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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알못’, 아킬레우스를 만나다

『아킬레우스의 노래』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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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와 나와의 만남이 내 일방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진 후자가 아니었기를, 오래도록 남아 읽히는 소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8.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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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문외한이었다. 어린이들의 베스트셀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가 나왔을 때 나는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그 책을 아동용이라 생각해 눈길을 주지 않았고 신화를 재미있게 배울 기회를 놓쳤다. 나와 달리 당시 신화를 만화로 접했던 어린 친구들은 신화에 대한 지식이 훨씬 풍부하다고 한다. 가족끼리 유럽 여행을 가서 어린아이들은 "저거 봐, 라오콘이야!", "아폴론과 다프네다!" 하면서 뛰어가는데 어른들은 뭔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는 기사도 읽은 것 같다.

 

신화에 대해 가진 지식이라고는 디즈니 만화 <헤라클래스>와 영화 <트로이>에서 본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아킬레우스의 노래』 는, 어떻게 보면 좀처럼 안 어울리는 책이었다. 국내서든 외서든 보통 기획이라는 건 자기 관심사에서 시작하기 마련인데, 나는 신화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기획한 것이 아니라,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면서 신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예전에 <버즈피드> 사이트에서 '당신을 틀림없이 울게 만들 책 53선'이라는 기사를 읽고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책들을 살피는데 독특한 표지가 눈에 띄어 스마트폰 화면을 휘리릭 내리던 손이 멈췄다. 청록색 바탕에 고대의 투구 그림. 게다가 전투의 흔적으로 여기저기가 까지고 낡은 투구. 피가 끓으면 끓었지, 눈물 한 방울 안 나올 표지 아닌가. 추천사는 "살면서 어떤 책을 읽었을 때보다 격하게 울었다." 대체 아킬레우스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야 울 수가 있지? 거기에 표지와 안 어울리게 아주 여리여리해 보이는 작가의 사진. 나는 이 책이 보여주는 그 부조화에 끌렸다.

 

신화 문외한이 이런 책을 편집해서는 안 되는 법. 나는 바로 신화 공부에 뛰어들었다.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못 보고 지나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부터 읽고, 그뒤에는 청소년용 트로이아 전쟁 입문서,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 로마 신화』 , 강유원 선생의 『인문 고전 강의』  중 일리아스 부분, 강대진 선생의 해설서, 원전에 이르기까지…… 신화 덕후처럼 읽어댔다. 출간 일정이 조금 미뤄진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신화 상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편집하는 사태는 피했으니 말이다.

 

편집을 하다보면 신간 도서를 보고 독특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이 책은 편집자를 잘 만났구나’ 하는 감탄이나 질투, 아니면 ‘나라면 이렇게 안 만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편집자를 잘 만나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오래지 않아 사장될 날만 기다릴 운명에 놓이기도 한다.  『아킬레우스의 노래』 와 나와의 만남이 내 일방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진 후자가 아니었기를, 오래도록 남아 읽히는 소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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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소개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등장인물 소개

 

브리세이스

트로이아 제후국의 기습 공격 때 포로로 잡혀가 아킬레우스에게 전리품으로 주어진다.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싸움 끝에 아가멤논이 처벌 삼아 그녀를 압수한다.

 

아가멤논

그리스에서 가장 큰 미케네를 다스렸고 트로이아로 출정한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으로 활약한다. 그의 지휘권을 인정하지 않은 아킬레우스와 전쟁 내내 불화를 빚는다.

 

아킬레우스

펠레우스 왕과 바다의 님프 테티스의 아들. 그의 세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전사이자 가장 손꼽히는 미남. 케이론에게 교육을 받았고 추방당한 왕자 파트로클로스를 영원한 시종으로 삼는다. 무명으로 장수할 것인가 아니면 화려하게 단명할 것인가의 선택을 두고 갈림길에 섰는데, 화려한 단명을 택하고 트로이아로 떠난다.

 

오디세우스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인 그 오디세우스. 책략이 뛰어난 이타케의 왕자로, 아테나 여신의 총애를 받는다. 트로이아 전쟁 때 아가멤논의 수석 참모로 활약했고 나중에는 트로이아 목마라는 작전을 생각해낸다. 얄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케이론
단 하나뿐인 ‘착한’ 켄타우로스. 이아손, 아스클레피오스, 아킬레우스와 같은 영웅들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의술과 수술법을 개발한다. 이 책에서 특히 멋있게 나온다.

 

테티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운명의 여신들이 테티스가 낳은 아들은 아버지를 능가할 거라는 예언을 하자 제우스가 그녀를 인간 펠레우스와 결혼시킨다. 이 책의 테티스는 영화 <300> 후속편에 나오는 에바 그린을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등장인물. 테티스가 와따다.

 

파리스
프리아모스의 아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황금 사과를 두고 벌인 심판의 심사를 맡은 걸로 유명하다. 트로이아 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궁술이 뛰어나다. 영화 <트로이>에서는 아주 찌질하게 나온다.

 

파트로클로스
아킬레우스와 함께 이 책의 주인공. 화자이기도 하다. 고국에서 쫓겨나 펠레우스의 왕궁에서 아킬레우스와 함께 성장한다. 『일리아스』 에서 부수적인 인물로 다루어지지만, 그가 아킬레우스의 갑주를 빌려 입고 그리스군을 구하러 나서겠다는 운명적 선택을 함으로써 이야기가 절정으로 향한다.
 
헥토르
프리아모스의 장남이자 트로이아의 왕세자. 힘이 세고 고결하며 가족애가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신화 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인물.

 

헬레네
세계 최고의 미모를 자랑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스파르타의 공주. 레다 왕비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다.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그녀를 트로이아의 파리스 왕자가 데리고 달아나 트로이아 전쟁이 벌어졌다.


 

 

아킬레우스의 노래매들린 밀러 저/이은선 역 | 이봄
무엇보다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담긴 것이 뜨거운 호평과 인기의 이유로 꼽히는데, 열광적인 팬덤에 의해 오늘날까지 SNS에서 활발하게 회자될 정도로 그 인기가 이어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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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승환(이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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