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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읽는인간] 라이카의 매력을 아는 작가들 (G. 박지호 ARENA 편집장)

『라이카, 영감의 도구』 박찬욱, 하시시박, 김종관, 백영옥, 김동영, 더콰이엇, 유영규가 말하는 라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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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김동영의 읽는인간’이 존재하는 이유, 인터뷰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는 분입니다. 아마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전면에 나서는 분이 아니라서요. <아레나 옴므 플러스>의 박지호 편집장님을 모셨습니다. (2018. 01. 25)

[채널예스] 인터뷰 사진 박지호 편집장편 인터뷰.jpg

 

 

그는 묵묵히 초콜릿을 씹었다.
“맛있네.”
“그렇죠?”
“인생이 이렇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얀은 의기양양한 악셀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뜻이죠?”
“기쁨이 고통만큼이나 힘있게 드러날 수 있다면 말이야.”

 

소설 『거미줄에 걸린 소녀』 의 한 부분입니다. 정말 그러면 좋겠어요. 고통보다 기쁨이 더 힘이 세면 좋겠습니다. 대개는 그렇지 않잖아요.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더욱 열심히 기쁨에 집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예스책방 책읽아웃, ‘생선 김동영의 읽는인간’입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올 한 해도 여러분, 잘 부탁드려요. 저도 부탁드리고요, 프랑소와 엄도, 작가님, 피디님, 인터넷서점 예스24도 잘 부탁드려요.

 

<인터뷰- 박지호 편집장 편>

 

김동영 : 이 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이 분이 전면으로 나서는 분이 아니시거든요. 뒤에서 조종하는 분이신데요. <아레나 옴므 플러스> 박지호 편집장님을 모셨습니다.


박지호 : 안녕하세요.


김동영 : 박지호 편집장님은 지금까지 책을 세 권 내셨어요. 첫 번째 책은 남미여행기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였어요.


박지호 : 생선 작가에게 비할 건 아니지만(웃음) 저도 여행을 꽤 좋아하기 때문에요. 철 없을 때, 30대 초반에 뭣도 모르고 갔다가 죽을 만큼 고생하고 돌아왔고요. 책 한 권이 남았네요.


김동영 : 제가 이 분을 진짜 알게 된 책은 『인사이드 현대카드』 예요. 상암동에 있는 서점 ‘북바이북’에서 저한테 이 책을 권해줬었어요. 진짜 기업을 이렇게 문화적으로 다룬 책은 전에 없었던 것 같아요.


박지호 : 2년 전에 나왔던 책이죠. 경영서라고 보기는 애매해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책과 궤를 같이 하는 책이에요. 브랜드와 회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여행하는 기분으로, 1년 정도의 시간을 설정해놓고 내부 공간을 투어하고 사람들을 만나 기록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동영 : 박지호 편집장님이 진짜 하는 일이 많으신데요. 개인이 하는 책 행사 중 가장 핫하게, 주기적으로 하는 게 ‘박지호의 심야책방’입니다. 사실 책이 학구적이고 진지한 분위기일 수 있는데요. 박지호 편집장님은 ‘심야책방’에서 좀 다르게 책에 접근하고 있어요.


박지호 : 한 달에 한 번, 매달 첫째 주 금요일 밤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책 관련 행사가 굉장히 많지만 저희는 책보다 좋은 공간에서의 체험을 중심으로 책을 소개해보자는 쪽에 더 가까운 행사예요. 애초에 시작이 ‘밤새 책을 읽어보자’였거든요. 처음에는 진짜 새벽 5시까지 했어요. 그러다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웃음) 도저히 불가능해서 지금은 12시에 끊고 있긴 합니다. 야밤, 좋은 공간, 술 그리고 책이라는 코드로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 기획이에요. 다행히 반응들이 좋아서 매달 이어가고 있습니다. 2년째입니다.


김동영 : ‘심야책방’은 공간이 인상 깊어요. 보통 책 행사는 카페나 책 관련 공간에서 하잖아요. 그런데 ‘심야책방’은 매달 공간이 바뀌죠. 예를 들어 자동차 전시장 같은 곳에서 해요.


박지호 : 책을 많이 팔고, 읽게 하자는 목적도 분명히 있지만 책이라는 경험을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그때 주목했던 게 공간이었고요.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볼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체험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사실은 ‘공간 프로젝트’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김동영 : 가장 최근에 『라이카, 영감의 도구』 라는 책이 나왔어요. 인터뷰집인데요. 좀 특이해요. 인터뷰집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주고 받는 식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게 없어요. 이런 컨셉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됐나요?

 

박지호 : 여러 의도가 있어요. 우선 저는 인터뷰를 굉장히 좋아해요. 인터뷰에서 많은 걸 배웠거든요. 한 분야를 마스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그 지식을 전달 받는 도구로써 인터뷰만한 게 없죠. 에디터 생활을 18년째 하는데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게 인터뷰라는 장르예요. 그런데 인터뷰라는 장르가 좀 변질돼서 맥이 좀 빠졌어요. 게다가 편집장이 되면서 이렇게 글을 오래 안 쓰다가는 퇴화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현장감을 느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는데요. 단순히 ‘박지호 편집장이 만난 사람’은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마침 박찬욱 감독님을 보고 크리에이터 혹은 어떤 전문가가 자신의 시각을 라이카라는 도구로 확립하고 보여주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고요. 그래서 뻔한 인터뷰 말고 중간에 도구를 넣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김동영 : 인터뷰집이 잘 안 나가잖아요.


박지호 : 딱딱해보이기도 하고요. 그렇기도 한데요. 사실은 인터뷰이들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정말 탄탄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에요. 굳이 내가 말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적절한 질문만 던져주면 핵심들을 쭉 얘기해줄 것이라고 믿었어요. 저는 느낌만 잡고, 콘텐츠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독자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랬어요. 그래서 이런 컨셉의 책이 됐습니다.


김동영 : 박찬욱 감독님, 포토그래퍼 하시시박, 김종관 감독님, 백영옥 작가님, 래퍼 더 콰이엇, 유영규 디자이너님 등을 인터뷰 하셨는데요. 더 하고 싶은 분들 없으셨어요?


박지호 : 여배우 그룹이죠. 하연수 씨나 황승언 씨처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여러 이유로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여배우가 수동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도 다뤄보고 싶었는데요. 일단 매니지먼트의 틈을 뚫기가 만만치 않았고요.(웃음) 시간적 촉박성도 있고 해서 같이 포함 못 시킨 게 아쉬워요. 그래서 이 특집은 <아레나>에서 따로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동영 : 라이카, 진짜 고가의 카메라잖아요. 가격에 비해 편안한 카메라도 아니고요. 느리고, 무겁죠.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라이카에 열광하는 걸까요? 인터뷰를 하면서 그 이유를 찾으셨어요?


박지호 : 사실은 그게 궁금해서 책을 준비했던 것이기도 하고, 제가 사진을 못 찍기 때문에 노하우를 배워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노하우는 못 배웠고요, 여전히 사진 잘 못 찍고 있어요. 다만 인터뷰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들이 있는데요. 충분히 그 불편함을 감수해도 될 만큼의 장점들이 있다는 거였어요. 오히려 불편함이 장점으로 승화된 케이스죠. 요즘은 편한 카메라도 많고, 심지어 핸드폰으로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잖아요. 이런 시대인데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자기만의 분명한 스토리 콘텐츠 또는 기능들 때문이 아닐까, 라는 정도를 배운 것 같습니다.  


김동영 : 저 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누구였어요?


박지호 : 역시 생선이고요.(웃음) 생선을 제외하면 역시 박찬욱 감독님이셨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 팁을 드리자면 좋은 인터뷰이는 말을 많이 하거나 솔직한 분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는 목적을 갖고 하는 거니까요. 굳이 인터뷰어가 틀을 짜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왜곡의 과정이 아니고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는 거거든요. 이 대목을 왜 떼어서 당신 이야기를 듣고 굳이 글로 표현하는지, 목적이 있어요. 때문에 그것에 공명해주고, 순간적으로 그에 맞는 반응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그 점에서 박찬욱 감독님과의 인터뷰 중 흥미로운 순간이 있었어요. 사진이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인터뷰 하는 와중에 정리를 하신 거예요. 1분만 기다려달라고 하시더니 “지금 머릿속에서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얘기를 하고, 정리한 후 답변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식의 화학적 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인터뷰인지라 그런 의미에서도 기억에 남아요.


김동영 : 저희 고정 질문이 있어요. ‘읽는인간’ 첫 번째, 최근 구매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다면?

 

박지호 : 백영옥 작가가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에게』 라는 책을 추천해줬어요. 유명한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40대 초반에 파킨슨 병에 걸리면서 느낀 것들을 쓴 책인데요. 사실 무서워서 아직 못 읽었어요. 이거 읽으면 진짜 늙은 사람이 될까봐서요.(웃음) 그런데 새해도 됐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으니 이제는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강상중 교수를 굉장히 좋아해요. 최근에 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은 아껴 읽고 싶어서요. 차분하게 읽어보려고 해요.


김동영 :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은?


박지호 : 생선 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인데요. 옆에 있어서가 아니고 저는 생선 작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단점도 많은 인간인데(웃음) 특히 글을 읽을 때 많은 울림을 주는 작가예요. 저는 생선 작가의 글을 읽으면 울컥해요. 저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 글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요. 더구나 자기만의 본질을 정제해서 표현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죠. 생선 작가는 천재형이라기보다 노력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 문장, 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 얼마나 밤을 샜을지, 얼마나 스스로를 깎으면서 조탁했을지가 너무 느껴져서요. 그래서 읽을 때마다 두 배로 울컥하는 게 있어요. 특히 이 책은 비트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을 횡단했던 기억도 잘 담겨 있어서 생선 작가의 원형이 무엇인지, 그가 어떤 것을 담고 있는 작가인지 알 수 있는 책이에요.


김동영 : 세 번째 질문인데요. 사실 새 책 읽기도 바쁘잖아요. 그 중에 여러 번 읽은 책이 있나요?


박지호 : 책 읽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에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심야책방’도 책을 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고요. 그럼에도 두 번 읽은 책이 꽤 있더라고요. 존 버거의 『결혼을 향하여』도 그렇고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특히 단편들을 좋아하는데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이나 겉으로 보기에는 매끈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본성을 숨기고 있는지를 정말 정확하게 보여줘요. 인간의 본질을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표현한 작가죠.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라는 단편선을 특히 좋아합니다. 틈날 때마다 봐요. 상처를 받았을 때, ‘인간의 본질은 이런 거야’라면서 스스로를 가다듬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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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동영(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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