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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우 “독서, 나를 가장 능동적이게 만드는 존재”

사회학자 노명우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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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책은 여러 미디어 중에서 메시지를 수용하는 사람에게 가장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독서를 하기 위해서 독자는 저자 만큼이나 활발한 지적 활동을 해야만 하지요. (2018.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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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릴 때는 제가 책을 읽으면 부모님은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책을 읽었죠. 마치 제가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칭찬 듣는 게 좋아서 책을 읽었지 책 그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는 고통스러웠는데, 주변에서 칭찬하니까 칭찬을 원동력 삼아 고통을 잊으려 했다고나 할까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책에 대해서 이중적이었습니다. 교과서는 너무 읽기 싫어했고, 제가 골라서 읽는 책은 참 좋아했죠. 주로 수업시간에 수업은 안 듣고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편이었는데, 선생님들에게 자주 발각되어 교무실에 끌려가서 반성문을 많이 썼습니다. 금지되어서 그랬는지, 고등학교 때부터 책이 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광화문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학교 끝나고 나면 교보문고와 종로서적에 가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는게 유일한 낙이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제가 좋아서 읽는 책과 학교에서 권하는 책이 늘 달랐다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그 격차가 줄어들면서 책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책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에 정말 많은 책을 읽었지요. 한창 때는 일주일에 두세 권을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막연히 언젠가 나도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그 때 키웠죠.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지혜가 가장 많이 보관되어 있는 미디어는 여전히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어서 축적된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요, 또한 책은 우리로 하여금 지리적 한계도 돌파할 수 있도록 돕지요.

 

그렇지만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책은 여러 미디어 중에서 메시지를 수용하는 사람에게 가장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독서를 하기 위해서 독자는 저자 만큼이나 활발한 지적 활동을 해야만 하지요. 책 속의 텍스트는 매우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게 못지않게 독자의 적극적인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만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있거든요. 독서는 그 어떤 미디어보다 인간의 생각의 힘을 습득하는데 적절한 미디어라 생각합니다.


요즘 교수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언제나 제 관심을 키워드로 표현하면 사람과 자전적 사회학입니다. 사람은 신처럼 완벽하지도 않고, 천사처럼 선하지도 않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사람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과 선택은 가장 강력한 지적 자극이자, 가장 강력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입니다.

 

저는 사회학자이지만, 제가 사회학자라고 해서 별도의 실험실적 공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입니다. 세속을 살아가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으로써 제가 세상을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 그리고 세상에 대해 품는 의구심과 기대는 저와 동시대인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사람에 대해서, 동시대인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또 한명인 제가 품고 있는 세상의 의문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좋은 삶에 대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 출간한 인생극장』 에서 저는 저희 부모님의 삶을 저희 부모님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동시대 사람들의 심정의 역사를 대중영화를 통해 파헤치려고 시도했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전 세대가 살았던 무대를 물려받을 수 밖에 없는 데요, 우리가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면 먼저 우리가 어떤 무대를 물려받았는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책은 교육받은 사람, 힘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주로 담기는 미디어였다면 저희 부모님의 삶을 아들 사회학자가 대신 쓴 형식인 인생극장』 을 통해, 저는 지금까지 책이라는 미디어의 일 부분을 구성하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적절한 자리를 제공해주는 시도를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많이 이루어져서 책이 소수의 영웅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그저그런’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기는 미디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사의 추천

 

계몽의 변증법
막스 호르크하이머, 테오도르 아도르노 공저 | 문학과지성사

『계몽의 변증법』 은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중에서 단연 으뜸에 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제 인생은 이 책을 읽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고 할만큼 『계몽의 변증법』 에서 전 아주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비판'이 갖는 의미 그리고 '비판'을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사회학의 쓸모
지그문트 바우만 저 | 서해문집

바우만은 제가 모델로 삼고 있고 만약 가능하다면 가장 닮고 싶은 사회학자입니다. 바우만은 노년의 삶에서도 지치지 않고 집필 작업을 계속했구요, 그러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 매우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준 사회학자입니다. 『사회학의 쓸모』 를 통해 전 사회학자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갖고 있는 의미를 다시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피터 싱어 저/노승영 역 | 시대의창

세상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불만을 털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만을 털어놓는 것에만 그친다면 우리는 매우 시니컬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에요. 시니컬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투덜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불만을 털어 놓기 그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피터 싱어는 이를 윤리적인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는 저로 하여금 비판적 사회학 뿐만 아니라 윤리적 사회학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든 책입니다.

 

 

 

 

 

 

위로하는 정신
슈테판 츠바이크 저/안인희 역 | 유유

이 사람처럼 글쓰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가가 저에겐 츠바이크 입니다. 츠바이크는 전기 작가로 유명한데요, 츠바이크가 한 인물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방법 그리고 그 내면을 언어로 표현하는 놀라운 능력은 언제나 저에게 깊은 영감을 줍니다. 츠바이크가 구사하는 난해 하지만 깊이 있는 문장, 제가 도달하고 싶은 경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행복한가
이정전 저 | 한길사

행복은 언제나 제게 매혹적인 주제입니다. 그렇지만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주장엔 전 선뜻 동의하지 못합니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불행한 이유에 대한 탐색없이 행복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면 그 행복은 추상적일 테니까요. 이 책은 불행한 이유를 탐색하면서 역설적으로 행복에 대한 꿈을 키우는 놀라운 독서 경험을 저에게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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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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