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겨울이 오면

제철간식, 김장, 그리고……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간식에도 제철이 있기 때문에, 겨울엔 간식 욕심이 폭발한다. 4개에 천원이던 붕어빵이 비싸져 슬프지만, 소의 종류는 크림, 고구마, 피자 등으로 다양해져서 좋다. (2017. 12. 08.)

tip250t003000.jpg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있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만, 1년 내내 변화하는 날씨에 적응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 고된 일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주고받는 질문이 있다.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나는 겨울이 더 좋은데, 요즘엔 여름이라고 대답할지 망설여진다. 회사원이 되면 추위에 약해지는 걸까. 학생 때 살색스타킹만 신고, 발도 안 시린 지 힐을 신고, 멋 부리겠다고 얇게 입었던 모습을 떠올리면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아무리 싸매고 보온을 유지하려고 해도 냉증러인 나는 발이 시리고, 물콧물이 줄줄 흐른다. 잠도 많아 죽겠는데 출근하는 건 너무 힘들다. 그래도 여전히 여름보단 겨울이 좋다. 비록 해가 늦게 떠서 지각의 빈도수가 급증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겨울이 오면 내가 찾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제철간식

 

겨울이면, 특히 12월로 갈수록 행복지수가 최고치를 찍는다. 무척 다채로운 이벤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2월 생일일 뻔했던 나는,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2달이나 먼저 세상에 나왔다. 그 덕에 12월에는 생일도 있고, 크리스마스도 있고, 특유의 연말 분위기도 있어서 한 달 내내 웃을 일뿐이다. 축하도 많이 받고, 사람도 제일 많이 만나는 시즌이다. 게다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욕도 폭발한다. 과일/생선 말고도 간식에도 제철이 있기 때문에, 겨울엔 간식 욕심이 폭발한다. 4개에 1천 원이던 붕어빵이 비싸져 슬프지만, 소의 종류는 크림, 고구마, 피자 등으로 다양해져서 좋다. 호빵과 같은 소를 가지고 있어도, 붕어빵으로 먹으면 더 색다르기 때문이다. 또 카드결제가 안 되는 트럭들이기 때문에 지갑에 일이천 원은 꼭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떡볶이, 호떡이, 그리고 군고구마에 이끌리기도 한다. 이런 간식들을 잔뜩 쟁여와 이불 밑에서 만화책이나 잡지를 읽으면 내가 내가 아닌 무아지경의 경지(?)에 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김장


그리고 겨울이 오면 으레 하는 일이 김장이다. 나는 김장을 떠올리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 겨울마다 할머니가 김치를 담아서 서울에 있는 딸 3명에게 꼬박꼬박 보내주셨는데, 몇 년 전 겨울부터는 세 자매 중 유일하게 김장을 하는 엄마의 김치가 부산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이제 김치를 담을 체력이 안 되시기 때문이다. 연말이면 더욱 할머니의 늙어감을 느껴서, 어딘가 모르게 서글픈 손녀딸이 되기도 한다. 올해도 11kg 정도가 부산으로 내려갔고, (작년도 맛있었다고 하신 것 같은데) 올해 김치가 더 맛있다고 한 할머니의 말이 인상 깊었다.


#시

 

또 겨울이 오면,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를 펴서 「종로사가」를 읽는다.

 

앞으로는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다정하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네 마음을 안다 걷다가 걷다가 걷고 또 걷다가 우리가 걷고 지쳐 버리면, 지쳐서 주저앉으면,

그러다 우리가 잠시 지쳐 주저앉을 때,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거기에 담긴 것이 정말 무엇이었는지 알아 버리겠지 그래도 우리는 걸을 거야 추운 겨울 서울의 밤거리를 자꾸만 걸을 거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막 걸을 거야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아직도 나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나는 너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계속된 일인지 우리는 모른다

 

이 시를 읽으며 청자가 되기도 하고, 화자가 되기도 한다. 마음속으로 읽으며 이런 말을 생각하는 상상을 한다. 입으로 읽으면서는 감정을 싣는다. 아직도 읽으면, 울컥하는 걸 보니 많이 아끼는 시인 건 유효한가 보다. 이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나에게 아는 척해주길 바란다. “김지연 씨 「종로사가」 좋아한다면서요?” 라고.


이 밖에도 겨울이 오면 찾게 되는 것들은 많다. 건조함과 맞서 싸우기 위해 준비하는 가습기, 추위를 피하기 위한 담요나 롱패딩 등등 말이다. 찾게 되는 게 많다는 것은 번거롭긴 하지만 매력도 많다. 필요한 게 많다 보니 멋 부리기 좋은 계절이라 생각하고, 가장 메마른 시기지만 맛있는 음식이 많아지는 계절이라고도 생각하며, 여름보단 불쾌지수가 적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믿기 때문에 겨울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각자가 가진 겨울의 매력을 느끼며 추위를 이겨내는 정신승리에 성공하자.


 

 

희지의 세계황인찬 저 | 민음사
주체가 퇴조한 동시대 젊은 시인의 움직임 중에서 황인찬의 시는 돋보이는 사유와 감각을 보여 준다. 치밀한 싸움을 멈추지 않는 젊은 시인 황인찬이 구축한 『희지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지연(예스24 굿즈MD)

좋아하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

희지의 세계

<황인찬> 저10,800원(10% + 5%)

동시대 젊은 시인을 대표하는 탁월한 감각, 깊은 사유 한국문학사와 대결하는 아름답고 슬픈 박력 어느 날 나는 나의 영혼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너무 좋았다 -「오수」에서 여기 시를 쓰는 자신의 영혼을 견딜 수 없어 하는 젊은이가 있다. 동시에 시라는 아이를 너무나 좋아해 버린 시인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