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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악은 자기 위치를 지키고 싶은 데서부터 시작”

세 번째 장편소설 『해적판을 타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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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것을 나눠야 하니까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죠. 다만 그런 시험을 당할 기회가 내 삶에 없길 바랄 뿐인 거고요.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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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소설에는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첫 번째 장편소설 『무중력 증후군』에서 제2의 달을 띄웠고, 단편 「1인용 식탁」에서는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만들었다. 두 번째 장편 『밤의 여행자들』에서는 재난 여행만 기획하는 여행사를 차렸다. 이렇듯 그녀가 쓴 이야기에는 세상에 없던 사건이 생기거나, '아니 이런 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실제로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품을 만한 직업이 등장한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기발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우선 세 번째 장편인 『해적판을 타고』 표지는 가을을 연상하게 한다. 심오한 의미는 없고, 표지 색이 노란색이어서다. 노란색 하면 은행나뭇잎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노란색 - 은행나뭇잎 - 가을 이런 연상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푸르렀던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라는 점에서는 쓸쓸함을, 노란색에서는 따뜻함을 느낀 작품이 이번 소설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는 냉기와 온기가 공존한다.

 

소설 속 주인공 유나네 가족은 마당이 딸린 집에서 산다. 어느 날, 갑자기 마당이 파헤쳐지고 정체 모를 아저씨들이 와서 땅 속 깊이 뭔가를 묻는다. 동네 사람들이 해로운 폐기물이라고 수군댄다. 그 날 이후, 실제로 마당에서는 왕지렁이가 출몰했고 동생은 키가 자라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돌아가는 상황은 차갑기만 하다. 이렇듯 『해적판을 타고』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다룬 소설이다. 전작에서 골몰했던 생존을 향한 작가의 고민이 이번 작품에도 투영되었다.

 

버리는 방식이 곧 살아가는 태도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이후로 1년만에 책을 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단편소설과 칼럼을 꾸준히 썼고요. 강의와 여행도 하면서 지냈어요. 2017년을 시작할 무렵에 세운 계획은 약간 틀어졌지만요. 예를 들어 규칙적인 운동과 외국어 공부, 하루에 물 7컵 마시기, 뭐 그런 거. 그 계획이 습관처럼 박히지 못한 건 ‘예스블로그’에 연재했던 『해적판을 타고』 탓이 커요. 1월부터 연재를 하는 바람에, 그 연재가 최우선이 되어버린 거예요. 전 카페에서 글을 자주 쓰는데, 글을 쓰고 나면 운동하러 갈 의욕이 뚝 꺾이거든요. 달콤한 게 먹고 싶을 뿐이죠. 그래서 아예 운동복, 그러니까 점퍼 안에 요가복 같은 걸 입고 카페로 가기도 했는데 좀 더 운동하러 가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준 거죠. 그런데 운동복을 입으니까 운동을 하지 않고 단지 글을 써도 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을 주더라고요. 요즘 옷들이 좋아서 그런가, 서너 시간 동안 활달한 요가를 한 기분으로 글을 쓰곤 했어요. 운동복을 입고 글 쓰는 게 은근히 좋아요. 땀 흡수도 도와주고요, 물론 땀 흘리며 글 쓰지는 않겠지만 설사 내가 땀을 흘려도 흡수해주는 무언가가 내게 있다는 건 기분상 도움이 돼요. 근육 잡아주는 탄탄한 소재도 좋고요. 덕분에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라이팅웨어’가 등장하게 됐어요. 글 쓸 때 도움이 되는 스포츠룩에 관한 얘기예요. 사실 소설 쓰는 행위도 스포츠와 닮은 점이 많아요!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에 실린 정소현 소설가와 대담에서도 밝혔지만, 인물의 생존에 집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전 장편인 『밤의 여행자들』의 주제도 생존이었어요. 『해적판을 타고』 역시 생존에 관한 소설인데요.
 
요약하자면 생존 아닌 건 없을 테니까요. 생존이란 말은 살아남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동시에 떠올리게 해서 자주 곱씹게 돼요. 그리고 생존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늘 ‘쓰레기’까지 이어지게 돼요. 버려진 것, 용도를 다한 것,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받지 못한 것, 그게 쓰레기잖아요. 사람들이 무언가를 버리는 방식이 우리가 곧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니까, 쓰레기에 관심이 많아요. 이번 소설은 그 쓰레기를 내 집 마당까지 끌고 와서 좀더 밀착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무서운 건 이 가족이 마당을 누군가에게 ‘빌려준’ 것뿐이라는 거죠. 처음부터 영구적으로 마당을 제공하기로 한 게 아니라, 임시로 빌려준 입장이니까 더 괴로울 거예요.
 
올해 탈원전 담론도 활발했는데요. 시대를 앞서나간 소설이 아니었나 싶어요.
 
몇 년 전에 『밤의 여행자들』을 쓸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싱크홀 관련 기사를 많이 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에 비하면요.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도 그랬죠. 생존배낭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걸 쓸 때만 해도 생존배낭이 뉴스에 등장하고 국회에 등장하고 그런 건 아니었거든요. 종종 「1인용 식탁」을 혼밥 문화, 1인 문화와 연결 짓는 분들도 계신데 그 작품도 쓸 당시에는 혼밥이란 개념이 없었어요. 이런 상황들이 재미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것도 같아요. 소설과 현실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뭐가 앞서 가고 뒤에 오고 그런 거라기보다는, 손으로 허공을 휘저어도 뭐가 걸리는 거죠. 최근엔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이란 소설에서 ‘개성신도시’나 ‘평양2차분양’ 같은 얘기를 했는데 이것도 언젠가 가능할 거예요.

 

『해적판을 타고』가 어느날 갑자기 주인공 집 마당에 정체 모를 폐기물이 묻히는 이야기잖아요. 환경, 생태를 다뤘는데, 첫 장편인 『무중력 증후군』에서부터도 환경을 향한 작가님의 관심이 드러났어요. 미세먼지라든지, 태안 기름 유출 이야기도 나왔거든요. 이렇게 환경을 향한 관심이 남다른 계기가 있을까요. 
 
신문 볼 때도 환경 섹션을 잘 봐요, 지구와 우주에 관한 기사도요. 내가 살고 있는 터전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지인들에게 건네는 안부인사가 ‘먼지 조심하세요’ 하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뭘 자꾸만 조심하라고 말하게 되고, 나열하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먼지’로 포장했어요.
 
작가님이 그리는 재해가 자연만 개입하는 사건은 아니잖아요. 인간과 엮이면서 사건이 더 커지는 면이 있어요.
 
인간이 원인 제공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으니까요. 우리에게 리모컨이 없다고 믿는 거대한 재난재해도 파고들면, 우리에게 뭐라도 있었던 경우가 더 많고요. 인간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그 리모컨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게 어떻게 생겼을지, 거기에 어떤 버튼들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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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자기 위치를 지키고 싶은 데서부터 시작

 

『해적판을 타고』에서의 해적판이 『어린왕자』인데요. 『어린왕자』를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린왕자 삽화야 워낙 유명하니까 여기저기 많이 보이잖아요. 기본적인 이미지는 같아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서 사소한 부분들, 모양이나 색감이 다를 수 있고요. 어느 빵집에서 본 어린왕자 이미지에 자꾸 눈길이 가더라고요. 유독 어린왕자의 목도리가 위로 치솟아 있어서, 위험하게 느껴졌거든요. 정말 어디 나무나 기둥 같은 곳에 걸릴 것처럼. 아니면 이미 나무 같은 데 걸려있거나. 생떽쥐베리가 그린 어린왕자의 삽화를 요즘 사람들이 더 예쁘게, 귀엽게, 그리는 과정에서 목도리가 좀 유연해진 것뿐인데, 제겐 강렬했어요. 그때 이후로 어린왕자 삽화를 볼 때마다 전 좀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여겼던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를 활용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 읽었던 『어린왕자』와 시간이 한참 지나 읽은『어린왕자』는 느낌이 좀 다르기도 하잖아요. 어릴 때는 ‘가로등 켜는 사람’은 그저 단역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이 주인공 같아요. 그렇게 시차를 두고 읽었을 때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도 선택의 이유가 됐어요.
 
윤고은 소설은 사람을 극단적으로 나쁘게 묘사하진 않잖아요. 이번 작품에서 소장이 악역으로 등장하긴 하지만요.
 
한정된 것을 나눠야 하니까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죠. 다만 그런 시험을 당할 기회가 내 삶에 없길 바랄 뿐인 거고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집단 안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존재할 때는 문제가 좀 복잡해져요. 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악은 자기 위치를 지키고 싶은 데서부터 시작돼요. 불안한 거죠.
 
악이 개인 차원보다는 조직 차원이라는 의미인데요. 작가님 소설을 보자면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소설에서도 조직이 돌아가는 생리를 촘촘하게 묘사해요. 그래서 작가님이 회사 생활을 한 적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는 놀랐어요.
 
사실, 조직 아닌 곳이 없잖아요. 굳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세 사람만 모여도 조직이죠. 물론 매일 같은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삶을 길게 해 본 적은 없지만, 제 주변에 직장인들이 많아요. 오히려 직장 생활 경험이 없어서 더 잘 보이는 패턴도 있고요.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만원 지하철에 올라타는 사람이랑 저처럼 어쩌다 그 시간에 타게 된 사람은 관심사가 다르니까요. 전 이동할 때 머리 속이 환기되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요. 그걸 돕기 위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휴대폰을 잘 안 봐요. 주변 모두가 자극이 되거든요. 열심히 보고, 주워 담느라 바빠요.
 
결말만 보자면 전작보다는 밝은 느낌이에요.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에 수록한 「된장이 된」도 따뜻한 작품이었고요. 작가님이 변한 걸까요. 
 
『해적판을 타고』의 결말이 아주 따뜻하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어쩌면 이 삼남매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수도 있죠. 앞으로 사태가 잘 해결될지 어떨지도 모르고요. 다만 『밤의 여행자들』에서는 마지막에 인물이 혼자 남겨졌다면, 이번 작품에선 가족과 친구와 함께라는 게 달라요. 거기서 어떤 체온이 느껴진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겠지요. 그 온기로 유나네가, 이 십대들이 잘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그들 말대로 기억하면서요.
 
유나네 가족이 마당 있는 집에서, 직원 숙소로 가며 마당을 잃어버리잖아요. 대도시에 대부분이 사는 우리들 상황이랑 비슷하네요.
 
소설 속의 마당이란 건 진짜 물리적인 ‘공간’을 말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어떤 ‘시간’처럼 볼 수도 있어요. 구체적인 나이는 다 달라도, 모두에게 ‘유년’이란 게 있을 테니까요. 누구에게나 유년은 마당을 닮은 시간이에요. 마당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잖아요. 위가 뚫려 있기 때문에 뭐든 날아올 수 있어요. 위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고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떤 가능성이나 유연함을 가진 공간일 수도 있죠. 마당처럼 유년기의 우리가 그랬을 거예요. 우린 어른이 되면서 그런 마당을 잃어버리지만, 다시 되찾기 원하고, 그리워하죠. 그렇지만 또 마당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위가 뚫려있는 그 구조가 두려워질 거예요.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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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는 순간을 만들라

 

『무중력 증후군』에도 나왔던 '심플라이프'라는 잡지가 또 등장해요. 실제로 있는 잡지인가 싶어서 찾아도 봤습니다.
 
허구죠. 제가 이미 다른 소설에 쓴 것, 특히 고유명사들을 다시 불러오는 걸 즐겨요. 사람 이름이나 잡지 이름도 그렇고요. 문장도요.「책상」에 나오는 문장이 『무중력 증후군』의 첫 문장이라든가, 이런 식이죠. 그 문장은「평범해진 처제」에도 등장해요. 제 소설을 읽으시는 독자들이 이런 걸 발견하면서 깨알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부록 같은 거예요. 제가 만든 이름들에 대한 안부 같은 것이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에서 쓰고 나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을 꼽아주세요.
 
뒤뒤하고 유나가 풍력발전기를 앞뒤로 하고 걷는 부분들을 좋아해요. 실제로 제가 풍력발전기의 그림자를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이 있어요. 발전기의 날개가 리드미컬하게 돌아갈 때 그 날개의 그림자가 갯벌 위에 펼쳐졌거든요. 제가 눈으로 봤던 것보다 더 아름답게 쓰고 싶었죠. 뒤뒤와 유나가 위로라는 말을 ‘위로(Up)’와 ‘위로(Comfort)’로 구체화하는 부분도 좋아해요. 제가 실제로 동음어, 유의어를 이용한 장난들을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제가 발음이 비슷한 말을 혼동해서 해프닝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최근에는 부산에 갔다가 남항대교를 라망대교로 알아들은 거 있죠. 라망대교, 라망대교, 그 말을 들으면서 약간 프랑스풍이네,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사실 ‘라망’이 아니라 ‘남항’이었던 거죠. 참고로 라망은 불어로 연인이란 뜻이래요. 그렇게 해서 지도에는 없는 ‘라망(연인)대교’가 탄생했어요. 재미있는 건 이런 식의 실수가 제 소설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는 거죠. 물론 일부러 실수하는 건 아니고요. 소설엔 좋은데 몸이 고생해요.
 
분량에 관한 질문을 드릴게요. 작가님의 장편은 조금 짧고, 단편은 조금 긴 편입니다.
 
현재까지는 제게 익숙한 호흡이었던 것 같아요. 이 정도의 장편, 그리고 이 정도의 단편이요.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윤고은, 하면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라는 평이 많습니다. 평소 상상력은 어떻게 단련하나요?
 
글쎄요. 『해적판을 타고』 작가의 말에도 이렇게 썼는데, 먼지들이 뭉치면 별 폭발을 이뤄낼 수 있다고요. 모든 게 다 특별한 먼지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반짝하고 올 때 재빨리 기록해두죠. 그렇지 않으면 지나가버려요. 가끔 마중도 나가요. 머리 감을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거든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심지어 술 마시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것도 머리 감기가 해결해줘요. 지압 효과가 있어서 그런가요? 샴푸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재빨리 수건으로 닦고 욕실을 뛰어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방금 떠오른 순간을 재빨리 메모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한번은 메모지와 펜을 욕실에 뒀는데, 오히려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생각이 오면 바로 받아적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아무 신호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중요한 건 ‘멍’이에요. 멍하니 멈춘 순간, 목적 없는 산책, 그런 거요. 방심하는 순간을 만들고, 그 순간 무언가가 떠오르면 그때부터는 스피드죠. 모기 잡듯 재빨리 손을 움직여야 해요. 방심과 기록, 그게 전부 아닐까요.
 
이제 곧 등단한 지 10년입니다. 달라진 점, 변하지 않는 점이 있나요?
 
달라진 건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는 점이죠. 윤고은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만든 이름이니까요. 택배나 전화나, 전 두 이름으로 다른 내용들을 받는 셈이거든요. 그런 구분이 양쪽 모두를 자유롭게 해요. 웃긴 게, “여보세요.” 했다가도 작가 윤고은을 찾으면 제 목소리가 좀 바뀌어요. 뭐랄까 약간 우아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라고요. 또 다른 이름의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그래요. 윤고은을 찾는 전화가 스팸전화일 리는 없으니까요. 변하지 않은 건 여전히 제겐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이 있다는 거예요. 어떤 발자국도 남아있지 않은, 아주 새하얀, 저만 알고 있는 공간이요. 저만의 리듬과 저만의 보폭이 있다는 걸 의심해본 적은 없어요. 그 믿음 하나로 쓰는 거거든요.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을 동반한 채로요.

 

2018년, 내년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2018년에 장편소설 한 권이 출간될 거예요. 좀 특별한 경매에 대한 얘기예요. 월간지에 새 장편도 연재할 계획인데, 그건 결혼에 대한 얘기가 될 거예요. 당연히 새해가 되면(혹은 그 전에라도) 운동을 통 크게 또 1년씩 끊을 것 같은데, 운동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이미 운동은 충분했다, 고 우길 수도 있겠죠. 그렇지 않기를 바라면서!


 

 

해적판을 타고윤고은 저 | 문학과지성사
해결할 수 없는 미로에 갇힌 듯 점점 마당 밖의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가는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함과 동시에, “이게 저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거 아니에요?”라며 의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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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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