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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얼마나 일상과 가까울까요?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원호섭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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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모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 업체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전 재산을 투자한 곳인데 기자가 함부로 기사를 써도 되느냐!”는 전화까지 받았습니다. (2018. 01. 12.)

원호섭저자사진.JPG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원호섭 저자는 과학 기자다. KAIST 과학저널리즘 대상, 이달의 과학기자상, 올해의 과학기자상 대상, 한국의과학기자상 등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 해를 빼고 매년 과학 기자에게 주는 상을 휩쓴 과학 기자다. 그는 매주 국제 학술지에 올라오는 과학 논문을 검색하며 기삿거리를 찾고, 과학적 이슈가 있는 곳이라면 가장 먼저 달려가 취재하고, 과학자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아가며 과학 기사를 쓴다. 나로호 발사 현상, 경주 지진 등 과학이 있는 곳에는 그가 있다. 심지어 미량의 방사능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직접 방사능에 피폭되기도 했다. 그는 과학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쉬운 과학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해왔다(중3도 이해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중3 과학 교과서도 샀다).


그런 기자가 과학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원고지 3~4장으로는 대중과 과학계 간의 간극을 메우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문 기사는 재미없고 과학자의 글은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쉬운 과학을 알려주고 싶었다. 책을 통해 과학이 생각 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무관심하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열역학 2법칙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과학’에는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과학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만 하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에 대해 이렇듯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를, 저자는 과학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과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를 알려줌으로써 과학이 얼마나 일상과 가까운지, 과학적 지식 혹은 과학적 접근법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전하고 있다.

 

다양한 과학 상식을 다루는 책들 중 과학자가 쓴 책은 많다. 과학기자가 쓴 책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책을 출간한 계기는?

 

2년 전 당시 과학기술부 부장이 어려운 과학을 쉽게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기사는 짧고 책은 어려우니 교집합(?) 성격의 책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과학을 쉽게 쓴다’는 말입니다. 과학은 원래 어려운 것인데 어떻게 쉽게 쓰냐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과 문과로 나뉜 우리 사회에서 과학은 접근하기 힘든 어려운 분야로 인식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과학책들을 보면 어렵습니다. 펜을 들고 밑줄 긋고 인터넷 검색을 해가며 치열하게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많습니다.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원고지 3~4장이 아닌 긴 호흡으로 한 분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면 과학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침 북클라우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그렇게 시작이 됐습니다.

 

과학기자는 일반 기자와는 취재 방식이라던가, 글을 쓰는 패턴이 다를 것 같다. 차이점이나 매력을 꼽는다면?

 

과학 분야에서만 7년을 하다 보니 다른 기자와의 차이점에 대해서 제가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잠시 지나쳐간 선배, 후배들의 말을 빌리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연구 성과의 보도 자료는 외계 용어 천지입니다. 그럴듯한 과학용어로 포장하면 모든 말이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서 쓰고, 과장되지 않게,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오롯이 담기게 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쉽게 잘 썼다”, “이 어려운 것을 설명한 이 표현이 괜찮네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그런 칭찬을 듣는 기사보다 너무 어렵다는 불평을 듣는 기사가 훨씬 많습니다.

 

지진이나 4차 산업혁명 등 최근의 과학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많은 독자가 꼭 알았으면 하는 이슈는 무엇인지?

 

최근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기술 개발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우리나라는 규제에 막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요. 어리바리하다 보면 기술은 이미 저만치 앞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가 불러올 윤리적인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하려면 기술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몇 년 뒤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문제이기에, 지금이라도 기술을 살펴보고 함께 토론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에 실리지 않은 취재노트> 코너를 재미있게 봤다. 줄기세포 화장품에는 줄기세포가 없다는 이야기나 방사능의 이로움, 일상 속의 유해물질 등 재미있는 내용이 많더라. 이외에 책에 쓰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내용이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의 허와 실에 대해서 다루고 싶었습니다. 과거 모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 업체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전 재산을 투자한 곳인데 기자가 함부로 기사를 써도 되느냐!”는 전화까지 받았습니다. 이튿날 관련 업체 분들이 회사를 항의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저는 “그 건강기능식품이 인체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대보세요. 논문이 있습니까. 임상시험 한 것이 있습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유사과학을 이용한 이 같은 사례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수’입니다. 30분 정도만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문헌을 찾아보면 수소수는 과학적으로 어떠한 효능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400ml에 4만 원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35가지의 과학 이슈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래 과학의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유전자와 우주가 아닐까요?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고 싶어 하면서 우리 몸을 이루는 유전자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 합니다.

 

책에서 과학 현장을 직접 발로 뛰고 취재하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나로호가 발사되는 현장이라든지, 방사능비가 문제됐을 때 방사능 피폭을 받는다든지, 경주 지진의 원인인 양산 단층을 연구하는 현장 등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동안 과학 현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지만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지질 조사를 나선 과학자들을 따라다녔던 때가 인상 깊었습니다. 경주 지진이 발생하고 약 10개월 뒤인 2017년 8월, 과학자들이 어떻게 지진 후속 연구를 하는지 궁금해 경주 지진 현장을 조사하는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이날은 경주 지역이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을 정도로 더운 날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드론을 띄워 지형을 조사하고 땅속 단층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장비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장비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따라다니기만 했던 기자의 옷은 마치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땀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시원한 날 조사하러 오시면 안 되나요?”라는 물음에 “시간이 없어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 하루라도 빨리 조사해야죠”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기자는 오후 4시쯤 취재를 마쳤지만 과학자들은 이후에도 밤 10시까지 남아서 현장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많은 과학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연구를 합니다. 이런 과학자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기억에 남고, 이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과학 연구를 언론에서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매일 새로운 연구에 관한 과학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독자가 기사의 진위성을 파악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누군가 이런 말을 합니다. “기사 나온 것이 사실이면 벌써 암도 정복됐겠다.” 기사를 너무 뻥튀기해서 쓰다 보니 이런 비판을 받기 쉽습니다. 암과 관련된 연구 성과 기사는 암을 정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 암이 정복됐다면, 단편적인 연구 기사가 아닌, 신문 1면을 비롯해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실제 ‘약’으로 나와 팔릴 겁니다.


연구 성과 기사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과학 기사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떤 ‘특정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는 관련 연구가 학술지에 게재됐는지(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말고 사람을 대상으로) 따져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간혹 “효과가 좋다는 보고가 있다”고 보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살펴보면 관련 논문 없이, 자신들끼리 실험해보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 일도 태반입니다.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법칙)을 깨는 과학적 성과는 아직 없습니다. 무한동력을 개발했다거나,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거나, 먹기만 하면 몸에 좋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원호섭 저/이덕환 감수 | 북클라우드
논쟁거리를 다루면서도 과학 기자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과학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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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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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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