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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모서리 그 너머가 궁금했다

『모서리의 탄생』 신주희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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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제 소설을 읽을 때는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것보다는 상처와 마주하는 기회를 갖고 그것과 합당한 관계를 맺길 희망합니다. 자신의 상처와 불화하는 것은 누구와도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2018.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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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의 탄생』 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불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CCTV를 통해 조선족 베이비시터를 관찰하는 여자,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섹스돌의 가슴을 빨며 ‘엄마’라 부르는 청년, 더 많은 정자를 팔기 위해 그것과 유사한 코코넛 주스를 마시면서도 끊임없는 갈증에 시달리는 남자. 작가는 불안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며 소설 속 인물들을 위태로운 경계 위에 세워놓는다.


단편에 소개된 작품의 제목을 차용하지 않고 새로운 제목을 사용하셨어요. 묘한 호기심을 주는 제목이면서 왠지 소설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제목 ‘모서리의 탄생’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모서리의 탄생」이라는 단편소설을 쓴 적이 있어요. 하나의 사물을 여러 각도로 보는 화가의 이야기였어요. 어떤 여자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화가의 눈에는 여자의 눈, 코, 입과 함께 여자의 뒤통수와 머리카락에 꼽혀있는 머리핀까지 함께 보이는 식이죠. 독자들에게 화가의 눈이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지점, 그것과 연결된 사람들과의 갈등, 그들 사이의 단절과 그가 예술가로서 받은 상처에 대해 썼지요.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게 있었어요. 내가 보고, 듣고, 탐하는, 그래서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던 상처들이 소설 속에서 치유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은 거예요. 소설 속 화가의 눈에 보였던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처럼 내 소설에 등장했던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고 지금까지 나는 그들을 상처 앞에 세우고, 곱씹게 만들고, 오래도록 쓰고 차가운 순간을 응시하게 했어요. 어쩌면 상처를 극복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상처는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관계 맺어야하는 삶의 일부분에 가까울 거예요. 나는 아직 안락과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소설집 『모서리의 탄생』 속에 단편 「모서리의 탄생」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아직 상처에 대한 탐구가 끝나지 않았거든요.

 

『모서리의 탄생』 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극단의 불안에 노출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읽는 내내 위태로움을 넘어 기이한 느낌까지 받았어요. 돌연히 아득한 불안과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불안과 우울은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끊임없이 불안하고 철저히 우울한 인물만이 제대로 분노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분노 자체를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것을 통해 제대로 변화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참고, 견디고, 기다리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지만 그만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최소한 문학의 테두리 안에서 이만큼이 아니면 아무것도 흔들 수 없다고 확신했어요. 세상에 금이 가고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데 소설 속 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순간과 삶의 의미가 가장 생생하게 녹아있는 순간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책에는 총 10개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그 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혹은 두고두고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 있을 수도 있고요.

 

소설 「극」의 아비, 노인의 캐릭터가 마음에 남아요. 소설을 쓸 때는 ‘내가 그 사건에 대해, 그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이 컸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합니다. 노인은 아직 거기, 얼음 언덕에 그대로 있지요. 우리는 그를 그렇게 남겨둘 수밖에 없어요. 지금도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잖아요. 내내 힘든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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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나 등장인물 설정이 특히 어려웠던 단편이 있을까요?
 
단편 「사막의 뼈」는 읽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소설을 쓴 사람인 저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인간의 본능과 가장 가까운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상은 곧 이미지로 이어졌는데, 그건 마치 사막과 모래 언덕 깊은 곳에 묻혀있는 죽은 동물의 등뼈 같은 것이었어요. 황폐한 인간의 욕망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가진 것이 또 가져야하는 것이 있지, 하고 말이죠. 간단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을 인물을 통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소설 속의 인물들이, 이야기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읽힐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상처는 극복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체념하고 탐구하는 대상에 가깝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상처를 가진 채, 새로운 상처를 더해가며 사는 사람들에게 작가님의 말이 어떤 의미로 전달되었으면 하시나요.

 

‘상처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오래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시와 소설이 삶의 의미를 묻고 그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만약 상처가 없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을까요? 상처는 우리의 심연에 가라앉아 인간에게 독특한 미학의 지위를 부여합니다. 최소한 제 소설을 읽을 때는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보다는 상처와 마주하는 기회를 갖고 그것과 합당한 관계를 맺길 희망합니다. 자신의 상처와 불화하는 것은 결국, 누구와도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소설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은 2인칭을 사용하셨어요. 소설 속 상황을 바깥에서 보고 있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보고 있죠. 또, 단편 <소녀의 난>의 서술자는 배 속에 있는 ‘태아’이고, <네 개의 이름>에서는 공원의 ‘벤치’가 서술자가 되기도 해요. 여러 가지 독특한 서술방식을 시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방 안을 들여다보고, ‘너’가 속으로 하는 말을 듣고. 여자가 불안에 떠는 ‘여자’를 훔쳐보고, 남자가 절망에 빠진 ‘남자’를 모른 척 지나가고. 저는 좀처럼 등장인물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인물들의 이름을 숨김으로써 읽는 사람 스스로가 언젠가 자신이 듣고 본 경험들을 떠올리길 희망합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이야기 속 서술자와 이야기 밖의 내가 겹쳐지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고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소설을 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브라질리언 왁싱, 스펌셀러, 섹스돌 등은 기존 소설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입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그 자체에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한데요. 이런 소재를 선택함에 있어 카피라이터 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물론 자극적인 소재만으로 어떤 것의 특별함을 주장할 수는 없죠. 그러나 새로운 것, 희소가치가 있는 것, 특별하고 특이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던 습관이 오랜 시간을 거쳐 저에게 취향 비슷한 것이 된 것 같아요.

 


 

 

모서리의 탄생신주희 저 | 자음과모음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생긴 날카로운 모서리 같은 고통의 순간을 뻣뻣한 관절 마디가 꺾이는 듯한 생생한 통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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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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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의 탄생

<신주희> 저12,1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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