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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클락슨, 이미지 쇄신은 어디까지

켈리 클락슨 'Meaning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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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켈리 클락슨의 보컬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으니, 가창력이 아닌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소울”을 맛보고 싶다. (2017.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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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초대 우승자 켈리 클락슨이 지난 13년간 함께 일해온 RCA 레코드와 이별을 선언하고 레이 찰스, 아레사 프랭클린 등 소울 명장을 대거 배출한 아틀란틱 레코드와 손을 잡았다. 전 레이블과 음악적 갈등을 겪고 7번째 정규 앨범 <Piece By Piece>를 마지막으로 새 출발을 선언한 것이다.

 

켈리 클락슨은 데뷔 초 그리고 최근까지 록에 기반한 강렬한 팝을 주특기로 삼았다. 2003년 1집 <Thankful>에 수록된 공식 데뷔곡 「A moment like this」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었고, 최다 판매를 기록한 2집 <Breakaway> 역시 「Breakaway」, 「Since u been gone」, 「Behind these hazel eyes」 등 파워 팝 트랙이 대다수다. 비교적 최신 히트곡인 「My life would suck without you」와 「Stronger」도 이 같은 행보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RCA 레코드와의 불화는 켈리 클락슨의 음악적인 의욕에서 기인한다. 그는 알앤비, 소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회사는 단발성의 흥겨운 팝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급급했기에 결국 스타는 보금자리를 떠났다. 사실 장르에 대한 고민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절 마빈 게이의 「Ain’t no mountain high enough」와 아레사 프랭클린의 「Natural woman」을 불렀고, 국내에서 많은 가수가 커버한 「Because of you」나 「A moment like this」, 재즈 오케스트레이션에 관심을 두게 된 2013년 크리스마스 기념 앨범 <Wrapped In Red>은 옅게나마 지향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팝 록을 주로 하는 통쾌한 보컬리스트 정도. 그렇기에 더욱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고 8번째 앨범 <Meaning Of Life>은 기존의 앨범과 확실히 다른 색채를 뿜는다. 하몬드 오르간과 느린 비트가 끈적한 블루스 느낌을 살리고 컨트리 냄새까지 풍기는 「Slow dance」의 섹스 어필은 마빈 게이의 「Sexual healing」이 가진 밝은 멜로디와 교점을 갖고, TLC 스타일의 코러스로 시작되는 「Love so soft」의 도입부와 머라이어 캐리의 「Emotion」에서 영향 받은 「Medicine」은 1990년대 알앤비와 힙합을 절묘하게 섞었다.

 

은은하게 흐르는 컨트리 록의 풍취는 느닷없이 튀어나온 성질이 아니다. 컨트리 앨범을 내고 싶다던 이전의 포부와 제이슨 알딘과 함께한 「Don’t you wanna stay」, 싱글로 발표한 「Tie it up」을 생각하면 텍사스에서 태어나 슈퍼스타가 된 자신감을 담은 「Whole lotta woman」이나 영국 인디 록 밴드 쿡스(The kooks)의 「Love is all」의 후렴과 비슷한 흐름에 미국 남부의 서던 록 요소까지 담긴 「Cruel」이 낯설지 않다.

 

고전 소울을 하고 싶다던 바람과는 달리 앨범 곳곳엔 빌리 홀리데이나 매트 몬로로 대표되는 스탠다드 팝과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흔적이 묻어있다. 펑크(Funk)의 색을 덜어낸 「Don’t you pretend」와 「I don’t think about you」의 부드러운 멜로디 흐름과 웅장한 현악 편곡이 그렇다. 특유의 팝에 최적화된 보컬은 아델과 겹치는 감이 없지않고, 「Meaning of life」에서처럼 멜로디에 기초해 자유로움을 잃은 애드리브는 흑인 특유의 자신감에 기반한 소울의 핵심을 지웠다. 결과적으로, 조금 더 화려해진 팝에 그쳤다.

 

씨 로 그린(Cee-Lo Green)의 「Fuck you」와 브루노 마스의 「Locked out of heaven」의 모타운 사운드를 입힌 「Medicine」만으로는 음반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렵다. 소울의 생생함보다 보컬 성량에 집중된 프로듀싱 덕분에 음반은 기름칠한 듯 매끄럽게 흘러가지만 그렇다고 전자음악이 주를 이루는 요즘의 음악과 대척점에 있는 복고풍 악기 배치는 시대와 어울리지 못한다. 이제 켈리 클락슨의 보컬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으니, 가창력이 아닌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소울”을 맛보고 싶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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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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