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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이 읽히는 수학책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저자 김정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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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에 손으로 써가면서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해요. 수업을 듣고, 손으로 풀어보고, 말로서 설명해보는 과정을 콩나물에 물을 주듯 매일 조금씩 해보세요. 어느덧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되실 겁니다. (2018. 03. 28)

그녀는 소설가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라는 책의 부제 ‘수포자였던 어느 소설가가 들려주는 소설보다 재미있는 수학의 세계’에 나오듯 그녀는 한때 수포자이기도 했다. 해바리기 씨앗의 배열과 하늘의 구름을 온종일 들여다보던 한 소녀. 그 소녀가 수학공포증을 앓게 된 사연과 그 공포증을 극복하게 된 경험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수학에 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아름다운 정신만이 삶의 힘이라 말하는 저자에게 수학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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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어떻게 수학과 관련한 책을 쓰시게 되셨는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 다니던 중 여성동아 장편소설공모전에 당선이 되었어요. 전공은 정치외교학이었는데  졸업 후엔 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일했고요. 20대에는 열정적인 수학 선생님이었던 것 같아요. 수학을 싫어하던 학생들이 수학교육학과나 수학과에 진학했을 때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죠.


이런 이력 때문에 소설 같이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수학책을 써보지 않겠냐고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땐 결혼 전이고 연구할 시간도 충분해서, 한 1년간 수학 연구에 매진했고 6개월 동안 열심히 책을 썼습니다. 당시엔 저 나름대로 연구 서적을 쓰듯 최선을 다해 썼어요. 책이 처음 나왔을 땐 대중교양서로서 수학 분야의 책이 거의 없어서 꽤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구하고 몰두하는 일을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근데 지금은 그렇게 한 가지에 열중할 여건이 못 돼요. 남자아이가 셋이다 보니 나만을 위한 공간도 없어서 그동안 부엌 한켠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어요. 최근 드레스룸에 작은 공간을 꾸며서 저만의 작업공간을 만들었어요.  이제 막내 아이까지 초등학생이 되어서 여유가 좀 생겼으니, 다시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작업실 풍경.jpg

          세 아이들의 그림들로 가득한 작업실 풍경

 


수학시간에 뺨을 맞고 수학공포증이 생겼다고 하셨는데요, 수학공포증을 극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엔 학교에서 시험을 못 보면 선생님이 학생들을 때리기도 하셨어요. 어렸을 때 전 몸이 약해서 자주 아팠고 학교도 자주 빠졌죠. 그러다 하루는 시험을 잘 못 봐서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나머지 공부를 하고도 수학 문제를 계속 이해하지 못하자 화가 난 선생님께서 제 뺨을 때리셨죠. 그 일이 충격으로 남아서 이후로도 한동안 수학 공포증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에 가면서 새롭게 방정식을 배우게 되었는데, 처음 보는 신기한 수학 기호들에 매료되어 혼자서 연습하다보니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죠. 제 방에 하얀색 옷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 옆면에다 분필로 쓰면서 공부를 했어요. 그게 무척 재밌어서 자주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죠.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앞서가는 학습법이었던 거죠.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마치 옷장이 칠판인 것처럼 그 앞에서 선생님 흉내 내는 걸 재미있어 했어요. 그 시절엔 선생님 놀이 말고도 취미가라고 할 만큼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즐겨 했죠. 그림그리기, 피아노치기, 수학도 그 중 하나였는데 그렇게 재미삼아 즐겼던 것이 수학공포증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수학자들에 얽힌 재밌는 일화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출간한 개정증보판에는 여성수학자들에 대한 인상적인 이야기들도 상세히 나와 있고요. 이들 중에서 가장 마음이 끌리는 수학자는 누구인가요?

 

‘에이다 러브레이스’와 ‘마리암 미르자카니’예요. 에이다는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인물이고, 마리암은 37살이 되던 2014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 수학자 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입니다. 그런데 마리암은 2017년 여름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죠. 그때 그녀의 나이가 마흔 살이었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항상 생각이 나는 수학자입니다. 소피 제르맹도 좋아해요. 아무래도 여성 수학자들이 더 가슴에 남는 것 같아요.


저도 엄마가 되고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삶이나 일상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느끼게 되거든요. 아이들을 돌보고 사랑하는 일은 엄마의 집중력과 시간을 아이들과 나누는 것이고 이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여성 예술가, 여성 수학자들은 어떻게 연구하면서 살았을까’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한계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취를 이룬 여성들의 이야기는 늘 저에게 큰 자극을 줍니다.


예전과 달리 수학 분야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책들 사이에서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만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우선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야기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공식을 몰라도 수학적 지식이 없어도 읽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저 한 권의 소설책을 읽듯 가볍게 책장을 넘겨가다 보면, 수학의 역사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괴짜 수학자들의 일생은 어떠했는지, 수학은 어떤 것이며 왜 우리 생활에 필요한지 그리고 수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죠.


다양한 방법으로 일상에서 수학을 취미 삼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주며 아마추어 수학자가 되는 게 얼마나 매력 있는 일인지 이야기하고 있죠.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수학이 문제집을 떠나서 한 권의 근사한 책이 될 수 있고, 우리 삶을 담아내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하길 바랍니다. 

 

16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내셨습니다. 개정증보판에서 특별히 추가하거나 강조한 싶었던 내용은 무엇인지요?

 

개인사적으로 보면 지난 16년간 달라진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무엇보다 삼형제 엄마가 되어서 정신없는 일상을 살고 있어요. 이번 개정 작업을 하면서 처음 글을 쓸 때보다 더 강렬하게 ‘수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엄마로서 연구하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개정판에는 그런 저의 고민들이 이곳저곳에 담겨 있어요.


오랜 세월을 통해 독자들에게 읽혔고, 이렇게 새롭게 개정되어 나왔다는 것 자체로도 제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 책이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혔기에 저는 작가로 존재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평생 글을 쓰겠다는 꿈, 좋은 작가가 되겠다는 저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처음엔 제가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수학강사였기 때문에 주로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와 같은 아이 엄마들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있어요. 육아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제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커피 한잔 마시는 동안 수학 문제 하나 풀면서 ‘작지만 확실하고 구체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에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을 오래 관찰한 후 정리하신 ‘중고생들을 위한 여우공부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조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자기가 가장 재미있고 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깊이 있게 파고드는 공부법을 추천합니다. 모두 각자에게 맞는 공부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발견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 하죠. 수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것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수업을 듣는 것에 그쳐서는 절대 안 돼요. 수업을 들은 후, 자기 혼자 익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문제집 그 이상의 수학을 알기 위해 재미있는 수학 교양서들을 읽는 것도 추천해요. 여러 예술장르를 다방면으로 즐기면서 그 안에서도 수학의 재미와 아름다움 찾아내고 즐길 수 있다는 걸, 청소년 여러분들이 이 책을 통해 서서히 알아 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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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수학 노트

 

 

마지막으로 한 때 수학공포증을 겪고 극복해 낸 선배로서 이 땅의 수많은 수포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포자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해요.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수포자라는 말로 자신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수학 공부를 하다보면 집중하는 즐거움과 평온을 얻을 수 있어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집중력을 잃기가 쉽잖아요. 몰입이 주는 진정한 기쁨을 발견한다면 누구나 수학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학생들이나 수학자들의 전유물만이 아니에요. 누구나 아마추어 수학자가 되어 수학을 취미 삼아 즐길 수 있어요. 수학은 평생 동안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좋은 학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수포자가 아니라 아마추어 수학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자 소개>

지은이 김정희


1973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에 쓴 소설 『작고 가벼운 우울』이 제 27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었다.


소설가 박완서, 수학자 소피 제르맹, 화가 모지스 할머니를 존경한다. 삼형제의 엄마로서 일상을 꾸려나가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수학을 연구한다. 매 순간 좋은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저서로는 『인류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 『수학 아라비안나이트』 ,  『오후의 빛깔(공저)』 , 『진실 혹은 두려움(공저)』 『피크닉(공저)』 등이 있다.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김정희 저 | 혜다
4차원 시공간에 얽힌 수학적 개념 그리고 문학과 영화, 그림 등 다양한 예술장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의 세계까지, 더욱 재밌고 알찬 수학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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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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