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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산 “이 소설을 쓰며, 내가 양성애자라는 것을 편안히 받아들였다”

『커스터머』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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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함께 현실의 온갖 제약들이 한꺼번에 저를 압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환경적 한계, 사회문화적 한계, 신체적 한계 같은 것들이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폭발한 게 『커스터머』예요. (2017.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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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새로운 감각의 출현’이라는 찬사로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종산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 작가는 기존의 한국문학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발성법과 서사 전개 방식을 통해 때로는 엉뚱하고 풋풋한 판타지 로맨스 소설로, 때로는 반짝이는 일상을 포착하고 길어올린 아련한 성장소설로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 바 있다. 그녀의 세번째 장편소설 『커스터머』는 ‘전혀 새롭다’는 수식어를 오롯하게 품은 채 이번에는 우리를 ‘전혀 새로운 세계’로 데려간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 이르러 감정의 파고를 다루는 일은 흠잡을 데 없이 섬세해졌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는 더욱 치밀해졌다.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드는 아름다운 ‘서정’을 한 손에, 쥐여진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서사’적 재미를 다른 한 손에 쥐고서 작가는 거의 완벽한 균형 감각으로 커스터머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커스터머』는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체 변형-‘커스텀’이 대중화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수니’는 그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층인 ‘웜스’ 출신의 막 중학교를 졸업한 17세 소녀로, 우연한 기회에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커스텀이 활발한 ‘태양시’의 한 고등학교로 수니가 진학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커스터머』는 다양한 독법을 제안한다. 새로운 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수니가 중성인 ‘안’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퀴어 로맨스 소설로도, 환상적인 공간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 벌어지는 판타지-SF 소설로도, 자기 이상의 존재가 되기를 꿈꾸며 그것을 직접 ‘선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새로운 차원의 성장소설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하나의 장르로도 통합할 수 없는 분방함, 이종 교배적인 글쓰기는 소설 속 『커스터머』의 세계와 꼭 닮았다.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폭발한 소설

 

세번째 책을 내게 된 감회가 궁금합니다. 더불어 이번 소설이 예전의 작업들과 어떻게 달랐는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궁금하네요.

 

세번째가 아니라 처음 같은 기분이에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제가 쓴 원고가 책으로 나오는 것은 매번 특별한 경험이지만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의미가 깊습니다. 우선은 재밌는 대중소설을 쓰고 싶다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커스터머』를 쓰면서 비로소 제가 양성애자라는 것을 스스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점 때문에 이번 소설에 특히 애정이 갑니다. 이번 소설을 완성한 후에 여러 면에서 편하고 자유로워졌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셨는데요. 『커스터머』를 언제 처음 구상하셨는지 그리고 그 씨앗을 어떻게 전개시켰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커스터머』를 처음 구상한 건 작년(2016년) 5월이었습니다. 그해 봄에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아주 탁했는데 매일 그런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 괴롭더라고요.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만 가면 그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답답했어요. 미세먼지와 함께 현실의 온갖 제약들이 한꺼번에 저를 압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환경적 한계, 사회문화적 한계, 신체적 한계 같은 것들이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폭발한 게 『커스터머』예요.


‘유전자 성형이 가능해진 세계에서 그 세계의 가장 낮은 계층의 여자아이가 새로운 도시로 가서 커스터머가 된다’는 가벼운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커스터머』를 완성하는 데에 일 년 정도 걸렸는데 쓰는 동안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 행복이 주는 에너지로 이야기가 굴러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플롯이나 문장, 호흡 등 기술적인 면도 아주 중요했지만 그 부분은 여기에서 답하기에는 너무 긴 얘기가 될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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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히는 이야기 속에 생각해볼 만한 사회문제가 많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기후, 교육, 소수자 차별, 유리 천장, 혐오 범죄 등등. 요즘 관심 있는 이슈 혹은 이 소설 속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관심사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요즘 관심 있는 이슈는 매우 많은데요,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단 내 성폭력 문제입니다. 문단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적인 폭력 문제가 항상 머리 한쪽에 떠올라 있습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페미니즘, 퀴어, 노동, 환경, 이방인에 대한 문제 등 여러 중요한 이슈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항상 그런 이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요. 특히 무엇이 옳은지 답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지고요. 제가 ‘소설 쓰기’라는 아주 비효율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간접적이고 오래 걸리는 방식으로만 제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연애소설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연애소설에 애정을 가진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면 바보처럼 들리겠지만, 로맨스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우리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이나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를 건드린다는 점이 좋고요. 로맨스에는 보통 관계에 대한 문제나 폭력 문제, 사회적 혹은 개인적 한계에 대한 문제가 같이 다뤄질 때가 많잖아요.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을 ‘사랑’이라는 주제 안에서 풀어나가죠. 사랑은 살아 있는 존재에게 내재되어 있는 커다란 힘이고요. 저는 그 힘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낍니다. 이보다 더 복잡하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사랑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끌린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이번 작품을 쓰시면서 레퍼런스라고 할 만한 작품이 있을까요?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꼭 추천하고 싶은 책, 그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추천해주셔도 좋아요.

 

한 작품을 레퍼런스로 꼽기는 어려워요. 청소년 시절에 저는 제 외모를 혐오했어요. 그 혐오에서 벗어나는 데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어요.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는 항상 ‘다른 존재가 되는 것’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것들이 저를 자극했죠. 전위적인 패션을 다룬 일본 잡지들, 롤리타 문화, 드래그 문화, 워쇼스키 자매, 알렉산더 맥퀸, 레이디 가가, 코스프레 문화, 최근에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메이크업 영상까지…… 그 모든 것들이 『커스터머』의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헝거게임』이나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같은 아주 재밌는 소설들을 읽으며 자극을 받았고요. 『위키드』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게 특별한 영향을 준 작가는 어슐러 르 귄이고요. 인간 존재에 대한 한계를 독특하게 뛰어넘는 르 귄의 소설들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커스터머』의 세계관이 무척 방대하고 촘촘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후속 작품이나 새롭게 쓰고 계신 작품이 있을까요?

 

『커스터머』는 삼부작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2부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는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소설 외에는 에세이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에세이를 쓰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내년 초에 ‘식물’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이 나올 예정입니다.


미지의 독자들에게 자유롭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분들이 어떤 분일지에 대해서는 막연히 상상을 할 수밖에 없지만, 『커스터머』를 읽고 재밌다고 느껴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제가 상상하는 가장 멋진 일은 이런 것인데요, 어떤 사람이 심심해서 도서관이나 서점 책장을 서성거리다가(심심할 때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아직은 멸종하지 않았다고 믿어요) 우연히 『커스터머』를 집어드는 거예요. 그리고 첫 페이지나 아니면 뭐 어느 페이지라도 펴서 보는데 한번 읽어볼 마음이 들어서 집으로 가져가는 거죠. 아니면 교실로 가져갈 수도 있고요. 어쨌든 어딘가로 가서 읽기 시작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빠져들어요. 그리고 끝까지 읽은 다음에 책을 덮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거 나를 위한 이야기잖아.’라고 느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커스터머』가 누군가에게 그런 책이 되는 순간이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책이 자기 안의 물결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커스터머이종산 저 | 문학동네
그 어떤 하나의 장르로도 통합할 수 없는 분방함, 이종 교배적인 글쓰기는 소설 속 『커스터머』의 세계와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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