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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읽는인간] 청개구리의 삶을 사는 (G. 구혜선 배우)

내 인생을 책임져줄 수 있는 건 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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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회 차 방송인데요. 4회 만에 공개방송을 하게 됐네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게스트 구혜선 씨, 옆에 계시네요. (201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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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언제 음악을 들으세요? 샤워할 때? 운전할 때? 혼자 멍하니 있을 때? 많은 순간, 우리는 음악을 듣습니다. 아니, 어쩌면 삶의 거의 모든 순간, 음악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


음악은 나를 온전한 나로 머물 수 있게 해주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음악의 매력은 무한해서 사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좀 무리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음악 얘기를 하고 싶은 저는, 오늘 좋은 말동무를 여러분께 소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인터뷰- 구혜선 배우 편>

 

김동영: 시작하기 전에 들은 얘긴데요. 거의 처음으로 홍대에 와보셨다면서요?

 

구혜선: 서교동을 돌아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신세계더라고요.(웃음)

 

김동영: 혼자 잘 안 다니세요?


구혜선: 직업이 아무래도,

 

김동영: 직업이 집에 있는 건 아니시죠?(웃음)


구혜선: (웃음) 직업 영향이 좀 있었어요. 아무래도 배우 일을 하다 보니까 밖에 자유롭게 다니는 것 같으면서도 자유롭지 못한 시간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조금 다른 걸 인정 못하고 지내다가요. 근래에 보니까 다 똑 같은 것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삶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남들 사는 것에 관심이 없었나 싶기도 하고요.

 

김동영: 구혜선 씨가 나온다고 해서 준비를 했는데요. 제가 너무 구혜선 씨에 대해 모르더라고요. 어제까지 진짜 많은 자료를 찾아봤어요. 구혜선 씨가 내신 앨범도 듣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구혜선: 저는 저도 모르게 남들이 저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많이 빠져 살았어요. 제가 유명인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제 이름은 아는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계셔서요. 저를 모르는 분들을 만나면 굉장히 반가워요.

 

김동영: 엇? 저 이제 구혜선 씨 너무 잘 아는데요.(웃음)


구혜선: 이제 거리를 좀 둬야겠네요.(웃음)

 

김동영: 사실 저는 구혜선 씨가 감독인 건 알았거든요. 그런데 각본을 쓰신 줄은 몰랐어요. 그림을 그린 줄도 몰랐고요. 앨범을 낸 줄도 몰랐거든요. 진짜 바쁘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악보집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구혜선: 저도 이렇게 음악을 계속할 줄은 모르고 한 해, 한 해, 하나씩 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난 거죠. 제가 어느덧 서른다섯이 됐는데요. 그렇게 모아둔 곡이 서른 곡이 넘었고, 그게 책이 되었어요. 한 번에 갑자기 한 건 아니고요. 시간이 지나서 뒤를 돌아보니 이런 게 있더라고요. 묶었어요.

 

김동영: 뿌듯하시죠?


구혜선: 그때는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던 것들이 모이니까 의미가 생긴 것 같아요. 뿌듯하고요. 한편 슬프기도 했어요. 왜 이렇게, 뭘 이렇게 했어, 이런 생각 있잖아요. 시간들이 다 한 데 모인 것 같아서요. 그래도 열심히는 살았나보다(웃음) 이런 생각도 들고요.

 

김동영: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을 말로 하잖아요. 그걸 실천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거든요. 그런데 구혜선 씨 같은 경우는 그걸 직접 실천하시는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구혜선: 감사합니다. 계속 이렇게 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에 있는데요. 자꾸만 존재하려고 드는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자신한테는 자신이 굉장히 특별하잖아요. 내가 더 우위에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고요. 타인의 인생은 업신여길 수도 있는데요. 사실 돌아보면 다른 게 없고, 다들 굉장히 특별하거든요. 악보집은 모르겠지만 음악은 공감이잖아요. 존재하는 것, 공감하는 것,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김동영: 모든 곡이 다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제가 악보집을 펼 테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곡을 설명해주세요.


구혜선: 갑자기 물어보셔도 마음 속에 답이 정해져 있어요. 그것만 보여요.(웃음) ‘십 년이 백 년이 지난 후에’라는 곡이에요.

 

김동영: 제가 시간이 들어간 단어를 좋아하거든요. 『백년의 고독』이라는 책도 정말 좋아하고요. 제목에 들어간 ‘백 년’이라는 말을 보고 그 책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십 년, 백 년, 까마득한 시간이잖아요? 어떻게 나온 곡인가요?


구혜선: 그 시간에 대한 거죠. 항상 마음 속에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대한 슬픔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아름답고, 후회되고요. 그래서 시간이 항상 아깝고 시간이 소중하고 그렇거든요. 이 곡은 말씀하신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까마득하게 시간이 지나면 지금 소중한 것들이 다 지금 같지 않을 텐데, 하는 마음들 말이에요. 

 

김동영: 악보집인데 중간에 짧은 글이 있어요. 감성적이고요.


구혜선: 네, 여기 있는 글들이 아팠을 때 썼던 글이에요. 그래서 좀 더 슬퍼 있고요. 저는 음악을 감성적으로 접근했지, 전문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아니에요. 많은 전문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제 감성이 전문화 된 거죠. 그래서 사실 악보집이 나오기까지 저 혼자 한 게 절대 아니에요. 조금씩 도움을 받았는데요. 그래서 결과가 『구혜선 악보집』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게 민망스러운 순간도 사실 굉장히 많아요.

 

김동영: 이런 악보집을 내셔서 다음에 다른 사람도 악보집을 낼 기회가 됐잖아요. 참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도 그렇고, 음반도 그렇고, 배우이기 때문에 더 힘든 면도 있지 않으세요?


구혜선: 인정 받았으면 하기 어려운 작업들이죠.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청개구리죠.(웃음) 작가의 권리, 저작권이라는 것이 지켜진 게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작가 개인이 지켜낼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옛날만큼 악보도 사라진 건데요. 내가 만든 것을 나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해서 조금 나선 부분도 있어요. 작업에 몰입하다보면 자본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공식화되길 바라는 마음을 악보집에 담은 것 같아요.

 

김동영: 저작권 협회에 가입하셨죠?


구혜선: 네. 이 피아노 음악을 악보로는 처음 보셨겠지만 방송에 굉장히 많이 나와요. 제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 음악이 제 음악인 걸 사람들이 몰라요. 그러니까 금액이 어떻게 저한테 정산이 되는지 저도 모르고요. 이런 게 현실이고요. 이 부분을 제가 음악하는 사람이었다면 무서워서 말을 못했겠지만 저는 아니기 때문에 주장을 좀 할 수 있는 거죠. 내가 이런 걸 얘기해도 되나, 하면서도 그랬죠.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요.

 

김동영: 여러분, 이제 방송볼 때 중간에 삽입되는 배경음악에 관심도 가져주세요. 그런데 음악 계속 만드실 건가요?


구혜선: 만들고 싶어요.

 

김동영: 근데 음악이 힘들 때 나오잖아요. 웃고, 즐기고, 행복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고요. 그러면 더 작업하신다는 건 그만큼 더 힘들어하셔야 한다는 건데요. 그럴 용의가 있으신 거죠?


구혜선: 사실 한 번 하고 나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작곡을 피아노로 하는데요. 피아노도 막 버렸었어요. 음악 안 하려고요. 뭔가 안 하기 위해서 막 부정하는 거예요. 이런 도구가 없으면 안 할 수 있는 줄 알고요. 그런데 피아노 어플을 받아서 만들고 있더라고요.(웃음)

 

김동영: 프롤로그를 보면 책에 대해 다 설명이 되는 것 같아요. 읽어주시겠어요?

 

‘복숭아나무’라는 영화가 흥행이 잘 되지 않았을 때 물론 모든 것이 아쉬웠지만
그중 가장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음악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중략)

 

그 음악을 들었을 당시,
내가 걷던 시골길은 가을에 접어드는 때였는데
그때 나는 그 음악을 통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때마침 조카가 태어났다.
10월 31일.

 

나는 내가 자연의 일부였음을,
그리고 다시 자연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아갔다.

 

김동영: 저희가 방송하면서 항상 게스트 분들께 세 가지 질문을 드려요. 구혜선 씨가 가장 걱정하시던.(웃음) 첫 번째 질문은 ‘최근 구매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다면?’입니다.


구혜선: 질문을 미리 주셔서 준비하려고 했는데요. 솔직한 게 답인 것 같아요. 책 많이 안 읽어요.(웃음) 안 읽는 이유, 핑계 되게 많아요. 눈이 아프고(웃음), 허리가 아프고, 목이 아프고.

 

김동영: 저도 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요. 책을 내고 나서부터 책을 잘 안 읽어요. 이유가 있어요. 너무 글을 잘 쓴 사람의 책을 보면 짜증이 나요.(웃음)


구혜선: 내 안에 분노가 너무 많아서 뭘 볼 수가 없죠.(웃음) 저도 작가 활동을 할 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어떤 분들은 영향 많이 받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조언해주시지만요. 순수한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좀 강한 것도 있어서요. 저 스스로를 좀 가둬두는 것도 있어요.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이런 일들을 제가 문화적으로 즐기지를 못해요. 한편으로는 그걸 즐기는 분들이 부럽죠.

 

김동영: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구혜선 씨가 옷을 맨날 똑같이 입고 다녀요.(웃음) 요즘 미니멀라이프에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구혜선: 동물들과 함께 하면서부터 그래요. 좋은 걸 사봤자 아이들에게는 그냥 껌이기 때문에 제 마음만 아프고요. 그런데 이런 자본주의 시대에 미니멀라이프를 고집한다는 게 거짓됨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빌딩을 살 거야!” 라고 얘기하고 있어요.(웃음) 가난하게 산다고 하면 아무도 안 웃잖아요. 빌딩을 산다고 하면 모두가 웃을 수 있잖아요.

 

김동영: 선물하고 싶은 음반을 하나 가져왔어요. 레이첼스(Rachel`s)의 ‘에곤 쉴레를 위한 음악(Music For Egon Shiele)’이에요. 그냥 틀어놓으면, 시간이 잘 가요.(웃음)


구혜선: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도 제 음악을 정확하게 주무시기 전에 들으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가 잠을 잘 못 자거든요. 음악에 제가 가장 원하는 것들이 많이 담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음악을 들으시면 잠이 잘 오실 거예요. 항상 ‘딥슬립음악’이라고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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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동영(작가)

김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는 '생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마스터플랜 클럽에서 허드렛일을 한것이 인연이 되어, 음반사 문 라이즈에서 공연과 앨범 기획을 담당하였다. 델리 스파이스와 이한철, 마이 앤트 메리, 전자양, 재주소년, 스위트 피의 매니저먼트 일을 담당하면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복고풍 로맨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별빛 속에」, 「붉은 미래」등의 노래를 작사하였다. MBC FM4U [뮤직스트리트], [서현진의 세상을 여는 아침], [K의 즐거운 사생활] 등에서 음악작가로 일했다.『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나만 위로할 것』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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