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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오감을 자극하는 ‘음주 인터뷰’ (G. 김호 일러스트레이터)

맥주, 이왕 마실 거 알고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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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 자타공인 맥주애호가. 최근 『맥주탐구생활』을 출간하신 김호 작가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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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죽고 싶다’
화요일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수요일 ‘가장 처지는 날’
목요일 ‘조금 편해진다’
금요일 ‘조금 기쁘다’
토요일 ‘가장 행복한 날’
일요일 ‘내일을 생각하면... 아아악...’

 

제목만 들어도 울컥, 마음이 동하는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에 등장한 입사 반년 된 신입 사원의 일주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조금은 편해지는 시간을 가지셨을까요? 곧 주말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날, 이런 밤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한 주 동안 고생한 나를 다독여줘도 좋겠죠. 그 곁에 ‘김하나의 측면돌파’도 함께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그뤠잇’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 일러스트레이터 김호 편>

 

김하나 : 일단 잔을 부딪히면서 시작을 하겠습니다. 김호 작가님, 반갑습니다.


김호 : 네, 반갑습니다.


김하나 : 오, 맛있네요. 일단 맥주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호 : 네, 저희가 지금 처음 마시는 맥주는 풀러스(Fuller's) 라는 영국 브랜드예요. ESB라고 ‘Extra Special Bitter’의 줄임말인데, 제 책에서는 영국식 페일 에일에 속하는 맥주라고 소개를 하고 있고요. 이런 맥주들은 특징이 몰트, 홉, 효모의 맛이 조화로워서 편하게 마시기 좋아요.


김하나 : 그러네요. 편안하면서도 약간 진하지 않은 꿀맛 같은 것도 있고요.


김호 : 맞아요. 저는 이 맥주 같은 경우는 아무것도 없이 먹을 때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왜냐하면 몰트, 홉, 효모가 묘하게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서, 비스킷을 먹고 맥주를 먹으면 몰트 맛이 안 나고 꽃향기 같은 게 나고, 다른 진한 맛의 안주를 먹으면 아예 아무 맛도 안 나기도 하고요. 예민한 맥주라고 해야 하나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러네요. 뒷맛도 깔끔하고 마실 때는 아주 부드러웠는데 입에 남는 맛 같은 것도 없으면서 향 같은 건 있고, 아주 좋네요. 저희만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마시면서 방송을 하려니까 조금 죄송한 마음입니다.

 

김하나 : 제가 어제 『맥주탐구생활』을 또 정독을 했는데요. 그 전에는 훑어보면서 ‘책 참 예쁘다’ 정도로 생각하고 ‘맥주를 마실 때 참고해야지’ 싶었다가, 어제 읽어보고는 정말 생활 밀착형이기도 하고 정보가 딱 적절하게 들어 있어서, 이거 저는 이마트에서 프로모션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맥주 몇 캔 이상 사면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색깔도 잘 어울리고요.


김호 : 이마트에서 들어주시면 좋겠네요(웃음).


김하나 : 네, 이 방송이 꼭 들릴 때까지(웃음). 맥주를 마셔 가면서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맥주를 가장 좋아하는 맥주 중에 하나라고 말씀하셨죠?


김호 : 네.


김하나 : 그럼 좋아하는 맥주의 스타일이 페일 에일인 건 아니고, 이 맥주를 좋아하시는 건가요?


김호 : 네, 특별히 이 맥주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해요. 영국식 페일 에일을 가장 많이 마시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매력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요?


김하나 : 아까 말씀하신 대로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고, 그런 예민함 같은 것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김호 : 그런 점도 있지만, 보통 저희가 맥주를 마시면 한 잔으로 끝나지는 않잖아요. 맥주는 한 잔으로 끝나는 술이기 보다 편하게 여러 잔 마시는 술인데, 요즘 트렌디한 다른 맥주들은 그러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맥주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향이 너무 강력해서, 혹은 쓴맛이 강조되어서, 한 잔 마실 때는 너무 좋지만 그 이후로는 ‘조금 피곤하다, 역시 라거가 최고야’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맥주들이 많은데요. 이 맥주는 이 친구로만 한 박스를 비울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 그 부분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김하나 : 그 이야기도 해야겠어요. 표절사건이 있었죠? 얼마 전에 한바탕 SNS에서 말이 많았던 표절사건의 주인공이 되셨어요. 그걸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어떻게 해결됐는지, 진행과정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김호 : 이건 이야기하기 전에 맥주를 마셔야겠는데요.


김하나 : 마시죠.


김호 : 이 표절사건 같은 경우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솔직히.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늦잠을 자고 있는데 후배에게 문자가 온 거예요. 이런 표절이 일어났는데 알고 있느냐, 그 문구만 봤어요. 이미지는 못 보고.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이 조금 들려오기는 해요. 왜냐하면 맥주를 그리기 때문에, 맥주에 대한 간판이나 일러스트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냥 비슷한 것 봤겠지’ 하고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잠이 깨서 봤는데, 깜짝 놀란 거죠.


김하나 : 저도 깜짝 놀랐어요.


김호 : 완전히 메인 아이디어를 그대로 사용한 거잖아요. 그래서 보자마자 ‘이건 일단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고 싶다, 내가 봤을 때는 확실히 베낀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보자’ 하고 정리를 해서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죠. 트위터 상에서는 2만 번이 넘게 리트윗이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수십 명, 수백 명 가까이 댓글을 달고.


김하나 : 맥주 축제의 공식 포스터였는데, 그게 김호 님이 그리신 일러스트를 거의 그대로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게다가 그만큼 예쁘지도 않았어요.


김호 : 그게 제일 슬픈 포인트죠.


김하나 : 그리고 ‘이게 내 작업으로 인지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마음.


김호 : 네, 맞아요. 제가 제일 화가 났던 포인트는 이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제 그림인 줄 알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만약에 어떤 클라이언트들이 김호에게 그림을 맡기려고 했는데 그 그림을 보고 ‘저 정도밖에 못하는 사람이었네’ 혹은 ‘2015년에 그렸던 그림을 또 활용하고 있네’ 이런 게으른 작가로 인지할까 봐, 혹은 인지했을 수도 있죠, 그런 부분이 정말 화가 나서 ‘이건 정말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 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래서 그 일은 어떻게 됐나요?


김호 : 사실은 당일 오후에 메일이 왔어요. 죄송하다고 바로 인정을 하셨어요. 저는 이 부분을 사과문만 받고 끝낼 생각도 없었고, 처음에 전화로 연락을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정말 법정까지 갈 생각으로 진지하게 임했기 때문에 ‘전화로 하고 싶지 않고 모든 소통은 메일로 하고 싶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고요. 마침 동생이 경찰이에요. 사이버 수사팀에 있어서 그런 부분의 조언을 받을 만한 여건이 됐었는데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될지 정보를 쌓은 다음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이틀 정도는 계속 메일을 주고받다가, 메일로 주고받다 보니 놓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미팅을 했고요. 그 분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셨고 보상을 해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보상금이나 추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그것까지 지급을 하시고 마무리를 들어갔죠.

 

김하나 : 저희가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가 첫 병이 비었잖아요. 두 번째 병으로 가볼까요?


김호 : 네, 다음 맥주는 사실 저도 소문만 익히 듣고 마셔보지 못한 맥주예요. 쏜브리지(Thornbridge)라는 브랜드, 이 친구도 영국 브랜드인데요. ‘Raindrops On Roses’라고 이름도 굉장히 시적이예요.


김하나 : 장미 위의 빗방울인가요?


김호 : 네, 실제로 장미 잎이 들어갔다고 해서 굉장히 화제가 됐던 맥주인데요. 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김하나 : 어떡하죠, 저 팟캐스트 시작한지 이제 두 번째인데요. 마이크 앞에서 맥주를 따르니까 헤드폰으로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쾌감이 있네요.


김호 : 기분이 또 다르네요. 다음부터 헤드셋 끼고 맥주를 마셔야 될 것 같아요(웃음). 맥주에 장미 잎만 들어갔으면 조금 질릴 수도 있는데, 또 캐모마일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두 개의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고 평이 자자하더라고요. 이 맥주는 베이스가 호가든과 같은 맥주인 벨지안 화이트라는 스타일이에요. 거기에 장미 꽃잎과 캐모마일을 추가한 거라서, 약간 상큼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있고 그 위에 장미랑 캐모마일이 있어서 더 편하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맥주인 것 같아요.


김하나 : 벨지안 화이트이면, 밀 맥주인가요?

 

김호 : 네, 밀이 들어간 맥주예요.


김하나 : 그런데 밀 맥주의 걸쭉함보다는 아주 깔끔하면서 화사한 맛이 강조된 맥주네요. 지금 맥주를 네 병을 가지고 오셨고요. 마시는 순서는 김호 님이 미리 세팅을 해서 오셨습니다. 『맥주탐구생활』에서 라벨 읽는 법을 알려주셨잖아요. 풀러스(Fuller's)와 쏜브리지(Thornbridge)의 경우, 라벨에서 읽을 수 있는 정보를 말씀해주시겠어요?


김호 : 쏜브리지(Thornbridge) 같은 브랜드는 라벨에 정보가 다 나와 있기는 해요. “BELGIAN WIT WITH ROSE PETALS” 그리고 알코올 도수가 나와 있고, 홈브루(HOMEBREW) 대회에서 좋은 맥주라는 게 나와 있고요. 뒷면만 봐도, 조금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기는 하죠. 그런데 이 맥주는 정보가 굉장히 많은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런 것 같아요. “BELGIAN WIT”이라고 친절하게 나와 있지만 “BELGIAN WIT”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정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가 있어서, 제 책에서 그런 포인트를 강조했던 것이거든요.


김하나 :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어제 제가 책을 정독했더니 지금 말씀하시는 게 뭔지 알겠어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어요. ‘저는 라거를 좋아해요’, 에일을 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에일 쪽은 아니에요’ 하고 너무 큰 바운더리로 갈라놓고 있었는데요. 이 책을 읽었더니 ‘그게 전혀 아니구나, 나에게 맞는 에일이 있을 수 있고 안 맞는 라거가 있을 수 있는데, 나의 가능성을 미리 재단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하나 : 자주 가시는 맥줏집이 있어요?


김호 : 제가 요즘 제일 자주 가는 맥줏집은 망원동에 ‘너랑 나랑 호프’, 그리고 합정동의 ‘카에루’라고 있는데요. 맥주가 맛있어서 간다는 말도 맞는데, 정말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요(웃음). 그래서 안주집을 주로 찾아가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김하나 : ‘너랑 나랑 호프’에서 추천하시는 안주는 뭔가요?


김호 : 육전이요. 저는 육전의 고향에서 태어났거든요, 광주. 그래서 육전을 굉장히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안주로 한 번도 시켜본 적이 없는데, 거기는 갓김치랑 파김치가 곁들여 나오는데 그 밸런스가 정말... 그리고 제가 출간 기념회를 거기에서 했어요(웃음). 대관해서 뒤에 플래카드 걸어서 제일 친한 친구들 모아서 기념사진까지 찍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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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나(카피라이터)

카피라이터. 문학, 음악, 미술, 정치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을 연결하고 새롭게 조합하기를 즐기는 사람. 그녀에게 아이디어는 ‘번쩍’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낚아 올리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 TBWA KOREA를 거치며 치열한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최고의 카피라이터로 인정받고 있다. [SK텔레콤-현대생활백서] [네이버-세상의 모든 지식] 등 내로라하는 히트 광고에 카피를 올렸으며, 2006년 아시아태평양광고제 경쟁부문에서 우승, 한국인 최초로 영로터스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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