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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큰 강아지 신지야

시인 강지혜
함께 있어 행복한 순간은 매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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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을 키우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큰 강아지를 키우면 더 힘들지 않아요?” “큰 강아지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은데” 처음에는 이런 말 속에 숨은 가시에 찔려 상처받는 순간이 많았다. (2018.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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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황금 개띠의 해, 무술년이다. 개띠 해를 맞이해 광고부터 상품까지 다양한 마케팅에서 강아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마케팅의 훈훈한 포즈와는 달리 실제 반려견에 관한 소식은 올해 겨울처럼 차디차다. ‘펫파라치’, ‘체고 40cm 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등 반려견 관련 논쟁은 한창 진행 중이다. 대형견을 키우는 견주로서 가슴 철렁한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요즘. 나는 나의 큰 개를 바라본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바라보는 눈길로 나의 큰 개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이 쓰려 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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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사는 신지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이제 막 1살 9개월이 되었고 몸무게는 28kg이다. 물론 체고가 40cm 이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는 반려견에 대해, 특히 래브라도 리트리버에 대한 이해가 1도 없는 상태에서 신지를 입양했다. 솔직히 말해서 순하게 생긴 눈, 세모 모양으로 쳐진 귀가 귀엽게 느껴졌기 때문에, 단지 외형이 귀엽기 때문에 입양을 결정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맹인안내견으로 활약하는 견종이라는 것, 워낙 순하고 사람에게 친화적이라 ‘천사견’으로 불린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신지가 일명 ‘개린이’라 불리는 유아기를 지나 ‘개춘기’라 불리는 청소년기를 지날 때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유년은 그야말로 ‘악마견’이다. 신지는 이갈이(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시기와 그 시기의 물어뜯기를 통칭한다)가 매우 심했던 편이라 집에 있는 모든 가구는 다 물어 뜯어 놓았고 배변 실수도 잦았다. 식탐은 얼마나 강한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억지로 입에 넣다 탈이 난 적도 많고 ‘앉아’ ‘손’ 같은 기본적인 복종 훈련을 숙지하는 시간도 다른 강아지들보다 오래 걸린 편이다. 그러나 초보 견주의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신지는 부지런히 성장했고 다행히 아주 조금(?) 천사견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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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를 기르면서 알게 된 것이 많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의 특징과 취약한 질병, 그에 따른 훈련법과 관리법. 뿐만 아니라 모든 강아지들에게도 사람과 같은 성향 차이가 있다는 것. 모든 강아지들이 언제나, 어떤 순간에나 사람 옆에서 애교를 부리고 해맑게 뛰어노는 게 아니라는 것. 강아지들에게도 생애 주기가 있고 그 시기에 맞는 행동 양상을 보인다는 것.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다 그렇다. 고양이도, 수달도, 부엉이도 그리고 사람도. 왜 인간은 이 간단한 진실을 들여다보지 않으려 할까. 왜 글자뿐인 법이나 규정으로 덕지덕지 가리고, 덮어두려고만 할까. 그 이면에는 차별이라는 민낯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신지와 가족이 되기 전에 강아지 입양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의 특성과 취약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강아지를 입양하는 비용이 책임감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비싸고, 의료비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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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kg에 육박하는 신지가 나에게 안겨 온다. 나이는 얼추 성견이 되었지만 아직도 제가 작은 강아지인 줄 아는 녀석은 내 품에 쏙 안길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안기기에 실패한 신지는 엉덩이를 내 허벅지에 기댄다. 신지는 그것으로 만족했다는 듯 느긋하게 하품을 한다. 나에게 등을 보인 채로 얌전히 잠에 빠져든다. 그런 신지가 귀여워 미쳐버릴 것 같을 때 조용히 휴대폰을 가져와 잠든 신지의 사진을 찍는다. 산책할 때 갑자기 까치가 튀어나와 목줄을 놓칠 뻔했을 때, 골목 반대쪽에서 동네 누렁이가 등장해 긴장 상태를 유지할 때는 강한 힘의 신지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진땀을 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을 상쇄하는 신지의 자는 모습. 아마 모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견주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대형견을 키우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큰 강아지를 키우면 더 힘들지 않아요?” “큰 강아지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은데” 처음에는 이런 말 속에 숨은 가시에 찔려 상처받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초보견주 딱지를 어느 정도는 떼었을까. 나는 웃으며 답한다. 덩치가 크든 작든 가족이 함께 산다는 건 모두 똑같이 힘든 일이라고. 크기와 상관없이 함께 있어 행복한 순간은 매일 찾아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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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강지혜(시인)

1987년 서울 출생.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내가 훔친 기적』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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