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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송은이, 김숙 씨를 찍고 싶어요 (G. 김보람 감독)

“송은이, 김숙 씨를 메인 캐릭터로 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김보람 『생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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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신 분은 “우리가 나누지 못한 빨간 날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신 분입니다. 국내 최초 생리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를 만드시고 책 『생리공감』을 쓰신 김보람 감독님 모셨습니다. (2018. 03. 08)

[채널예스] 김보람 편 인터뷰.jpg

 


생리는 몸의 일이다. 여성의 몸, 특별히 질 그리고 질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오랜 세월 금기시되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 되고, 그것에 대한 경험은 공유되거나 기록되는 대신 잊히고 삭제된다. 이토록 오랜 시간 이 피를 금기시한 사회는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방치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피를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로 만들었고 그 피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노동과 비용 그리고 고통은 모두 여성 개인의 몫으로 남겨 뒀다.

 

김보람 감독의 저서 『생리공감』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생리’라는 단어가 나와서 당황하셨나요? 오늘 저희는 인류의 절반이 평균 30년 이상 겪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감춰져 온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 시간을 통해 누군가는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또 누군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더 잘 피 흘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 김보람 다큐멘터리 감독 편>


김하나 : <피의 연대기>가 3월 초까지 상영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가 화제 속에서 두 달 가까이 상영됐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김보람 : 화제가 되긴 했는데요(웃음)


김하나 : 네(웃음), 관객이 많이 들지는 않았나요?


김보람 : 아무래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고 거기다가 생리 다큐멘터리라는 이중 장벽이 있었던 것 같고, 날도 굉장히 추웠고, 상영관도 적은 편이었고요. 그래서 관객 분들이 극장까지 와서 보시기에는 여러모로 힘든 장벽이 있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저희가 처음에는 조금 아쉽고 우울한 기분도 있었는데 전국에서 매일 어떤 때는 300분, 어떤 때는 100분이 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거든요. 그런 기록들을 보면서 이렇게 접근하기 힘든 영화를 수고를 들여서 극장에 가서 봐주신 분들이 계신다는 게 어떻게 보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굉장히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고요. 2월 말이면 많은 극장에서 종영되고 3월에도 한두 군데에서 계속 상영이 될 거라서 혹시 극장에서 보고 싶은 분들은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김하나 :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은 남녀노소 다 가서 보셔야 돼요. 왜냐하면 너무 교육적이에요. 교육적인데 딱딱하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재미도 있고 너무 예쁩니다. 예쁘다는 말을 하는 게 유리한 걸까요? 저는 되게 좋았는데...


김보람 : 예쁜 영화예요(웃음).

 

김하나 : 책의 제목은 <피의 연대기>가 아니라 『생리공감』 이에요. 왜 『생리공감』 이라고 지으셨나요?


김보람 : 그건 전적으로 출판사의...(웃음)


김하나 : 아, 그래요(웃음)? <피의 연대기>가 너무 “피의 연대기!”라고 외치는 느낌 같아서, 좀비 영화 같아서 그랬나요?


김보람 : 컨셉 자체를 조금 다르게 가고 싶어 하셨어요.


김하나 : 영화와 책이 다르게요?


김보람 : 네, 책에서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겪으면서 일어났던 변화에 대한 고백을 담고 싶어 하셔서, 제목도 영화와 다르게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마땅한 제목을 고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책 제목은 저희 편집 주간님의 의견이었어요(웃음).

 

김하나 : 관객이 엄청나게 들어서 자본이 넘치고 다음 작품을 만드는 일이 수월하게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우리나라의 한정된 관객 수 안에서는요. 그래도 앞으로 만든다면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으신가요?


김보람 : 아이템은 정말 많은데요(웃음).


김하나 : 얘기해 주세요. 어떤 걸 해 보고 싶으세요?


김보람 : 지금은 갑자기 너무 이른 시일 내에 이슈의 중심에 서게 돼서 이걸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여자 코미디언을 엄청 좋아해요. 국내외의 코미디언, 특히 해외 시트콤이나 코미디쇼를 너무 좋아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송은이 김숙 씨가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를 처음 하실 때부터 ‘뭔가 되게 새로운 작업이 되겠다, 이 분들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제가 조금 용기도 없고 경력도 없어서 연락을 못 했어요. 그러다가 <피의 연대기>를 마무리 지을 즈음에 한 번 용기 내서 연락을 해볼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그 사이에 너무 바빠지셔서, 이제 와서 끼어들면 유명해지니까 따라붙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김하나 : 와, 이거 너무 좋은데요?


김보람 : 사실 ‘한국의 최초의 여성 코미디언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는데요. 송은이, 김숙 씨를 메인 캐릭터로 해서 그런 계보와 새로운 물결을 담아보고 싶었던 아이템이었어요.


김하나 : 그 아이템, 합시다. 해야 될 것 같은데요(웃음).

 

김하 : 혹시 코니 윌리스라는 작가의...

 

김보람 : 네, 『여왕마저도』 요. 저희가 원래 코니 윌리스를 인터뷰하고 싶었어요.


김하나 : 와, 진짜요? 너무 멋있다!


김보람 : 네. 어떻게 생리하지 않는 게 보편화된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는지, 그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저희가 에이전시와 출판사에 메일도 보냈는데 끝내 섭외가 되지 않았어요.


김하나 : 답이 없었나요?


김보람 : 네. 저희가 스카이프로라도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했죠. 그것만 됐으면... 사실 코니 윌리스를 인터뷰 해놓고 영화에 안 쓸 수는 없잖아요(웃음).


김하나 : 엄청난 일이죠.


김보람 : SF가 갖춰야 될, 문학이 갖춰야 될 상상력이 있다면 『여왕마저도』가 정수라고 생각이 들 정도예요.

 

김하나 : 언제나 갑자기 시작되는 ‘스피드 퀴즈’ 시간입니다. 깊이 생각하지 마시고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 주세요.


김하나 : 지금 생각해 보면 등단을 하지 못한 건 행운이었다.


김보람 : Yes


김하나 : 작품성은 없고 흥행성은 보장되는 영화가 있다. 연출 제의를 받는다면 수락할까?


김보람 : Yes


김하나 : 이런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일생 동안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한 감독, 또는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 감독.


김보람 : 후자예요.


김하나 :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산다는 것은? 짜릿하다, 아니면 누구에게 권할 일은 아니다.


김보람 : 누구에게 권할 일은 아니다.


김하나 : 알겠습니다. 누구에게 권할 만한 일은 아니군요.


김보람 : 네(웃음).


김하나 : 하지만 본인은 이런저런 고생과 수고에도 불구하고 보람을 느끼고 계신 거죠?


김보람 : 네.


김하나 : 그럼 권할 수도 있어야죠. 


김보람 : 아... 그런데 제가 뭔가 책임을 못 질 것 같아서요(웃음).


김하나 : (웃음)맞아요. 그러면 혹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나 조금 더 큰 무대에서 활동했다면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 같은 것을 느낀 적이 있나요?


김보람 : 어쨌든 영어권에서는 시장이 훨씬 크잖아요. 저희가 프로젝트를 들고 독일의 마켓에 갔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 주제로 영미권에서 만든 작품이라면 진짜 시장성이 큰데, 이게 한국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거예요. 한국 히어로물을 미국에서 안 보듯이,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영화가 이렇게 예쁜데요(웃음)? 넷플릭스에서 연락 왔으면 좋겠네요.

 

김하나 : 다양한 주제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한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다큐멘터리에 한정되는 걸까요? 아니면 극영화 같은 걸 할 수도 있을까요?


김보람 : 극영화는 제가 생각을 안 해봤고, 여전히 소설은 써보고 싶어요. 전에는 굉장히 작가주의적인 소설을 쓰고 싶었던 반면 지금은 많은 분들이 편하게 읽으실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생리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계속 생리 관련, 혹은 몸에 관련된 주제만 다루게 되지는 않을 것 같고요. 앞으로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주제들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김하나 :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도 있을까요?


김보람 : 사실 하고 싶은데 제가 그림을 못 그리니까, 내용과 시나리오를 쓰고 애니메이션 감독님이랑 작업하고 싶어요.


김하나 : 이번 영화를 같이 만든 특공대가 있잖아요. 저는 너무 깜짝 놀랐다니까요.


김보람 : 어떻게 제 마음을 그렇게 잘 아세요(웃음)?

 

김하나 : 여러 활동들 중에 저희 팟캐스트를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김보람 : 아닙니다. 오늘 제 마음을 스캐닝처럼 봐주셔서(웃음), 감사합니다.


김하나 : 다음에 영화든 책이든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또 나와주실 거죠?


김보람 : 네. 너무 감사합니다.


김하나 : 다시 나오고 싶으신 마음을 제가 마인드 리딩해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웃음). 송은이 김숙 씨께 꼭 연락드리시고요.


김보람 : 네, 용기를 얻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김하나 : 오늘의 만남은 이렇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코니 윌리스, 넷플릭스, 그리고 송은이 김숙 씨. 지금까지 <김하나의 측면돌파> 김하나였습니다. 2주 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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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나(카피라이터)

카피라이터. 문학, 음악, 미술, 정치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을 연결하고 새롭게 조합하기를 즐기는 사람. 그녀에게 아이디어는 ‘번쩍’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낚아 올리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 TBWA KOREA를 거치며 치열한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카피라이터로 인정받고 있다. [SK텔레콤-현대생활백서] [네이버-세상의 모든 지식] 등 내로라하는 히트 광고에 카피를 올렸으며, 2006년 아시아태평양광고제 경쟁부문에서 우승, 한국인 최초로 영로터스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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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생리를 하는지부터 ‘생리 안 할 자유’까지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 낸 생리 이야기 생리를 통해 몸과 화해하다 저자는 몇 년 전 우연히 네덜란드인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생리대를 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생리=생리대 등식에 의문을 품어 본 적 없던 그녀에겐 놀라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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