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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은 “나에게 밤은 또 다른 낮”

『밤의 조각』 전광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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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 없는 것처럼 그저 밝고 환한 것,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활짝 웃는 것, 마냥 활기찬 모습을 유지하는 것. 살아가기에 필요한 ‘덕목’이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2018. 03. 23)

전광은 작가 프로필 - 밤의 조각.jpg

 


『밤의 조각』 은 모든 글과 그림을 수작업으로 진행하여 전면을 캘리그라피 본문, 물감 채색 일러스트로 가득 채운 최초의 '캘리그라피 일러스트 에세이집'이다. 전광은 작가 특유의 단아하고 먹먹한 색감과 단순한 상황 묘사를 넘어선 일러스트 구성이 돋보인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매일 같은 밤처럼 보여도 그날만의 어둠을 귀하게 읽을 수 있는, 밝음보다는 어둠이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쓴 에세이. 늦은 밤, 건너편 건물의 불 켜진 방들을 바라보며 '저 사람들은 뭘 할까?' 한 번쯤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다.


『밤의 조각』 목차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모음곡과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의 구성을 책에 녹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첼로는 다른 악기들보다 상대적으로 기교가 덜 두드러지고 뒤에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악기라서 좋아합니다. 하지만 집중해서 들어보면 첼로 선율만큼 섬세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소리는 없는 것 같아요. 마치 조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신만의 분위기와 일상을 가꾸면서 소소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구성에서 느껴졌으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작업하면서 자주 들은 첼로 연주곡이 마음에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묵직하면서도 조곤조곤한 선율을 떠올리며 6개의 목차 구성을 나눴습니다.

 

그림뿐 아니라 글까지 쓰셨어요. 그림 작업과 글쓰기의 차이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특히 모든 페이지의 텍스트를 직접 캘리그라피로 작업을 하셨어요. 새로운 시도라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 같은데 궁금합니다.


텍스트가 없어도 그림 자체가 분위기를 잡아줬으면 했어요. 모든 페이지마다 굵고 강한 글자들이 있다보니 그림스타일의 방향을 잡기 힘들었어요. 특히 오탈자가 하나만 있어도 계속해서 편집자 님과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며 수정을 했구요. 그래서 작업할 때 조금 정신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페이지 번호도 제 글씨거든요. 힘들었지만 새로운 시도라 사실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책의 양식에서 벗어나 좀더 과감한 글자를 써보고 싶어졌어요.
 
표지 속에 어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님에게 밤과 어둠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밤 시간은 또 다른 낮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어두운 것을 싫어하지 않았어요. 어둠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빛이 들면 그때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둠이든 빛이든 적절한 게 좋겠지만, 사실 아직도 저는 균형을 맞추는 걸 잘 몰라요. 다만 밤에는 완전히 나 홀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낮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작가님 그림은 차분하게 정돈된 색이 많아요. 자세히 보다 보면 그 색깔의 분위기가 머릿속에 스며드는 느낌인데요, 색채 작업에 남다른 공을 들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색을 연구하고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밤의 조각』 에서 차분하게 정돈된 그림을 그린 이유는 텍스트를 넣어야 하기 때문이었어요. 이 책이 쉬어갈 수 있는 밤의 시간이 되었으면 했는데, 손글씨로 작업하다 보니 그림을 최대한 차분하게 그리려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색을 절제하며 그렸어요. 색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연구 중이고, 연습 중이라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만 뻔한 색을 싫어해서 재미있게 채색을 하려고 합니다. 구름을 분홍색으로 그린다든가, 산 길을 보랏빛으로 그린다든가, 바닥을 진한 빨강을 칠하거나, 벽 한쪽 면을 진한 초록색으로 칠하거나 하면 재미있어요. 단지 그것뿐입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출판물을 만드실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세요?


처음 보는 순간에 이목이 집중되기보다는 한번 보고 나면 자꾸 생각나는 이미지의 출판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에 생각한 주제는 ‘water and fire’예요. 물과 불은 상황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뀌는데, 그 과정에서 달라지는 느낌과 감정들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사실 만들어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에요… 제가 10명이었으면 할 수 있을까요? (변명이겠죠?)

 

존 버거는 ‘무언가를 그리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라고 했습니다. 작가님은 어떠한 마음으로 그림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다섯 살 때인가? 꼬마 시절에 혼자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보통은 앞모습만 그렸는데, 어느 날 처음으로 사람의 옆모습을 그려봤어요. 따로 미술학원을 다니거나 한 적이 없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혼자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생각해서 그린 사람의 옆모습은 저에게 희열을 줬어요. 끊임없이 생각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그리고 방식이 그림이라는 것. 이게 저의 마음인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이니 응큼하게 가볼까요.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면 가장 구석진 곳부터 찾아요. 그곳에서 응큼하게 사람들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요.’라는 작가 소개가 재미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응큼하신가요?


네. 응큼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부터 저의 응큼함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카페에 가면 구석진 곳에 앉아서 사람들이 각자 뭘 열심히 하는지 지켜봐요. 사원증을 목에 단 직장인들이 회사 얘기를 하고, 아주머니 두 분은 어제 집에 늦게 온 남편 얘기를 하고, 남자분들이 하는 패션 얘기나, 소개팅을 하는 어색한 남녀도 있어요. 구경하다가 나랑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속으로 맞장구도 쳐요. 그렇게 응큼하게 이야기를 듣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이야기들, 색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어요. 책과 함께, 그림과 함께 저도 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밤의 조각전광은 그림 | 알레고리
늦은 밤, 건너편 건물의 불 켜진 방들을 바라보며 '저 사람들은 뭘 할까?' 한 번쯤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짧은 글과 그림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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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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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조각

<전광은> 저12,150원(1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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