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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염세주의자, 아무나 될 수 있나요? (G. 오찬호 사회학자)

“긍정 과잉 시대의 염세주의자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죠” 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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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신 분은 ‘불평불만 투덜이 사회학자’로 불리는 분입니다.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가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인류의 평등을 방해하는 고정관념을 발견하고 파괴하는 글을 쓰시는 분이에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진격의 대학교』 등 다수의 책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갑질을 폭로해 온 작가입니다. 오늘은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놓고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사회학자 오찬호 님, 모시겠습니다. (2018. 02. 08)

[채널예스] 인터뷰.jpg


 

공공선을 위해 뜨거워질 순간을 모르는 한국인들은 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각자도생’의 삶에는 지나친 뜨거움으로 매진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낯 뜨거워질 순간을 잘 모른다. 남은 괜찮지 않은데 당당하다.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뜨거운 심장은 온데간데없다. 자신의 발버둥에 아파하는 누구의 허우적거림에는 냉정하다. 쓸데없는 열정이 강해질수록 우리는 무례한 차가움으로 주변을 내친다. 서로가 칼을 겨누고 찌르니 ‘하나도 안 괜찮은’ 사람만 늘어간다.

 

오찬호 사회학자의 저서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괜찮지 않은 나날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다 우리는 뜨거워질 순간을 모르는 사람들이 되었나. 어떻게 하면 너와 나는 괜찮아질 수 있을까. 그 고민을 함께 나누려면 먼저 이곳의 ‘괜찮지 않은 삶’을 찬찬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 오찬호 사회학자 편>


김하나 :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에 이렇게 많은 불평등과 불합리의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작가님이 이런 문제들을 민감하게 잘 감지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오찬호 :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정말 많아요?(웃음)


김하나 : (웃음)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는 아직 반응이 오기 전일 수 있지만, 이전의 책들...


오찬호 : 아, 이전의 책들에 대해서.


김하나 : 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라든가. 저는 그 책을 읽고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이 스튜디오 안에서 세 분의 열화와 같은 무언의 반응을 보셨잖아요?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오찬호 : 이게 재밌는 맥락이 있는데요. 제가 공부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대중적인 책으로 쓰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썼던 책들이 실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약한 책이죠. ‘이게 뭐가 새로워?’ 이런 책들이에요. 그런데 대중한테 다가갈 때는 ‘정말 이래?’라는 식의 반응을 얻는 거거든요. 그런 걸 볼 때 우리 사회가 굉장히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제가 어떻게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지 말씀드리면, 사회학을 공부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회학이라는 것 자체가 친숙한 것을 계속 낯설게 바라보는 훈련을 끊임없이 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분노할 일이 많잖아요. 사회학적 연구는 그 분노의 시작점부터 보는 거예요. 그 시작점은 겉으로는 굉장히 평화로워요. 어떤 차별도 없는 상태이지만 씨앗이 돼서 궁극적으로 잘못된 사회 구조로 이어지는데, 그런 연관성을 따지는 훈련이 사회학적 훈련이거든요.

 

김하나 : 누구의 눈에는 문제도 아닌 일들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일로 보이잖아요. 그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오찬호 :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 아주 오랫동안 비겁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조금 과격한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구분한 거였고요. 어쨌든 현실에서 자신이 생존해야 되는 거잖아요. 가족하고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것도 그 사람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행복이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타협들을 해왔다는 거죠. 그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점이라고 해서 정의롭고 정의롭지 못한 개념이 아니고요. 우리 모두가 삶에 대한 고민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이상적인 가치를 포기하는 거죠. 불의를 따라가는 개념이 아니라, 불의에 저항하지 않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식으로 다들 사연이 있는 거죠. 결국 그 두 집단은 동일한 상황 속에서 함께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하 : 올 것이 왔습니다. 뜬금포 ‘스피드 퀴즈’를 시작해 볼게요. 많이 생각하지 마시고 바로 바로 대답을 하시면 됩니다.


김하나 : 스스로에게 도덕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오찬호 : Yes.


김하나 : 나는 염세주의자에 가깝다.


오찬호 : Yes. very very yes.


김하나 : ‘사회생활 잘한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찬호 : 현실적으로는 칭찬이죠. No.


김하나 : 최근, 경악을 금치 못할 말을 들었다.


오찬호 : Yes.


김하나 : 지금 우리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은, 오지랖? 무관심?


오찬호 : 무관심.


김하나 : 내 책은 ‘불편함’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오찬호 : Yes.


김하나 :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의 부류가 있다.


오찬호 : Yes.


김하나 : 그래도 희망은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오찬호 : No.

 

김하나 : 일단 방금 전 질문에 대한 답부터 여쭤볼게요. 희망은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러면 무엇에 있을까요? 희망은 있을까요? 너무 종교적인 질문인가요(웃음).


오찬호 : 우리가 척박한 환경에서 사람을 보고 희망을 갖는 차원에서는 사람에게 희망이 있는 거고요. 그 사람이 모이고 모여서 좋은 사회의 디딤돌이 되는 구조에 대한 부정을 하는 것이 결코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건, 지금 우리는 희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면 정말로 존경스럽게 보이잖아요. 그런데 사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면 바보 같아 보이는 사람인데도 알고 보니까 그 사람의 철학이 굉장히 깊은 거죠. ‘내가 무슨 저런 인간한테 희망을 가져?’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게 모두 사회적 가치가 좋은 거예요. 저는 그 말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예요. 양극화가 위험하면 양극화를 해소하는 거지,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끼리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오독될 가능성이 매우 크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걸 고상한 인간적 가치로 희석시키는 것도 굉장히 기만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강력한 사회 제도 하나가 희망도 별로 없는 사람을 마주해도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라는 거죠. 그 강력한 사회 제도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사람이 희망이지만, 그래도 사회 제도가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김하나 : ‘나는 염세주의자에 가깝다’라는 질문에 ‘very very yes’라고 하셨어요.


오찬호 : 저는 염세주의자라는 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웃음). 이 긍정 과잉의 시대에 염세주의자가 되는 건 굉장히 주관이 뚜렷한...(웃음)


김하나 : (웃음) 올곧은.


오찬호 : 네, 올곧은(웃음). 그리고 ‘과거보다는 우리가 좋아지고 있으니까 굳이 그렇게 염세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만, 2017년도에 여전히 우리가 여러 가지 불의가 많다는 거죠. 우리 사회를 굉장히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된다는 의미에서 염세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김하나 : 앞으로도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 ‘프로불편러’로서의 문제의식을 잃지 않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좋은 책들 많이 써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찬호 작가님, 고맙습니다.


오찬호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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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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