 있으면 위치를 옮겨서 안 보이는 데 살짝 숨겨놨어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돈을 가지고 다시 찾으러 갔죠. 사실 사진집의 경우에는 대부분 초판 이상 찍지를 못하거든요. 보일 때 사지 않으면 다시 구하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저도 책을 숨겨둔 적이 있는데, 다 찾아오기는 했어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책도 아니고, 잘 팔릴 책도 아닌데, 그럼에도 매입을 하실 때가 있어요?


책을 팔겠다는 분과 통화를 할 때, 그 분의 독서 성향을 알 것 같은 때가 있어요. 살짝 감이 오는 거죠. 그러면 그 분의 서재가 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찾아가겠다고 할 때도 있어요(웃음). 서재를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의외의 수확을 얻으실 때도 있겠네요?


그렇죠. 한 번은 만화 『장길산』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백성민 선생님이 그리시고 풀빛출판사에서 만든 책인데요. 제가 볼 때는 정말 명작이에요. 그 책이 나온 지도 오래 됐고 구하기도 힘들어요. 중고로 나와도 가격이 비싸고요. 그런데 책을 매입하러 찾아갔더니 그 책이 있는 거예요. 처음에 전화를 받을 때는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거든요. 『장길산』이 총 스무 권짜리 책인데 앞의 열 권만 있더라고요. 같이 파신다고 하셔서 완전 기쁜 마음으로 가져왔죠.

 


사라지는 책, 사라지는 사람들


『아폴로책방』 의 주인공과 작가님이 많이 닮았을까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든 제 경험이 묻어난 캐릭터니까요. 어떤 부분은 저랑 닮았고, 또 어떤 부분은 제가 원하는 모습을 갖다 놓았을 수도 있죠. 주변 분들께는 이 소설을 읽을 때 제 모습은 지워달라고 말씀드려요(웃음). 그래도 겹쳐 보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주인공은 “책에서 인생의 정수 따윈 찾을 수 없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동의하세요?


그런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책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책에서 나온 지식은 정말 정확하고 바꿀 수 없는, 절대 지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그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경험한 것도 잘못된 지식일 수 있는 거잖아요. 책을 읽는다는 건 ‘더 좋은 또 다른 게 있지 않을까’ 하고 계속 의심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학습의 과정 또는 탐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책방이 배경인 소설 중에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에 보면, 조카가 외삼촌에게 ‘삼촌은 그렇게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거기에서 인생의 뭔가를 찾았느냐’고 물어봐요. 그때 외삼촌이 타네다 산토카의 작품을 이야기해요. 타네다 산토카는 하이쿠 시인인데 ‘인생은 들어가도 들어가도 푸른 산’이라고 썼거든요. 그런 거죠. 책을 읽고 여행을 해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인데, 책을 읽었다고 해서 뭔가를 딱 정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죠. 독서도 많은 취미 중에 하나일 뿐이잖아요.


그냥 책이 좋아서 많이 읽으면 좋은 거지,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억누른다거나 단도직입적으로 잘라서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을수록 지평이 넓어진다고 하잖아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책을 읽을수록 훨씬 더 열린 자세를 갖게 되는 거죠. 좁아지는 게 아니고요.

 

『아폴로책방』  ‘본격책방소설’인데요. 책방소설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요.


국내에 나온 책방소설은 없는 것 같아요. 책방이 배경이거나 책방지기가 주인공인 소설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외국 소설들은 꽤 많이 찾아서 읽어봤고 재밌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 현실하고는 약간 다른 것 같고, 마음이 바로 가지는 않더라고요. 앞으로는 이런 책방소설이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독립책방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책방에서 모임을 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아폴로책방』 도 ‘손바닥 소설 쓰기’ 모임에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썼거든요. 책방에서 소설 쓰기 모임 같은 걸 한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왔으면 좋겠고요.

 

‘아폴로책방’의 손님이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해요. “메말라 가는 오아시스를 홀로 지키는 늙은 촌장” 같다고요. 한 책방지기는 헌책방을 납골당으로, 자신을 납골당지기로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평소 갖고 계신 생각인가요? 


그렇죠. 서울은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만, 지방도시의 헌책방들을 가서 보면 박제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헌책방들이 매출의 70~80%를 온라인에서 얻어요. 매장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고, 온라인으로만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되어버린 거죠. 그나마 진주는 다른 중소도시보다 헌책방이 많이 남아 있는 편이에요. 군산에도 헌책방이 없고, 순천에도 한 군데만 있거든요. 마산도 없어요. 영록서점이라고 굉장히 큰 서점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대표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뒤를 이을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 상태로 사라져버리는 거죠. 오래된 헌책방은 대부분 그런 상황이에요. 보수동도 마찬가지이고 인천 배다리도 그렇죠. 헌책방지기도 사람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라져가는 직업이 되는 거고요. 오랜 세월 헌책방을 지켜 오신 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뒤를 이을 사람이 없으면, 그곳의 책들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헌책방은, 아직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곳일지도 모르겠어요.


네, 버림받은 책들이 마지막으로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이죠. 그곳에서 선택 받을 수 있으면 너무 좋고요. 가끔 정말 안 팔릴 것 같은 책을 손님들이 골라 가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정말 기쁘죠. ‘이 책을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책방지기도 모르는 가치를 손님이 발견하시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오랫동안 묵혀 있던 책이 팔려나가면 정말 기뻐요. 

 

6월에도 새 책이 출간된다고 들었습니다. 『완벽한 서재를 꿈꾸다』라는 책이죠?


지금 퍼블리라는 콘텐츠 플랫폼에서 예약을 받고 있고요. 곧 디지털콘텐츠로 발행될 것 같아요. 그 뒤에 유유출판사에서도 책으로 나올 거고요.


 

 

아폴로책방조경국 저 | 펄북스
책방의 일상 속에서 작가는 ‘밥벌이와는 상관없이’ 사랑하는 책방, 인연을 맺었던 책, 책방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팬픽이라고 할 만한 짧은 이야기들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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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오늘의 책

압도적 긴장감을 선사하는 아파트먼트 스릴러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의 '아파트먼트 스릴러'. 303호에 살던 오드리가 살해되고 3명의 남자가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312호에서 303호가 보이는 ㄷ자 모양의 아파트는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 읽고 나면 당장 집 안 모든 창문과 문을 한 번씩 체크하게 될 것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작가의 단편동화집

<꽃섬 고양이>는 달동네 마을에 사는 길고양이 노랑이의 이야기이다. 사회적 약자와 그보다 더 아래에 있는 거리의 동물들이 서로를 보듬고 연대하는 네 편의 이야기는 혐오와 폭력의 시대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99세 철학자에게 배우는 행복론

자신이 행복하다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유가 여러 가지겠지만 행복에 관해 진지하게 탐색해보지 않은 탓도 있다. 김형석 교수도 90이 넘어서야 행복에 관해 생각했다고 한다. 노학자의 행복론을 담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행복을 예습하기에 좋은 참고서다.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진짜 다이어트

한 달에 10kg 감량, 이것만 먹으면 무조건 빠진다 등 엉터리 속설에 솔깃한 적이 있는가? 다이어트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 불편한 진실 때문에 요요와 다이어트 사이를 오가고 있다면, 이제부터 몸은 건강해지고 효율적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진짜 다이어트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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