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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읽는인간] 번역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G. 뮤지션 김목인)

『고양이 책』, 『강아지 책』 음악과 번역과 글쓰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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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분들을 초대해 인터뷰하는 시간입니다. 이 분은 작가라고 불러야 할까요? 번역가라고 불러야 하나, 뮤지션으로 불러야 하나, 어렵네요. (2018. 03. 15)

[채널예스] 인터뷰.jpg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지금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왜 말하는지. 이유도 경위도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은 기준이다. 지금이 변하고 있다. 변하기 전에 말하라. 변하면서 말하고 변한 다음에도 말하라.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아니면 지금이라도 말하라. 지나가기 전에 말하라. 한순간이라도 말하라.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적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방금 읽어드린 시는 김언 시인의 「지금」이라는 시입니다. ‘지금 말하라’로 시작해 ‘지금 말하라’로 끝나는 이 시가 무척이나 뜨겁죠? 저는 이 시를 읽는 순간 ‘왜 지금인가?’라는 물음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고 되물을 수 있겠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을 기억하고, 지금 말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 말하겠다고요.

 

좀 비장하게 시작했네요.(웃음)

 

 

<인터뷰- 김목인 편>

 

김동영 : 김목인 씨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 먼저 해드릴게요. ‘음악 만드는 사람. 글 쓰는 사람. 번역도 하는 사람. 일러스트까지 그리는 사람. 잭 케루악이 좋아 출판 계약도 없이 『길 위에서』 를 번역했던 사람. 물론 출판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케루악의 『다르마 행려』 는 국내 초역에 성공. 최근 『고양이 책』 과 『강아지 책』 을 번역했고, 정규 3집 <콜라보 씨의 일일>을 발표했다.’ 그런데 <콜라보 씨의 일일>이라는 앨범이 이번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랐어요. 아이유, 혁오 등과 쟁쟁하게 경쟁을, 한 거예요?


김목인 : 심지어 방탄소년단도 있었어요. 같은 부문,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 올랐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이 상 타면 큰일난다고 했었어요.(웃음)


김동: 이번에 어떻게 『고양이 책』 과 『강아지 책』 을 번역하게 되셨어요?

 

김목인 : 편집자에게 빚이 좀 있었어요. 언젠가 책을 꼭 하나 내야 하는 빚인데요. 예전에 했던 작업이 무산된 적이 있었거든요. 편집자 분이 만날 때마다 책 하나 같이 내보자고 말을 하셨어요. 그러다가 마침 이 책 제안이 들어와서 번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동영 : 빚이라는 게, 원래는 번역이 아니었던 거죠?


김목인 : 그렇죠. 여러 가지 안이 있었어요. 낙원상가에 대한 책을 쓰다가 무산된 적도 있었고요.


김동영 : 이 책, 번역하는 데에는 얼마나 걸렸어요?


김목인 : 마감까지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연말 선물용으로 기한을 맞춰보자고 했는데요. 역시나, 늦어졌습니다.


김동영 : 연초 선물이 됐군요.(웃음) 책에 그림이 진짜 좋은 게 많아요. 여러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강아지 좋아하시는 분들이 새로 발견하는 그림이 많으실 거예요. 한 사람이 그린 게 아니잖아요?


김목인 : 네, 게다가 현대 작가들의 그림도 많아요. 처음 보는 그림도 많죠.


김동영 : 저는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데요. 고양이는 이기적이죠. 평소에 오라고 할 때는 간식으로 유혹해도 잘 안 오거든요. 그런데 어떤 때는 자기가 와서 무릎에 앉아요. 있고 싶은 만큼만 있다가 사라지죠. 그 기분이 좋아서 고양이를 데려다가 다시 앉히잖아요? 그러면 곧바로 할퀴거나 도망가요.


김목인 : 저희 스튜디오에 고양이가 있는데요. 그 고양이는 약간 강아지 같은 고양이에요. 누구에게나 가요. 오라면 오고요. 고양이는 다 그런 줄 알았어요.(웃음)


김동영 : 고양이와 개가 성격이 좀 다르잖아요. 김목인 씨는, 고양잇과는 아니죠?


김목인 : 저는 아무래도 갯과인 것 같아요. 그런데 고양이가 매력이 있더라고요. 생선 작가님은 고양잇과 같은데요. 보통 갯과들은 어떤 기분인지 보이잖아요. 고양잇과 사람들에게는 약간 감정을 알 수 없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김동영 : 저는 김목인 씨의 노래 중에 ‘꿈의 가로수 길’이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가사가 진짜 좋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이 분, 글 쓰면 진짜 잘 쓰시겠다, 하고요. 다행히 글을 안 쓰셔서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쓰고 싶은 책 있으세요?


김목인 : 아무래도 음악을 하다보니까 에세이 제안이 많더라고요.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에피소드가 많을 거라는 기대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의외로 무미건조하게 살거든요.(웃음)


김동영 : 사실 번역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잖아요?


김목인 : 그렇죠, 잭 케루악과 비트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김동영 : 그러다가 『고양이 책』 『강아지 책』 을 번역하게 되었네요. 그 전에 소설책도 번역하셨죠?

 

김목인 : 작년에 좀 바빴어요. 번역서를 한 권 내면 이 사람이 번역한다는 걸 알리는 셈이 되잖아요. 이어 다른 책 제안이 들어오는데요. 그렇게 제안 받은 거고요. 번역 작업에는 이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할 때는 후회하는데요.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책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고 그렇거든요. 번역을 제안 받았던 소설도 모르는 책이었어요. 한 번 보고 결정하라고 책을 보내주셨더라고요. 두꺼우니까 다 읽어보진 못하잖아요. 훑어봤는데 1차 대전과 등산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거예요. 관심이 있기도 했고, 알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도전하고 싶어졌어요. 물론 번역하면서 엄청 후회했죠.


김동영 : 어떤 면이 후회가 됐어요?


김목인 : 번역만 하면 괜찮은데 항상 일이 겹쳐요. 녹음 준비와 번역을 동시에 하는, 피 말리는(웃음) 상황이었어요. 


김동영 : 마감은 잘 지키는 편이세요?


김목인 : 음악은 기타를 가지고 다녀야 하니까 카페 같은 곳에서 하기 힘들어요. 집에서는 잘 안 되니까 친구 집에 가서 해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하는데요. 번역은 짐 싸서 나가면 잘 되거든요. 자꾸 저는 음악가인데 번역이 더 진도가 빠른 거예요. 잘 되는 건 좋지만 정체성에 혼란이.(웃음)


김동영 : 그런데 영어를 잘한 게 아니었어요? 번역까지 하시는데 말이에요.


김목인 : 회화는 잘 못해요. 케루악 같은 경우 이미 오래 전에 사망한 작가니까 만날 일이 없잖아요. 그런데 작년에 번역한 소설가 같은 경우 트위터도 하시고, 젊은 분이시더라고요. 내한을 하실까봐 되게 걱정했어요.(웃음) 내한해서 번역가와 만나고 싶다고 하실까봐 굉장히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냥 지나갔습니다.


김동영 : 그나저나 들으시는 분들 중에 케루악을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잭 케루악에 대해서 한 번 설명을 해주세요.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를 연결시켜준 작가.


김목인 : 히피 세대는 잘 아시잖아요. 히피 세대 출현 전에 1950년대 비트 세대라고 자신들을 명명했던 작가들이 있었어요. 잭 케루악이 비트 세대의 대표적인 작가고요. 최근에 영화 <킬 유어 달링> 팬들이 많으시던데, 그 영화가 잭 케루악과 친구들의 대학 시절을 그린 작품이에요. 그가 좀 더 나이 들었을 때 쓴 작품을 저희가 국내에 소개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동영 : 비트 세대를 검색해보시면 진짜 흥미로운 자료들이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영화 <굿 윌 헌팅> 같은 경우 비트 세대의 작가인 앨런 긴즈버그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기도 하고요. 유명한 락 밴드 노래 가사에도 많이 등장해요. 그런데 김목인 작가님이 생각하는 번역의 매력은 뭔가요?


김목인 : 처음에는 문장 옮기는 재미 때문에 했는데요. 계속 하다보니까 우리말로 된 자료가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우리말로 된 데이터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번역은 우리말로 된 자료를 계속 늘려나가는 거잖아요. 이 책도 그렇고요. 아직 제가 그렇게 큰 기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저희가 번역하기 전에는 앨런 긴즈버그의 책도 거의 없었잖아요. 그런 보람 같은 게 번역에 있는 것 같아요. 저만 보람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웃음)


김동영 : 번역할 때 가장 귀찮은 것은 뭐예요?


김목인 : 1차 번역을 할 때는 재미가 있는데요. 수정할 때는 지루하죠. 편집자 분께 보내면 잔뜩 고쳐서 다시 보내주시잖아요. 표시된 부분만 고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가 않고요. 하나 고치면 다 고쳐야 하고 그래요. 그럴 때가 좀 지루한 것 같아요. 내용도 이제 훤히 알고, 내가 처음 한 문장에 대해 애정이 있기도 하니까요. 고치는 작업이 조금 힘든 것 같아요.


김동영 : 앞으로 번역하고 싶은 책이 있으세요?


김목인 : 막연한 꿈이 있다면 저에게 상처를 주었던 『길 위에서』 의 저작권이 풀려서 제가 번역을 하는 거였는데요. 최근에 저작권 만료 기간이 점점 길어지더라고요. 사후 70년이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저는 50년인 줄 알고, 다시 한 번 도전해볼까 하고 있었는데 20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때 가서 『길 위에서』 를 다시 번역해서 낸다면 너무 눈물겹잖아요. 이 작품이 뭐라고, 30년 동안(웃음) 기다리는 게. 좋은 앨범을 내고, 이런 쪽으로 마음이 가야하는데 말이에요.


김동영 : 서로 자극이 되죠? 음악을 만드는 것과 가사 쓰는 것, 책을 번역하고 쓰는 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나요?


김목인 : 특히 가사를 쓰는 것과 번역하는 일은 비슷한 순간이 많아요. 적정 단어를 찾는 작업이잖아요. 또 음악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즐기는 시간이 많다보니까 책을 쓰거나 번역하는 일은 좀 더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아요. 음악 하면 괴로울 때도 많거든요. 번역은 조금 다른 괴로움인 것 같아요. 저의 자아와 관련된 괴로움은 아니니까요.

김동영 : 눈에 띄는 번역가 분이 있으신가요?


김목인 : 유명한 분들도 많은데요. 최근에는 홍한별 번역가의 책을 보게 됐어요. 그 분이 최근 번역하신 책 중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라는 책이 있어요. 읽다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많은 책을 그 분이 번역하셨더라고요. 번역도 좋았고요. 관심사도 비슷하신 것 같고, 심지어 <미스테리아>라는 잡지에 고정 칼럼도 쓰고 계시거든요.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동영 : 번역가 외에 좋아하는 소설가는 누가 있나요?


김목인 : 최근에 소설을 많이 읽지는 못했는데요. 기억나는 분은 박솔뫼 작가예요. 굉장히 문장이 특이하다고 느꼈거든요. 『을』 이라는 소설도 있었고요. 『겨울의 눈빛』 같은 작품이 있는데요. 그 분은 반복을 많이 해요. 보통 문장을 쓸 때 반복 별로 안 하잖아요. 그 분은 희한하게 반복을 하시는, 묘한 느낌이 작품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분의 『백 행을 쓰고 싶다』 라는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김동영 : 네, 오늘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목인 :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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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동영(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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