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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여성을 칭찬할 때 기억해야 할 것들

『걸어도 걸어도』,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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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이 머무는 책, 손길을 잡아끄는 책,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죠. ‘책읽아웃이 소개하는 이주의 책’ 코너입니다.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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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박명진 역 | 민음사

 

『걸어도 걸어도』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장편소설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영화 <아무도 모른다>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이 작가를 기억하실 것 같은데요. 『걸어도 걸어도』 역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처음 관객과 만났고, 지난해에 재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그랬듯이, 소설에도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어머니를 잃은 자신의 감정을 대면하면서 작품을 집필했다고 해요. 그는 작가의 말에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자신이 처음 아버지가 되면서 느낀 감회와 때로 당혹스럽기도 했던 심정까지 담겨있다’고 밝혔습니다.


『걸어도 걸어도』는 장남의 기일을 맞아서 가족 모두가 모인 하루를 그리고 있어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족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연결에의 욕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소통’의 순간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소설 속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잃어버릴 것이 많았던 하루하루 속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인생이란 언제나 한발 늦는다는 깨달음이다.“ 우리가 가족을 떠올리면서 느끼는 많은 감정 중에 가장 끝에 있는 것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왜 더 빨리 알지 못했을까, 왜 더 빨리 말하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 말이죠. 그런 점에서 소설 『걸어도 걸어도』는 역설적으로, 보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가족이 보여주는 보통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이원영 저 | 글항아리

 

북극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구에서 가장 추운 땅, 이라고 하기에는 남극이 더 춥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너무 추워서 생명체에게는 엄혹한 공간이 아닌가 싶은데요. 여름의 북극은 또 다르다고 합니다. 낮 기온이 10도까지 오르고, 하루 종일 태양이 떠 있대요. 이 짧지만 따스한 날들을 기다렸을 생명들은 정성 들여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요. 그야말로 북극의 여름이란 생명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는 바로 그 순간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극지생태전문가인 이원영 저자가 작년과 올해, 두 번의 여름을 북극에서 보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저자가 다섯 명의 과학자와 함께 북극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난센란’이라는 지역이에요. 그린란드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데, 인간이 거주했던 기록이 전혀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극지의 생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거죠.


이 책이 보여주는 북극은 눈길 닿는 곳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땅처럼 느껴집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피어나는 풀과 꽃은 언제나 경이롭잖아요. 북극도 예외가 아닌데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겸허해집니다. 회색늑대 이야기도 있어요. 고기 냄새에 이끌려 텐트 주변을 어슬렁거렸다고 하는데, 예상과 달리 매서운 눈을 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대형 멍뭉이처럼 귀여운 모습이라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굶주림에 지친 녀석의 눈빛이 쉬이 잊히지 않습니다. 이렇듯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는 생명의 순간순간, 고단하고 치열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는 삶이 눈부시게 빛나는, 북극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저/김문주 역 | 웅진지식하우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책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입니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와 그 안에서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현실이 담겨 있는데요.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죠. 당장 주변만 둘러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온갖 미디어가 전형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들은 ‘당신도 그렇게 만들어주겠다’면서 소비를 부추기니까요. 교묘하고 철저하게 아름다움을 강요하고 있는 거죠.


그 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고, 아름답다는 칭찬을 받으면 기뻐하지 않나요? ‘못생겼다’는 말은 상대를 깎아내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고요. 이런 현실에서 여성들은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갑니다. 아무리 바빠도,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민낯을 덮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요. 예쁜 몸을 갖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하고, 몸을 옥죄는 속옷을 입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여성은 다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게 해답일까요?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그런 말들조차 신체 모니터링과 자기 대상화를 부추긴다는 거죠. ‘아름다움’과 ‘여성’을 연결시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책 속의 이 구절을 읽어드리고 싶어요.


“소녀와 여성을 칭찬하고 싶다면 그녀가 실제로 통제하는 무언가를 칭찬하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 집중하는 것, 배려하는 것, 창조적인 것, 너그러운 것.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자. 그녀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 설명하자.”


‘러네이 엥겔른’의 책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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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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